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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첫 팔이식 시구자 "양치질 하며 울었죠"

사회 일반

    프로야구 첫 팔이식 시구자 "양치질 하며 울었죠"

    - '사회인 야구' 할 정도로 야구 좋아해
    - 사고 후 3개월, 세상과 단절된 생활
    - 비보험 팔이식…수술비만 '1억'
    - 장애없는 사회 만들고픈 꿈 생겨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진욱 (국내 최초 팔 이식 성공)

     

    지난 금요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 경기에서 특별한 시구자가 나타났습니다. 힘차게 야구공을 던지고 두 손을 하늘로 쭉 뻗어 보이면서 '해냈다!' 이런 세리머니를 하는 것까지는 여느 시구자하고는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 알고 보니 이 시구를 한 사람은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에 성공한 손진욱 씨였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그 주인공 직접 만나보죠. 손진욱 씨, 안녕하세요?

    ◆ 손진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왼팔을 이식받으셨잖아요?

    ◆ 손진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왼팔로 던지신 거예요, 야구공을?

    ◆ 손진욱> 네. 이식 받은 손으로 던졌습니다.

    ◇ 김현정> 이식 받은 손으로. 그렇게 해도 아무 무리가 없었습니까, 손에?

    ◆ 손진욱> 네. 이제는 안정기에 많이 접어들었다고 판단 해서 시구를 했습니다.

    ◇ 김현정> 시구 처음 해 보시는 거죠, 태어나서?

    ◆ 손진욱> 연예인처럼 그렇게 던진 건 처음이고 다치기 전에는 사회인 야구로 좀 활동을 했습니다.



    ◇ 김현정> 사회인 야구를. 사회인 야구를 할 만큼 야구를 좋아하시던 분이군요?

    ◆ 손진욱> 네. 조금 취미생활로 많이 즐겼었죠.

    ◇ 김현정> 프로야구를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이 사실은 팔 한쪽을 잃고 나서는 운동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계시다가 없던 팔이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프로야구 그 많은 관중들 앞에서 시구까지 하신 거예요.

    ◆ 손진욱> 네. 개인적으로 큰 영광으로 생각을 합니다. (웃음)

    ◇ 김현정> 그 관중들 앞에서 훅 하고 멋지게 공 던졌을 때, 그 공이 날아갈 때 그 기분은 어떠셨어요?

    ◆ 손진욱> 해냈다는 그런 성취감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 김현정> 눈물도 좀 찔끔 안 나셨어요?

    ◆ 손진욱> 너무 슬펐는데, 많은 응원 오신 분들 생각해서 기쁜 마음으로 표현을 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눈물이 사실은 좀 났는데 참으셨어요?

    ◆ 손진욱> 네.

    ◇ 김현정> 부모님이 바라보셨어요, 현장에서?

    ◆ 손진욱> 네. 같이 두 분 다 오셨습니다, 엄마하고 아버지.

    ◇ 김현정> 부모님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요?

    ◆ 손진욱> 시구 끝나고 가니까 아버지가 말없이 저를 안아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아이고.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말 없이 슥 안아주셨어요, 아들을.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앞서 국내 최초로 왼팔 이식 수술을 받은 손진욱 씨가 시구를 하고 있다.(대구=삼성)

     

    ◆ 손진욱> 네.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잘하셨어요. 사실은 저는 사연을 다 알고 본 거라서 그런지 더 울컥하던데요. 잘 모르는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아니, 뭐 신장이식도 하고 각막이식도 하고 심장이식도 하고 다 하는데 팔 이식이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그러나? 뭐가 그렇게 특별한 건가? 이러실지 모르지만 사실 팔 이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고 세계적으로도 70건밖에 성공한 사례가 없는 거 맞죠.

    ◆ 손진욱> 그렇게 들었습니다. 저는 의학적인 지식은 없지만 집도하신 선생님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굉장히 어려운 수술이랍니다, 여러분. 워낙 신경이 많은 이런 부위라서. 그런데 손진욱 씨는 실례지만 어떻게 하다가 사고를 당하셨어요? 어떻게 하다가 팔을 잃으셨어요?

    ◆ 손진욱> 약 2년 전에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프레스 기계에 절단이 됐습니다.

    ◇ 김현정> 부품공장에서 절단 기계에?

    ◆ 손진욱> 네네. 철강 쪽의 일을 하다가 그렇게 다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때 나이가 어떻게 되셨습니까?

    ◆ 손진욱> 서른다섯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 김현정> 결혼도 안 한 서른다섯의 미혼 남성.

    ◆ 손진욱> 굉장히 좀 막막했죠.

    ◇ 김현정> 사회인 야구 활동을 할 정도로 굉장히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던 청년이 갑자기 팔 한 쪽을 잃었을 때 그 슬픔, 좌절감이라는 거는 굉장했을 것 같은데요?

    ◆ 손진욱> 처음에는 사람을 만나기가 좀 두려웠고 사회 생활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죠.

    ◇ 김현정> 막 밤낮으로 우셨다면서요, 처음에는?

    ◆ 손진욱> 거진 한 세 달 동안은 세상과 단절하듯이 지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러다가 팔 이식 수술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느냐. 이 제안을 받으셨는데 그런데 이게 워낙 성공률이 낮은 수술이다 보니까 하다가 잘못될 수도 있는 수술이다 보니까 수술 받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는 상태였다면서요?

    ◆ 손진욱> 저도 처음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된다는 소리를 듣고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과연 이 팔이 제대로 작동을 할까 그런 고민을 좀 많이 했는데. 선생님께서 미국에서 수술 경험도 있고 해서 믿고 수술대에 오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야말로 용기를 내신 거네요.

    ◆ 손진욱> 네. 저보다 선생님이 더 훌륭하신 분이니까 믿고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게 남의 팔을 그냥 접합한다고, 수술한다고 끝이 아니라 재활치료도 보통 힘든 게 아니라면서요? 뭐가 제일 힘드셨어요, 받으면서.

    ◆ 손진욱> 작업 치료라는 그런 치료방법이 있는데 그 치료를 받을 때 굉장히 이제... 손이 굳어 있는 상태에서 억지로 막 펴려고 하는 그런 치료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어요.

    ◇ 김현정> 인위적으로 펴면 찌릿찌릿한 겁니까?

    ◆ 손진욱> 네. 전기가 엄청나게 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상태인데.

    ◇ 김현정> 어디 감전되듯이 이런 정도?

    ◆ 손진욱> 네. 막 찌릿찌릿하고 제 손이 굉장히 딱딱한 그런 느낌 많이 듭니다.

    ◇ 김현정> 그걸 밤낮으로 해야 돼요?

    ◆ 손진욱> 네. 분절 운동이라고 수시로 이렇게 치료받아야지 손이 조금 부드러워지고 그런 상태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힘든 재활과정 거쳐서 그 왼손으로 뭘 했을 때 맨 처음, 맨 처음 뭘 했을 때 제일 기쁘셨어요?

    ◆ 손진욱> 주로 양치라든지 드라이기를 잡고 머리를 말린다든지 단추를 잠근다든지 사소한 거에 감사함을 느낀 것 같습니다. 손이 있을 때는 몰랐던 건데... 이렇게 없다가 다시 생기니까 모든 게 소중하더라고요.

    ◇ 김현정>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느끼셨네요, 손진욱 씨는 진짜.

    ◆ 손진욱> 네. 저는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행운아. 손진욱 씨처럼 잃어버린 팔 찾고 좀 이렇게 새 삶을 사는 이런 환자들이, 절단 환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닌 거죠, 지금 상황에서는?

    ◆ 손진욱> 우리나라 정서상 이렇게 눈에 보이는 팔, 다리를 준다는 건 사실상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공여자가 있어야 되는데 지금 공여자 찾는 것부터 어려운 거군요?

    ◆ 손진욱> 네. 아직까지 법적인 제정도 안 되고 저도 수술할 당시에 이게 불법이다 아니다 참 말이 많아가지고. 우리나라는 뭐든지 법이 제정이 안 돼 있으면 모든 걸 불법으로 규정하는 그런 게 좀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아직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팔 이식하는 게 불법인지 합법인지 규정이 안 돼 있군요, 관리 사각지대에 있군요. 그게 빨리 제정되는 게 중요할 테고. 비용은 괜찮습니까? 비용도 상당할 것 같은데.

    ◆ 손진욱> 최초 수술이라 저는 수술비 지원을 받았지만, 금전적으로 치면 수술비가 대략 한 1억 가까이 나온 걸로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100% 저 같은 경우는 비보험으로 처리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 김현정> 비보험이니까. 이것도 좀 보험처리가 어느 정도 됐으면 좋겠는데.

    ◆ 손진욱> 네, 그렇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이식 대기자들이 마음 편히 수술을 받고 일터로 다시 돌아갔으면 하는 작은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런 문제들이 어서 해결이 돼가지고 이 기쁨이 진욱 씨에게서만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끝으로 시구 말고 다음에 또 도전해 보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 손진욱> 저처럼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게 산업안전관리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제가 이렇게 다쳤기 때문에 장애가 없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 김현정> 자격증 꼭 성공해서 다른 환우들의 희망이 돼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 손진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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