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유럽에 이어 국내산 계란에서도 초독성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상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됐던 참사로 해당 농장뿐만 아니라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남양주시 산란계 농가 계란, '피프로닐' 살충 성분 검출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농가의 달걀에서 '피프로닐' 살충제 성분이 코덱스 기준치인 0.020mg/kg 보다 많은 0.036mg/kg이 검출됐다고 15일 밝혔다.
또, 경기 광주시 산란계 농가에서는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 0.01mg/kg 보다 많은 0.0157mg/kg이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피프로닐이 검출된 남양주시 산란계 농가는 8만마리를 사육해, 하루 평균 2만5천개의 계란을 생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펜트린이 검출된 광주시 산란계 농가는 6만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만7천개의 계란을 시중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이들 농가에서 생산돼 유통된 계란에 대해 유통·판매를 중단 조치하고, 정밀검사 결과 부적합 시에는 전량 회수.폐기 조치할 계획이다.
또한, 농식품부는 15일부터 전국 모든 산란계농장의 계란 출하를 중지하고 3천마리 이상 사육하는 모든 농장을 대상으로 3일 이내 전수 검사를 실시해 문제가 없는 농장의 계란만 출하를 허용할 방침이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14일 오후 8시 식약처와 농축산물검역본부, 농산물 품질관리원, 양계협회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마련하고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 살충제 계란, 예견됐던 참사…지난해부터 닭 진드기 창궐최근 기상이변에 따른 여름철 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지난해와 올해 산란계 농장에서는 닭 진드기(일본명, 와구모)가 창궐했다.
이 같은 진드기는 산란 닭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산란률이 떨어져 농가에서는 골치 아픈 해충이다. 결국, 산란계 농가들은 닭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RELNEWS:right}
현재 정부가 허가한 닭 진드기 살충제품은 와구프리와 카바린분제 등 모두 12개 제품이 있으며, 이들 살충제는 '트리클로폰'과 '비펜트린' 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독성이 매우 강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시한 독성정보에 따르면, 트리클로폰은 흡입, 섭취, 피부 투과에 의해서 흡수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트리클로폰에 노출될 경우 구토와 경련, 불안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신경마비가 올 수 있다며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독성이 강한 살충제를 축사 소독용으로 제한해 사용해야 하지만 닭과 케이지(철재 우리)에 직접 살포한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산란 닭의 몸 안에 축적된 살충제 성분이 계란을 통해 배출되거나, 케이지에 남아 있던 잔류성분이 계란을 직접 오염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일부 농가들은 살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초독성 성분이 함유된 살충제를 사용한다는 의혹도 끊이질 않았다.(CBS노컷뉴스 2016년 8월 17일~19일 연속보도 참조)
◇ 정부, 계란 위생관리 허점 노출이와 관련해 지난 8일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산란계 농장 계란에서 초독성 성분인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돼 전 유럽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에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작년에 CBS보도 이후 양계협회나 농가에 지도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며 "농가들도 가급적 살충제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상반기에 국내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2회에 걸쳐 모두 2천390건의 살충제 잔류검사를 실시한 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역본부의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지 산란계 농장에서는 여전히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으며, 결국 이번에 살충제 계란이 발견됨으로써 정부 검사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닭에 사용할 수 없고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만 일부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는 '피프로닐' 성분이 계란에서 검출됐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상 고온 현상으로 닭 진드기가 확산되면서 살충효과가 큰 '피프로닐' 계통의 살충제 사용이 일반화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닭 진드기가 워낙 많이 발생하면서 일부 농가들이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국 산란계 농장뿐만 아니라 살충제 유통실태 전반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