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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걷던 김재호, 가시밭에서 비로소 주장을 깨닫다



야구

    꽃길 걷던 김재호, 가시밭에서 비로소 주장을 깨닫다

    다사다난한 전반기 보낸 두산 캡틴 인터뷰

    '주장이 해결했다' 두산 내야수 김재호가 13일 넥센과 홈 경기에서 3회말 승부를 결정짓는 생애 첫 만루홈런을 때려낸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잠실=두산)

     

    다사다난했던 두산의 전반기가 마무리됐다. 불의의 부상을 겪은 주전들의 공백과 컨디션 난조, 야구 외적인 일까지 곰 군단의 전반기는 힘겨웠다.

    무엇보다 팀 주장 김재호(32)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처음 완장을 찼던 지난해는 정규리그는 물론 한국시리즈(KS) 통합 우승을 이루며 꽃길을 거닐었지만 올해는 가시밭길이었다.

    마이클 보우덴과 오재원, 허경민 등 주축들의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팀 분위기를 가다듬는 게 쉽지 않았다. 지난달 27일에는 포수 양의지, 외야수 민병헌까지 골절상을 입어 전반기를 접어야 했다. 우승후보로 꼽힌 두산은 간신히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에 머물렀다.

    다만 두산은 전반기를 2연승으로 마무리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8-4 승리를 거뒀다. 전날 4-3 짜릿한 끝내기 승리까지 기분좋게 올스타 휴식기를 맞게 됐다.

    경기 후 김재호는 모처럼 뿌듯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나섰다. 이날 3회 승부에 쐐기를 박은 만루홈런 등 5타점을 쓸어담으며 수훈선수로 뽑혔기 때문. 게다가 프로 14년차에 첫 그랜드슬램이었다. 김재호는 "만루홈런을 언제 한번 쳐보나 생각을 많이 했는데 팀이 승리할 때 나와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산 김재호가 13일 넥센과 홈 경기에서 도루를 시도하던 상대 1루 주자 김하성을 태그한 뒤 심판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잠실=두산)

     

    하지만 곧 힘겨웠던 전반기가 표정에 드러났다. 김재호는 "팀 성적이 많은 분들의 기대치에 못 미친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KS 등) 힘든 경기를 많이 했고 휴식없이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부상과 부진이 한꺼번에 찾아오지 않았나 싶고, 우려가 현실이 돼서 많이 힘든 시기였다"고 전반기를 돌아봤다.

    두산은 2010년대 들어 두 번을 빼고 모두 가을야구에 나섰다. 2013년과 최근 2년 동안은 KS에 진출했고, 두 번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등 격전의 연속이었다. 올 시즌 전에는 김재호와 오재원, 허경민, 양의지, 민병헌 등 7명이나 태극마크를 달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치렀다.

    김재호는 "WBC 여파가 없다는 것은 솔직히 거짓말"이라면서 "우리는 한 팀의 주축들이 다 출전한 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스스로 훈련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짧은 기간에 국제대회 성적을 내기 위해 컨디션 조절 많이 하다 보니 훈련량 적었다"면서 "그래서 체력적으로 금방 지쳐버리고 집중력 떨어지면서 수비 실책이 나오는 등 공수에서 안 좋은 모습이 나온 것 같다"고 자체 진단했다.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서 주장 김재호도 속이 까맣게 탔다. 본인도 올해 부상으로 14경기에 결장했다. 김재호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팀을 대표하는 주장이 아무래도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나부터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뒤에서 혼자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마음도 조급해졌다. 김재호는 "주위 기대에 못 미치면서 선수들에게 실망감도 느꼈다"면서 "그러다 보니 선수들에게 잔소리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는 선수단 모두가 잘 풀려서 항상 분위기 좋았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초반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마음을 비우자' 두산 김재호가 13일 넥센과 홈 경기에서 1회 적시타를 때려내며 1루를 밟은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잠실=두산)

     

    결국 해법은 마음에 달려 있었다. 김재호는 "다시 생각해보니 야구를 하는 목적은 즐겁게 재미있게 하자는 것인데 너무 선수들을 억지로 끌고 간다 생각을 했다"고 반성의 계기를 들려줬다. 이어 "그걸 놓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6월 타율 2할5푼에 그쳤던 김재호는 7월 2할7푼6리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는 4할3푼8리(16타수 7안타)의 불방망이다. 김재호는 "몸에 계속 여기저기 잔 부상이 생겼고 훈련 없이 경기에 투입되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다"면서 "그러나 전반기 마지막에 잘 끌어내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팀의 후반기 대반격에 대한 확신도 들려줬다. 김재호는 "그동안 못했던 선수들이 조금씩 올라와주고 잘했던 선수들도 체력적으로 지쳐 있다 회복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양의지, 민병헌이 돌아오면 만만한 팀이 아니고 저력이 있기 때문에 투수들이 로테이션을 잘 해주면 후반기에는 더 좋은 성적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KS 3연패에 대한 의지도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김재호는 "후반기에는 일단 팀이 4강권 안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면서 "장기간보다는 단기간 승부에 강한 팀이고 (최근 우승) 경험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4강에 들면 우승을 목표로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반기 아프고 산만했던 곰 군단이 올스타 휴식기 이후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주장은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어 후반기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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