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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꼬리표" …저소득층 학생 두 번 울린 '우유 무상지원'



대전

    "가난 꼬리표" …저소득층 학생 두 번 울린 '우유 무상지원'

    수요조사 과정서 사실상 '학생 노출'…학생·학부모 "학교 편의주의적 발상"

    (사진=자료사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A양은 여름방학을 앞두고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담임선생님께 '봉투'를 받아들었다.

    "어머니 전해드리라"며 선생님이 건넨 봉투에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우유를 무료로 받을지 묻는 신청서가 들어있었다.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기간 우유를 무상으로 받을 것인지 조사해, 각 가정으로 우유를 보내는 사업이다.

    문제는 다른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서 특정 학생들만 받는 신청서가 사실상 '저소득층 꼬리표'가 된다는 것.

    A양의 어머니는 "신청서를 들고 온 딸이 '다른 아이들이 자꾸 내용을 보려고 하거나 뭔지 아는 듯해 눈치 보이고 싫었다'고 말해 마음이 아팠다"며 "도와준다고 하지만 실상은 도움이 아니라 아이의 사정을 다 공개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A양의 어머니는 "예민할 시기에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걱정"이라며 "학교에서 아이를 통해 전달하는 이런 신청서나 확인서가 1년에 5~6차례는 되는데, 학교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가하면 중학생 B군은 몇몇 친구들과 교실에 남으라고 호명된 뒤 신청서를 받았다.

    역시 무료 지원을 받는다는 고마움보다는, 집안 사정이 알려질까 하는 걱정과 야속함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우유급식 지원 과정에서 학생들을 두 번 울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해당 학교는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한 것일 뿐"이라면서도 "학생들이 노출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노출되지 않게 최대한 배려하라고는 당부하고 있지만 조사 과정에서 노출이 되지 않게 어떻게 하라는 지침까지는 솔직히 없다"며 "담임선생님이나 학교가 주의해줘야 하는데 일부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에서 우유급식을 원하지 않거나 우유를 못 먹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희망자 조사를 안 할 수는 없다"며 "조사 과정에서 각급 학교가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민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직접 신청서를 주는 대신, 각 가정으로 연락을 하거나 보호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 등을 택하고 있다.

    한 저소득층 학부모는 "가정환경이 어려운 것도 아이에게 미안한데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속상할 따름"이라며 "다른 곳도 아니고 학교니까 조금은 달라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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