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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통해 시민과 지도자의 자격을 묻다



강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통해 시민과 지도자의 자격을 묻다

    「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의 저자, 이충호 씨 인터뷰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삶은 '절망',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는 게 '희망'
    -'자기 자신을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무늬'…힘든 시간 견뎌낼 수 있는 '인문정신'을 말하고 싶었다
    -"나라의 비밀만은 나와 나누지 말아달라"는 뤼시마코스 왕과, 친구 필립피데스 대화를 교훈으로 삼았더라면… 국정농단같은 사태 없었을 것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이충호 씨(「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 저자)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인 플루타르코스가 저술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통해 오늘을 사는 시민과 국가의 역할을 고민한 책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이라는 책. 이 책의 저자, 이충호 씨를 시사포커스 목요초대석에서 만나봤다.

    다음은 이충호 씨와의 일문일답.

    ◇박윤경>'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 이 책을 읽으면 시민과 국가의 품격이 한 단계 높아질 것 같은 느낌인데,어떤 책인지 간략한 소개부터…?

    ◆이충호>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읽고 쓴 내 자신의 감상문이자 서평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민들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인생을 던져가면서까지 그에 대한 답을 내렸던, 진지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보여준 도덕적 가치와 실패를 보면서 '왜 2천년전 기록된 도덕적 가치들이 우리사회에서는 교훈으로 활용되지 못했나'라는 아쉬움에서 이 책을 썼다. 새정부도 출범한만큼, 시민의 품격과 국가의 품격도 한단계 상승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에서 책을 썼다.

    ◇박윤경>이 책이 이충호 씨의 첫 작품이다. 말 그대로 무명 작가이신데, 출간되자마자 호응이 상당하다.

    ◆이충호>무식하면 용감하다. 무명작가가 책을 내기 어렵다는 건 책을 낸 후에 알게 됐다. 책을 다 쓴 후, 1백여군데 출판사에 밤 9시쯤 스팸메일을 뿌리듯 메일을 뿌렸다. 한 달 정도 기다려보면 답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다음날 9시부터 연락이 왔다. 약 한 달간 6군데에서 긍정적인 호응을 얻었다. 또, 원고를 탈고한 후 몇몇 지인들에게 조언을 부탁하고 교정을 봐달라고 했는데, 그 때 책 내용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줬다. 그 중 한 분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독서 감상문 대회를 열자면서 장학금을 신문사인 '춘천사람들'에 기탁하며 진행을 했다. 책이 나오지도 않고 출간이 임박한 상태였기 때문에 신문사에서 그 사실을 전달받고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책이 나오자마자 독서 감상문을 위한 공고가 나갔고, 8월 하순경 북콘서트를 열자는 얘기가 나와서 준비 중에 있다.

    이충호 작가의 신간「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사진=최원순PD)

     

    ◇박윤경>연락이 온 곳 중에는 유명 출판사도?

    ◆이충호>H출판사에서도 연락을 받았다. 편집부에서는 출간을 허락했지만, 영업부에서는 무명작가이기에 판매가 힘이 들겠다는 판단을 해서, 최종적으로는 거절을 받았다. 하지만 상당히 기뻤다. 대형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왔다는 것 자체로 즐거웠다.

    ◇박윤경>지금쯤 거기서도 후회를 하지 않을까?

    ◆이충호>그랬으면 좋겠다(웃음)

    ◇박윤경>'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 얻은 지혜를 담은 책…인데, 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 어떤 책인지도 알고 싶다?

    ◆이충호>일단 2천년 전에 쓰여진 책으로 로마 시민들과 지도자들의 도덕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들의 실패한 인생까지도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혜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 현실에 빗댄 책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한권도 없더라. 세상에 없는 책이면 내가 써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두 달 만에 집필을 끝내게 됐다.

    ◇박윤경>두 달 만에 가능한가?

    ◆이충호>두 달 만에 쓰니까 원고지 1천5백장, 책으로는 4백5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됐다. 책을 쓰는 동안에는 잠도 안 왔다. 마치 마약을 한 것 같았다.

    ◇박윤경>그만큼 영감이 강렬했다는 얘긴데, 어떤 부분이 충격적으로 와 닿았나.

    ◆이충호>책 꼭지 1번으로 다루기도 한 건데 뤼시마코스라는 왕과 왕의 친구, 필립피데스의 대화가 나온다.왕이 "친구여, 내가 가진 것 중에 무엇을 자네와 나누면 좋겠는가?"
    라고 하자 친구가 말한다. "왕이시여, 다 좋으나 나라의 비밀만은 저와 나누지 말아주십시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무심코 넘어갔던 부분이다. 일반 개인이 왕과 비밀을 나눌 일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국정농단이 나오고, 국가의 비밀을 공유한 세력들이 나오고 하니, 2천3백년전 그리스인들이 보여준 지혜는 어디가고 정치·경제·문화·사회에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국가의 비밀을 사적으로 나누고 이익으로 취하는 추태를 부렸는가라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강원CBS '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에 출연한 이충호 작가(사진=최원순 PD)

     

    ◇박윤경>그 예화를 교훈으로 삼았더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텐데라는 안타까움이 있었겠다. 또 다른 인물의 이야기도 궁금한데 이번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 좀 얘기를 나눠보자.모습부터 범상치 않은데, 책을 내면서 가장 인상깊게 와 닿았던 인물이라고?

    ◆이충호>그렇다. 바로, 솔론이다.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7명의 현인 중 한명이다. 오로지 시민들의 바람과 신뢰만을 의지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아낌없이 일반시민들에게 공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쓴 사람이다. 당시 상황이 솔론을 불러냈다는 생각도 든다. 빈부격차가 절정에 달했고, 도시는 무질서했고 시민들은 참주(독재자)라도 나와서 무질서 바로잡고 혼란을 멈췄으면 하고 바라는 상황이었다. 평민들은 모두 부자들에게 빚을 지고 이익의 60%를 대가로 지불하는 상황이었다. 빚을 갚지 못하면 노예로, 외국으로 팔려나갔다. 그래서 시민들은 솔론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부탁하게 된다. 솔론에게 절대권력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 도시를 당신의 손에 넣고 마음껏 좋은 도시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지만 솔론은 그것을 거절했고 거절자체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요즘말로는 그야말로 간지나는 지도자였다.

    ◇박윤경>책 표지에 새겨진 문구도 인상적이다.「어떤 도시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냐고 물었을 때 솔론이 대답했다.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이 피해자와 합심하여 가해자를 처벌하려고 노력하는 도시다" 」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이충호>그의 대답만 놓고 보면 한 개인의 선동적인 발언처럼 느껴진다. 폭동이나 혁명을 부추기는 듯한 언사처럼 들리는데, 솔론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였다. 지금으로는 낮게는 책임총리, 높게는 대통령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때문에 그의 대답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고, 나도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이 발언을 표지에 싣게 됐다. 솔론은 일반 대중이 약하고,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해를 입은 사람을 대신해 누구나 그 사람을 도우려는 사람이 대신 제소할 수 있는 방안까지 강구했다. 어떤 사람이 맞거나 피해를 입으면 누구든지 그 사건과 관련이 없어도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 시민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로 나가는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남의 불행을 안타깝게 여기도록 하는 의도가 담겨있는 그러한 문구다.

    ◇박윤경>입법자로서의 솔론이 제정한 법 가운데 특이하고 놀라운 내용이 하나 있다고?

    ◆이충호>시민들의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있다. 파벌이 형성되는 경우인데, 이럴 때 어떤 시민이 이쪽 편도, 저쪽 편도 안 들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자세를 취한다면 그 사람에게 아테네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성적 판단에 따라 이런 정책을 따르든지 저런 정책을 따르는 의견을 보이고, 그것에 따른 피해까지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어느 의견이 이기는지 지켜보겠다는 건 시민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을 한 거다. 지금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완벽하지 않나.

    ◇박윤경>말씀대로, 고대의 인물들의 지혜가 현재의 우리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 이충호 씨의 얘기도 좀 들어보자. 지금 사시는 곳이 춘천이다. 춘천에 자리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이충호>3년이 됐다. 바로 직전에는 구미에 있었다. 고향은 제주 강정마을이다.

    ◇박윤경>춘천이라는 지역에 가장 빨리 적응한 사람 중 하나일거다. 이런 얘기 많이 들으신다고?

    ◆이충호>여기에 오기 전 「협동조합 참 좋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는 가족들과 협동조합의 메카인 강원도 원주에서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보자고 결정을 내렸다. 아내가 교사인데 원주에 자리가 없어 춘천에 오게 됐다. 만나는 사람마다 책 한권 읽고 연고도 없는 곳에 무작정 왔다는 사실에 놀라더라. 우리 가족은 별 계획 없이 책에 쓰여있는대로 협동조합의 메카이면 정감있는 도시라고 생각해서 오게 된 건데, 사람들은 순진함과 무식함, 무모함에 놀라면서 마음을 열어주고 친절을 베풀어줬다. 이곳 분들이 차려준 상에 숟가락만 얹었다.

    ◇박윤경>삶의 터전을 갑자기 옮긴다는 쉽지 않은데, 아내분이 흔쾌히 동의를 하셨나보다.

    ◆이충호>아내와는 독일에서 3년간 유학도 했는데 한국에서 독일로 옮기는 것에도 크게 힘들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내에서 지방을 옮기는 건 대수롭지 않았다. 사실 아내가 먼저 제안을 했고, 2개월만에 오게 됐다. 여기 와서는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카이사르의 행운이라는 말이 있는데, 영국 역사학자 에이드리언 골즈워디가 카이사르의 일생을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행운의 여신은 계속해서 카이사르에게 미소를 지었다." 아마 춘천에서의 나의 삶이 카이사르의 삶과 같지 않을까. 춘천에서의 삶이 정말 행복하다.

    ◇박윤경>저자 약력을 보니 삶 자체가 참 다채롭다…돌아 돌아 춘천에 터를 잡으신 것도 놀랍지만, 영어와 불어… 경제학까지 섭렵하셨다고, 지적 욕구가 상당히 강하신 것 같다?

    ◆이충호>한 우물을 파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일 뿐.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것이 장점이나 어느 것 한 가지 정해서 공부하려는 것에는 방해가 된다.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어 기웃거리다보니 한 우물을 파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호기심에 따라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공부해보느라 학사학위가 3개가 됐다. 호기심이 많은 것이 책을 쓰는 데는 굉장히 유용하게 작용하더라.
    책 한권을 쓰려면 마음속에 도서관이 있거나 색인목록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번에 낸 책만 해도 100여권 이상의 책이 이런 저런 방식으로 녹아있는 인문서적이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화와 역사·철학 이런 것에 빠져있다보니 당분간 다른 것에 기웃거리진 않을 것 같다.

    ◇박윤경>앞으로도 다이내믹한 계획을 세우시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 계획?

    ◆이충호>「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은 얼떨결에 쓴 책이었지만 정말 쓰고 싶은 책은 수필과 소설이다. 그간 쓴 수필을 모아 책을 낼 계획이고 소설은 기본 구상은 끝냈고, 살을 붙이는 작업만 남았다. 요즘 청년들이 결혼도 힘들고 사랑하기조차 힘들다하는데,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혼을 주제로 말랑말랑한 연애소설 형식에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녹여볼 생각이다.

    ◇박윤경>끝으로 '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을 읽게 될 독자들이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셨으면 하는지, 또 어떤 분들이 읽으셨으면 하는지?

    ◆이충호>이 책은 절망과 희망의 관점에서 썼다.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삶은 절망이고,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는 게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님들에게 끌려 다니고 2·30대 청년들은 사회 환경에 끌려다닌다. 많은 이들이 인문학을 얘기하는데, 인문학을 우리말로 풀어보면 '사람의 문'이다. 인문정신,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무늬가 있다면 자기 자신을 신뢰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알베르 까뮈가 한 말에서 독특한 인문정신을 찾는다. "겨울의 심연 속에서 나는 내 안에 아무도 어쩔 수 없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외부환경은 차디찬 겨울인데도 내 안에는 여름이 펄펄 끓고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나만의 무늬가 되겠다. 그게 인문정신이라 생각한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하는 건, 결국 인문정신이다. 고전속에 지혜를 만나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 인생에서 가능하다면 일찍 고전읽기를 권한다. 고전은 시간의 테스트를 거친 책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저절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무늬를 만들 수 있다. 독자들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인문 정신이다.

    ◇박윤경>2016년 후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의촛불정국을 통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큰 절망감과 아픔을 느끼기도 했고, 또 그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번에 쓰신 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한걸음 더 성숙하게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다…많은 분들이 함께 느낄 수 있길 바라고,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하겠다.말씀 여기까지 듣겠다. 지금까지 '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의 저자, 이충호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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