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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 간' 싸이월드에 삼성이 50억 투자한 이유

IT/과학

    '한물 간' 싸이월드에 삼성이 50억 투자한 이유

    모바일+인공지능+동영상+140억장 사진 시너지 주목

     

    삼성이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에 5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벤처·스타트업 투자회사인 삼성벤처투자는 최근 싸이월드에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당장 어떤 서비스를 도입할 지 결정된 바가 없다"며 "통상적인 벤처 투자 활동의 연장 선상에서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이 이번 투자를 통해 갤럭시S8 등에 탑재된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와 관련된 뉴스·음원서비스나 SNS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 모바일 플랫폼과 연동되는 새로운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접목시키 위한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투자에 대한 성과가 있다면 싸이월드 서비스를 삼성이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이 애플·구글 AI와 경쟁하는 '빅스비'를 통해 독자적인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게 되면서 모바일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소셜 미디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싸이월드는 1999년 등장해 2002년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 프리챌 파동 이후 이용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회원수가 3200만 명까지 늘어나는 등 '미니홈피'와 '일촌'이라는 용어를 확산시키며 세계 최대 규모의 SNS로 주목받았다. 2003년 SK컴즈에 인수됐지만 운영 미숙과 모바일 대응에 실패하면서 2014년 분사되는 불운을 겪었다.

    방문자수는 월 200만 명으로 급감했고, 휴면계정도 500만 개에 달했다. 2016년 재기를 노린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했지만 모바일로 돌아선 이용자를 되돌리기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이후 벤처 1세대로 프리챌 신화를 썼던 전제완 유아짱·에어(Aire) 대표가 지난해 7월 싸이월드 지분을 스왑 형태로 100% 인수한 뒤 기존 미니홈피 핵심 기능에 동영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탑재한 '싸이월드 어게인 8.0' 버전을 업데이트 하는 등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대항 하는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전 대표가 싸이월드 인수 이후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선 곳이 없어 삼고초려를 거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여간의 목마름은 국내 굴지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투자로 일단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싸이월드에 투자를 전격 결정한 이유로 전 대표의 삼성물산 출신 이력이 큰 작용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전 대표가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

     

    싸이월드 최대 강점은 여전히 계정을 유지하고 있는 3200만 명의 회원과 140억 장의 저장사진, 다이어리 20억 건, 배경음악 5억3천만 건, 가상화폐 포도알(도토리)이다.

    삼성전자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을 통해 스타트업 스핀오프 방식으로 스타트업 활성화에도 나서고 있다. C랩(Creative Lab) 출신 창업 기업은 2년 만에 25곳으로 늘어나는 등 빠른 성과를 보이고 있다.

    C랩 사업은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가상현실(VR), 하드웨어 등 삼성그룹의 전분야에 걸친 신성장 사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이때문에 삼성이 모바일 플랫폼 전략의 일환으로 싸이월드 살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싸이월드는 동영상 아카이브, 실시간 다중 화상 채팅 기능인 에어라이브도 통합돼 VR 등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

    삼성은 모두 50억 규모의 투자금 중 1차 투자분을 싸이월드 측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싸이월드는 현재 20~30명 안팎의 인력을 두고 있는데 지난 7월부터 전략기획, 서비스기획, 광고기획, 콘텐츠사업, 웹/앱 디자인, 웹/API 개발, 검색서버 개발, 메시징 개발, 모바일 프로그램, 멀티미디어 프로그램, DBA 분야 인력 등 비교적 큰 규모의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싸이월드 부활' 명제는 삼성의 투자로 파란불이 켜졌지만 문제는 10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가 관건이다.

    전 대표는 지난해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년의 격차는 에어라이브의 영상 플랫폼이 이어줄 수 있다고 본다. 싸이월드에서 지인들과 라이브 영상과 채팅 기능을 이용해 실시간 만나고 과거 추억의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수다를 떨 수 있다. 전세계 110개국에서 다양한 언어로 지원되는 것이 강점"이라며 140억 장의 사진 데이터 활용과 라이브 동영상 커뮤니티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에는 PC전용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 '싸이월드 스튜디오'를 내놓기도 했다. 삼성 모바일에서 싸이월드의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 플랫폼이 통합되거나 탑재되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애플과 구글은 전세계 스마트폰 사용자가 매일 찍는 수억 장에 이르는 사진·동영상 데이터를 차곡차곡 저장해두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삼성 스마트폰의 핵심 데이터는 모두 구글이 가져간다. 전문가들은 싸이월드에 쌓여있는 140억 장의 사진 등의 사용자 데이터를 모바일에서 쉽게 꺼내보고 활용할 수 있게만 된다면 상당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개발·운용비용과 플랫폼 부활이 절실한 싸이월드와 모바일에 최적화 된 사용자 데이터베이스가 몹시 필요한 삼성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정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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