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 암묵적 아닌 '직접 지시'했을 것
- 이명박 정권은 '대남심리전' 했다
- 매관매직설, 고발까지…"엄청난 고통"
- "국정원, 이제 수술대에 올라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상욱(전 국정원 직원)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의 국정 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과제를 제시했죠. 그 가운데서도 핵심 과제 중에 하나가 국정원 개혁입니다. 국정원 개혁 하면 어떤 게 먼저 떠오르세요? 아마 국정원 댓글 사건이 상징적인 적폐 사건으로 떠오르실 겁니다. 2012년 선거 당시에 국정원 여직원이 인터넷에 댓글을 달아가면서 여론을 조작했다. 참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국정원 직원이 있는 오피스텔에 야당 인사들이 급습을 했고 그 안에 있던 직원은 문을 잠그고. 이런 장면들 생생하게 기억을 하실 거예요. 그런데 이 사건을 최초로 제보한 사람은 바로 국정원 출신 인사였습니다. 그동안 실명조차 공개하지 않았던 그 제보자가 오늘 실명과 함께 처음으로 방송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직접 만나보죠. 김상욱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 김상욱> 네, 안녕하십니까? 김상욱입니다.
◇ 김현정> 참, 긴 시간 세상에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고 조용히 재판 받으면서 살아오신 걸로 알아요.
◆ 김상욱> 네.
◇ 김현정> 그런데 어떻게 내가 이제는 세상에 모습을 좀 드러내야겠다, 할 얘기들을 해야겠다, 결심을 하셨습니까?
◆ 김상욱>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을 하신 뒤에 국정원 적폐의 대표적 사례로 댓글 사건이 많이 회자가 되고 있는데요. 국민들께 정확한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오게 됐습니다.
◇ 김현정> 적폐청산도 한다고 하는데 내가 좀 일조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
◆ 김상욱>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래요. 자, 2012년으로 좀 돌아가보죠. 그 당시에는 이미 국정원을 퇴직한 상태셨어요.
◆ 김상욱> 네, 2009년 6월 말에 퇴직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국정원이 댓글 조작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 김상욱> 퇴직 이후에 제가 국정원 후배들로부터 여러 가지 얘기를 듣게 됐는데요. 원세훈 원장이 부임한 2009년 2월 이후에 여러 가지 경악할 만한 일들이 벌어졌고 그중에서도 특히 국정원 직원들이 외부 카페 등을 다니면서 야당 정치인을 비방하거나 이명박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는 댓글을 달아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걸 나도 국정원 출신이니 듣고선 속에 담아둘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걸 야당에 제보를 해야겠다, 생각을 하셨습니까?
◆ 김상욱> 2012년도는 19대 대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이건 민주주의를 파괴하면서까지 정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건 반드시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겠다. 내가 비록 위험에 처해질 수도 있겠지만.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네네. 그때 제보하신 내용을 정리하자면 국정원이 2011년 11월부터 3차장 산하에 심리전 담당 부서를 심리정보국으로 격상시키고 3개 팀에다가 총 70여 명의 요원을 둬서 정치 현안 기사며 게시물이며 이런 데다가 댓글 달고 있다, 이거였는데요. 최근에 세계일보가 보도한 게 있어요. 국정원 SNS 장악 보고서라는 문건을 하나 보도했는데 그 문건하고는 상관관계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김상욱> 국정원이 특정 조직을 확대, 개편할 경우에는 확대의 필요성과 목적에 대해서 반드시 청와대의 승인을 받게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우리 여론조작팀이 이런 이런 이런 일을 하는데 인력을 이리이리 늘릴 테니 청와대 승인해 주십시오라고 쓴 보고서가 그 보고서일 거다?
◆ 김상욱>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그게 청와대에 대통령까지 가서 승인을 받아야 되는 건가요?
◆ 김상욱> 네, 그렇습니다. 국정원은 법상 지위가 대통령 직속기관이거든요.
◇ 김현정> 대통령도 그 보고서를 봤을 거다?
◆ 김상욱> 네. 따라서 국정원에서 생산된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청와대에 우선 보고되고 대통령이 결재를 하게 되는데.
◇ 김현정>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도 이 국정원 댓글팀의 존재, 무슨 일을 하는지를 다 알았다는 얘기네요, 그때?
◆ 김상욱> 그렇죠. 대통령의 암묵적인 지시가 아니라 직접적인 지시와 교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들이었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럼 대체 언제부터 국정원이 이런 댓글들, 온라인 여론조작을 시작했는가. 그 2011년이 처음일까요?
◆ 김상욱> 아닐 겁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이명박 정부는 2008년도 광우병 촛불시위를 겪은 직후부터 이거 안 되겠다. 우리가 종편도 장악을 했는데 SNS를 장악하지 못했구나. 이래서는 원활한 국정운영이 힘들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측근인 원세훈을 국정원장으로 앉힌 뒤부터 꾸준히 온라인상의 여론조작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혹시 그 전 정부에서는 이런 일 없었습니까? 그때도 근무하고 계셨으니까.
◆ 김상욱> 새누리당 쪽에서는 예전부터 심리전 활동을 해 왔다고 주장을 했었는데. 대한민국의 군대를 갔다온 사람이라면 대북심리전은 전부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 김현정> 북한을 대상으로 한?
◆ 김상욱> 그렇죠. 대북심리전인데 이번 국정원 댓글 사건은 대북심리전을 가장한 대남심리전이었다. 그 전 정부에서 있었던 내용들과는 질이 완전히 다르다. 내용 자체도 다르다, 그렇게 봐야 됩니다.
◇ 김현정>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김 선생님의 제보로 하여튼 시작이 됐어요, 이 사건. 경찰이 수사를 하다가 댓글 달고 있던 여직원 오피스텔도 급습을 하고 문을 안에서 잠갔느니 밖에서 잠갔느니, 그런 얘기도 있고. 여튼 수사를 다 한 다음에 대선 3일 전날 밤 11시 대국민 발표를 합니다. 국정원 여직원 김 모 씨, 다수의 아이디를 사용한 증거는 나왔는데 댓글을 단 흔적은 없다. 사실상 무혐의다, 이런 수사 발표를 생방송으로 하죠. 그거 생방송으로 보셨어요, 그날?
◆ 김상욱> 네, 봤죠.
◇ 김현정> 무슨 생각드시던가요, 보시면서. 무혐의, 댓글 단 적 없다.
◆ 김상욱> 이거 참 큰일났다. 만약에 정권이 바뀌면 저렇게 무리수를 둔 경찰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러나?
◇ 김현정> 그런데 사흘 후 치러진 대선에서 정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됐습니다. 박근혜 정권 5년. 그러니까 제보 이후의 5년. 선생님으로서는 삶이 좀 달라졌나요?
◆ 김상욱> (웃음)
◇ 김현정> 왜 웃으세요?
◆ 김상욱> 엄청나게 많은 고통이 있는 날들이었죠. 제 생활이 완전히 파괴됐죠. 대선 직후에 국정원이 고발을 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국정원의 정보를 전직 직원이 유출했다, 이런 건가요?
◆ 김상욱> 그렇죠. 그래서 계속된 수사와 재판.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혼이 나고.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저는 지금 이해가 안 가는 게, 무혐의라면서요? 아이디는 여러 개였지만 댓글 단 적 없다면서요? 그런데 뭘 또 유출했다는 겁니까? 그게 사실이 아니면 유출한 것도 아니잖아요?
◆ 김상욱> 그러니까요. 이 사건을 겪으면서 굉장히 앞뒤가 너무 맞지도 않고 대응방식이 일관되지도 않고. 딱 일관성이 있었던 것은 저를 계속해서 공격을 해서 이 정보를 제보한 김상욱이 굉장히 파렴치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이 정보도 틀린 내용이다. 이걸 부각시키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파렴치범으로 몰고 갔다는 건 무슨 말씀이세요? 어떻게?
◆ 김상욱> 국정원 기조실장이나 총선의 공천을 대가로 이걸 폭로했다. 소위 말하면 매관매직설을 주장을 했던 거죠.
◇ 김현정> 뭐 노리고서 이걸 야당에다가 제공한 거다?
◆ 김상욱> 그렇죠.
◇ 김현정> 이것과 전혀 상관없는 주변부의, 이르면 먼지털기식 수사, 이런 것도 있었어요?
◆ 김상욱> 굉장히 많았죠. 압수수색 들어오고 하면서 완전히 제 보금자리가 다 파괴되고 있구나. 집사람이 이제 같이 집에서 자고 있는데 검찰 수사관들이 들어오니까 그 참담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죠. 정의롭게 살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구나. 이제 시작됐다. 이걸 앞으로 4년 이상을 어떻게 살지?
◇ 김현정> 어떻게 살지. 완전히 그 사건 이후에 떠돌이, 왕따 신세가 되신 거예요?
◆ 김상욱> 그렇죠.
◇ 김현정> 후회는 안 하셨어요?
◆ 김상욱> 후회는 하지 않았는데요. 다만 후배 직원이 불법행위 현장을 하고 있는 것을 직접 급습하는 것은 국정원 선배로서 너무 아닌 것 같아서. 그런데 제가 직접 했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부분이 너무 아쉽습니다.
◇ 김현정> 국정원 댓글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제보자, 김상욱 씨. 방송 첫 출연. 여러분 만나고 계십니다. 이제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국정원 개혁을 시도한답니다. 정부 개혁 과제 100대 과제 중에 하나로 이걸 꼽았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건 국정원 개혁을 한다고 할 때 내부에서의 저항이 있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돼서요.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꼭 좀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 있다면 한 말씀해 주시죠.
◆ 김상욱> 후배들에게 국정원은 정권 안보가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하는 기관이다. 상사를 보지 말고 국민을 보고 가야 한다. 지금 비록 힘들 수 있지만 오늘의 수술이 내일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수술대에 올라라.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말씀을 들을 텐데요. 이제 세상에 실명까지 공개하고 나오셨어요. 더 이상 트라우마가지고 괴로워하지 마시고 국정원의 후배들을 위해서 또 더 나은 개혁을 위해서 힘을 보태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상욱> 네, 그러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 김상욱>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국정원 댓글 사건을 세상에 최초로 알린 분입니다. 제보자 전 국정원 직원 김상욱 씨였습니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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