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스크린 2700개 7-80% 독점
- '군함도 논란' 감독 아닌 극장 문제
- 독점 안해도 1000만 관객 가능해
- 10년째 논쟁…정부 규제 나서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윤철 (영화 감독)
스크린 독과점, 우리 영화계의 참 오랜 과제죠. 그런데 최근에 영화 군함도가 개봉 첫날 상영관 수 2000개를 돌파하면서 다시 한 번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고 있고요. 마침내 문체부와 공정위까지 나섰습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테스크포스를 꾸려서라도 고쳐보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SNS에다가 의미심장한 글을 쓴 영화감독이 한 분 계세요. '군함도를 잽싸게 탈출한 극장들 택시를 잡아타다' 이런 글을 남겼는데요. 영화 ‘말아톤’ 또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감독이죠. 정윤철 감독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정윤철 감독님 안녕하세요?
◆ 정윤철>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군함도, 개봉 첫주 스크린 수 보니까 2027개였어요. 이렇게 들어서는 감이 잘 안 오고 이게 어느 정도나 되는 겁니까?
◆ 정윤철> 스크린 수는 하나의 극장에 요즘 멀티플렉스라서 한 10개에서 열 몇 개씩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에 한 2700개 정도가 스크린이 있습니다. 그중에 2000개가 넘는다는 것은 거의 70~80% 정도 되는 스크린이 한 영화였단 거죠.
◇ 김현정> 2700개 스크린 중에 2027개가 다 이 영화예요?
◆ 정윤철> 네네. 극장가면 이 한 영화로 완전히 도배가 돼 있는 걸 관객들도 많이 보실 수 있었을 겁니다.
◇ 김현정>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극장 가면 싹 다 군함도라는 얘기네요.
◆ 정윤철> 네, 그렇습니다. 사실 그런데 이건 군함도만의 문제가 아니고요. 외국 영화가 나와도 이렇고, 다른 한국 영화도 그렇고 다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 김현정> 작년 초에 제가 검사외전이라는 영화 나왔을 때 처음으로 영화관 스크린 수 1800개를 차지했다라고 논란이 돼서 인터뷰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그 기록이 또 깨진 거예요?
◆ 정윤철> 네. 하루가 다르게 깨지고 있는데요. 2006년도죠. 11년 전 영화 ‘괴물’로 논란이 시작됐는데 그때는 600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아이언맨이라는 영화가 1300개를 돌파했고 그다음에 최근에 검사외전을 비롯해서 스파이더맨3 바로 얼마 전에 1900개. 그리고 군함도가 2000개로 넘어서는데, 사실은 문제가 아주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화 '균함도' 포스터
◇ 김현정> 이러다가 2700개 다 한 영화로 도배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겠어요.
◆ 정윤철> 네. 정말 2000개는 정말 절대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는데 이미 그게 깨져서 지금은 10개관 중에 7~8개 상영하는 건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 김현정> 비일비재.
◆ 정윤철> 다른 영화는 다 쫓겨나고 공정한 상영 기회를 뺏기는 것이죠.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이런 와중에 SNS에다가 글을 쓰셨어요. '군함도를 잽싸게 탈출한 극장들이 택시를 잡아타다.' 이건 무슨 말씀이세요?
◆ 정윤철> 사실 이번 군함도 독과점 논쟁은 류승완 감독과 그 제작진에게 굉장히 비난이 집중됐는데요. 그건 사실 공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극장을 몇 개 결정하느냐. 이런 건 사실 극장, 유통업자인 극장이 결정하는 거지. 감독이 1000개 걸어라, 얼마 걸어라. 이렇게 말할 권한이 전혀 없는데요.
◇ 김현정> 사실 이번에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지 몰라서 제가 설명드리자면 군함도를 만든 류승완 감독하고 그 부인이자 영화사 대표인 강혜정 씨가 가입돼있던 영화 협회들에서 탈퇴를 선언했어요. 그 정도로 비난 받고 있는 상황인데 정 감독이 보시기에는 감독만이 비난 받고 책임질 상황은 아니다, 유통구조의 문제다?
◆ 정윤철> 그렇죠. 스크린수를 몇 개 결정하느냐 이런 것들은 다 극장한테 권한이 있기 때문인데, 여러 가지 비난으로 영화의 기세가 꺾이니까 극장이 곧바로 스크린을 줄이고 새로운 상품인 택시운전사로 갈아탔다는 의미였고요. 택시운전사도 1900개라는 굉장히 많은 관을 열었습니다.
◇ 김현정> 1900개?
◆ 정윤철> 네네. 거의 사실 비슷합니다.
◇ 김현정> 그렇네요.
◆ 정윤철> 그렇지만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독과점을 계속하고 상처를 입히고 또 그다음에 무책임하게 버렸다, 한마디로 극장의 갑질이다, 이런 비난이 담긴 글이었습니다.
◇ 김현정> 조금 전에 감독이나 뭐 제작자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이 상영관 개수라는 건 도대체 어떻게 정해지는 거예요? 구조가 어떻게 되는 거예요?
◆ 정윤철> 배급사에서 대충 결정을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유통을 하는 극장에서 그때그때 굉장히 사실 통제를 못할 정도로 각 지역의 점장들, 극장 점장들이 그날그날에 따라서 막 결정합니다.
◇ 김현정> 그날그날에 따라서요?
◆ 정윤철> 롯데시네마에서 6개 걸었다. 그러면 옆에 있는 CGV에서는 7개 걸고 서로 경쟁이 되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중앙에서도 컨트롤이 될 수 없는 그런 상태에서 거의 정글처럼, 막 이렇게 시장질서가 전혀 없어요.
◇ 김현정> 어떻게 보면 군함도같이 잘된 영화도, 크게 대중적으로 성공한 영화도 일주일 만에, 이주일 만에 바뀌는 판이라면 그렇지 않은 영화들은 도대체 기회가 어느 정도인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네요.
◆ 정윤철> 굉장히 살벌한 상황이죠.
◇ 김현정> 그런데 극장 쪽에서의 반론도 있습니다. 티켓파워가 있고 극장 입장에서는 이익을 내야 하는 거지. 우리가 무슨 자선 기부하는 단체도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영화를 혹은 찾을 것 같은 영화를 거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 이 반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윤철> 충분히 극장의 입장도 이해하는데요. 하지만 증거가 있습니다. 사실 좋은 사례가 류승완 감독 전작인 베테랑. 이 영화도 1000만이 넘었는데 불과 한 1000개 정도 극장으로 사실 1000만을 넘었고요. 국제시장이란 영화도 이 영화는 불과 900개로, 다른 경쟁 영화가 있었기 때문에 900개밖에 극장을 못 잡았어요. 그렇지만 1000만을 돌파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많이 걸지 않아도 조금만 오래 극장에 걸어두면 극장도 사실 장사를 할 수 있습니다.
위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하긴 스크린 독과점을 지나치게 해버리면 오히려 역풍이 불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극장들도 알아야 될 것 같아요.
◆ 정윤철> 그럼요. 멀티플렉스라는 곳은 어떻게 보면 뷔페식당인데요. 이런 다양한 음식을 내놔야 되는데 고기가 맛있다고 해서 고기만 내놓는다. 그러면 사람들이 찾지 않겠죠.
◇ 김현정> 이 비유 굉장히 괜찮네요. ‘여러분, 고기가 괜찮을 것 같습니다.’라고 해서 고기만 잔뜩 내놓으면 그게 정말 뷔페식당이냐, 제대로 된 식당이냐 이 말씀?
◆ 정윤철> 네. 채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안 가겠죠.
◇ 김현정> 어제 영화인들이 모이셨다면서요?
◆ 정윤철> 네.
◇ 김현정> 무슨 얘기들 하세요?
◆ 정윤철> 이게 하루 이틀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좌시할 수 없다, 이러다가는 정말 1년에 영화 한 10개만 만들어야지 뭐 하러 그렇게 100여 편을 만드냐. 극장에 걸어도 바로 일주일 만에 쫓겨나고 상영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면... 영화가, 한국 영화도 망하고 사실 외국 수입 영화도 스파이더맨이나 트랜스포머 이런 정말 큰 몇 개 영화 외에는 정말 좋고 다양한 영화들도 다 망한다, 굉장히 뭔가 다들 격앙돼 있었고 절박한 심정이었습니다.
◇ 김현정> 정말 갈 때까지 갔다라는 말이 나왔을 법합니다.
◆ 정윤철> 사실 재수하듯이... 아예 걸 기회를 못 갖고 떨어져서 내년으로 밀리고 이런 영화들이야 한 30~40% 되는데요. 무엇보다 국가에서 좀 민간 극장과 유통업자들과 생산자인 영화인들끼리 서로 싸우게 만들지 말고. 지금이 벌써 10년째인데 좀 나와서 룰을 정하고 입법을 통해서 법을 만들어서 스크린 몇 개 이상은, 30% 이상은 한 영화가 차지하지 못하도록 독과점에 대한 방지법을 만들어 달라. 좀 정부에서 뭔가 룰을 정해야 되는 그런 상황입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죠. 정윤철 감독님 고맙습니다.
◆ 정윤철> 고맙습니다.
◇ 김현정>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또 일고 있죠. 영화 말아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감독. 정윤철 감독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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