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외부자들' 방송 화면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 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며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데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미국 등과의 국제공조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나 의원은 한미공조에 부담을 주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자가당착에 빠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나 의원은 지난 22일 밤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에 출연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를 두고 아래와 같이 비판했다.
"문 대통령께서 남북 문제에 대해 본인의 지지자들과 생각을 맞추는 부분, 그렇지 않은 부분과의 사이에서 외교·안보 문제에는 어쩔 줄 몰라하신다고 본다. 결국 이 문제는 왔다갔다 하면서 국제적으로도 인심 잃고, 인심 잃는 정도가 아니라 한미동맹에 팀이 생긴다. 북한문제나 북핵 문제도 정말 시간이 짧게 남은 것인데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평화, 대화. 말로 들으면 아름답다. 그런데 대화를 구걸한다고 대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 시점에 있어서 이렇게 긴장을 고조하고 북한이 ICBM을 발사하고 나서, 처음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전화를 50여 분간 통화했다"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휴가 이야기하면서 열흘 지나서야 처음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했다. 그 다음에 최근 괌 이야기 나오고 나서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화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화 안하고 있다. 독일이 통일할 때도 독일 혼자 힘으로 한 것이 아니다. 결국 주변 4국(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의 동의를 얻어서 했다. 우리가 남북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우리 혼자서는 절대로, 우리 마음대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만 (국제공조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일단 전화를 몇 번 했느냐, 이런 것 갖고 시비거는 것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며 "아베 전화할 때마다 우리도 따라서 전화해야 되나.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금 (한반도 위기론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없다. 오바마 때는 전략적 인내였는데, 지금(트럼프)은 전략적 혼선이다. 물론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해한다. 강경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까. 대통령이 중간에 섯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분(트럼프)이 예전 무슨 사업가 기질이 있으니 무슨 협상하듯이 강경 입장을 대통령이 펑펑 해대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북한에서 자극 받아서 괌 폭격을 이야기했다. 사실 미국에서 대북 정책을 담당하는 것은 국무부로 볼 수 있는데, 틸러슨(미 국무부 장관)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결국 압박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것이다. 대화의 4가지 조건도 얘기했다. '정권 교체 요구 안하겠다' '체제 붕괴 원하지 않는다' '통일을 앞당기려 하지 않겠다' '주한미군의 전진배치 하지 않겠다'라고 (북한에) 4가지 약속을 해 주는 것이다."
진 교수는 "(이렇게 미국이 북한에) 대화를 위한 조건을 내세운 것이다. 압박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 제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런 와중에 괌 사태로 인해 이런 것들이 다운되는 상황"이라며 "지금 트럼프가 오히려 비판을 받잖나. 미국언론들은 트럼프가 한방 먹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심한 말을 하다가 한국 대통령에게 점잖게 한방 먹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 "한반도에서 전쟁도 가능하다는 거냐?" 물음에 나 의원 "국제공조 중요"나 의원은 "지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전 단계는 예전 정부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선택지가 좁하질 수도 있고, 미국도 어떻게 해서든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계"라며 "그런 의미에서 한미공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미국은 지금 자신들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맞서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문 대통령께서 (트럼프에게) 전화를 못하셨냐. 결국 (대북 제재의 수준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군사적 옵션을 쓸 수 없다고 그러잖나. 저도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께서 밖으로 하는 메시지에 있어서 거기(군사적 옵션을 배제한 데)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코리아) 패싱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결국 (공조에) 틈이 있게 되면 미국이 우리나라에 정보 다 주겠나. 미국이 정보 안 준다. 미국은 이제 북한 핵 문제가 한반도 문제가 아니라 자기 나라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것(북한 핵의 사정거리에 미국 본토가 들어갔다는 것)은 미국 정권으로서는 자기네 국민을 안심시켜야 되는 것이 있다. 그러면 여기서 어떻게 발맞춰 공조할 수 있냐. 정말 긴밀한 대화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진 교수는 "질문이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행동이라는 것은 미국한테는 옵션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옵션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나 의원은 "당연히 동맹에서도 이견은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조화하는 데 있어서 군사적 옵션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더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고, 그럴 때 군사적 옵션에 대해 (문 대통령처럼) '우리는 쓸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응했다.
또다시 진 교수는 "그렇다면 미국에서 그렇게 (군사적 옵션을) 얘기하는 것은 자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자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얘기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자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런 얘기(군사적 옵션 배제)를 할 수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나 의원은 "결국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포기하는 길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 힘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을 위해 우리가 군사적 옵션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라고 맞섰다.
정봉주 전 의원은 "방송에 나갈 것이니 분명하게 얘기해 달라. 지금 자유한국당이 집권을 했다 치고, 북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특히 남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어떤 방식을 취할 것인가? 군사적 옵션까지도 포함하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나 의원은 "모든 옵션은 가능하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 전 의원이 재차 "한반도에서 전쟁도 가능하다?"라고 묻자, 나 의원은 "문 대통령이 '우리의 동의 없이 안 된다'고 하셨다잖나"라고 답을 흐렸다.
다시 한 번 "자유한국당이 지금 집권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얘기해 달라"는 정 전 의원의 물음에 나 의원은 "국제공조라고 생각한다. 국제적인 공조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정 전 의원은 또다시 "추상적으로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나 의원은 "독일 통일도 국제적 공조 속에서 이뤄졌다고 아까 말하지 않았나"라고 맞섰고, 정 전 의원은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국제공조 안하고 있나? 고립돼 있나?"라고 반박했다.
나 의원은 "대북제재에 있어서 국제공조는 같이 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 공약이라든지 처음 이야기하실 때 개성공단 재개도 이야기하셨고, 금강산 관광 재개도 이야기하셨다. 그것은 국제공조 틀에서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은 "그때는 북한의 ICBM 발사 이전"이라며 반박을 이어갔다.
"(북한이) 7월 4일, 28일 ICBM을 발사했다. 그리고 미국이 본토를 공격 당할 수 있는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 이제 군사적 행동도 감행할 수 있다고 했을 때, 문 대통령은 분명히 '한미공조, 한미동맹 중요하다. 이 틀 안에서 해결하고 UN의 틀 안에서 해결하되,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 특히 우리 동의 없이는 안 된다'고 할 때, 야당은 국제공조라는 추상적인 것 말고 뭐가 있나?"
이에 나 의원은 "아까 얘기했듯이 전쟁 옵션에 대해 (이때 정 전 의원이 '전쟁도 할 수 있다?'라고 물었다), 그러니까 전쟁을 불사한다기 보다는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얘기해야 될 때라는 것"이라며 "지도자라면 그러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답했다.
정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우리가 압박하는 수단을 가질 수 있고 우리도 군사적 수단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얘기하지만, 끝까지 전쟁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전쟁 하자는 것인가? 전쟁도 할 수 있다"고 재차 물었고, 나 의원은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진 교수는 "결국 전쟁을 불사하자는 얘기잖나"라고 꼬집었다.
◇ "한시적 전술핵 재배치가 맞지 않나 생각"…미국 주도 NPT 거부 의사?이어진 토론 주제는 자유한국당의 '1991년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남한에 재배치하자'는 주장이었다. 나 의원은 "예전 (프랑스를 핵무장국으로 만든) 샤를 드골 대통령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핵무기는 절대무기다. 절대무기는 절대무기로만 막을 수 있다며 프랑스의 핵무장 이야기를 했다"며 말을 이었다.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단계 직전에 이르렀다. 결국 그렇다면 이 한반도의 핵 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핵우산만 믿을 수 있느냐에 대한 불안감. 미국과 한국이 동시에 핵 위협에 빠졌을 때 미국이 한국을 지켜줄 수 있느냐는 것 때문에 핵무장론이 대두된 것 아닌가. 사실 NPT(핵확산방지조약)에 예외조항이 조금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빠져나갈(핵을 보유할 수 있는) 구멍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한시적, 핵 위협이 없어질 때까지 전술핵 재배치가 맞지 않나 생각한다. 사실 저러한 정도의 주장으로 핵공유만 이끌어내도 우리의 핵우산 실효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에 진중권 교수는 "우리 것이면 우리가 재배치할 수 있지만, 우리 것도 아닌데 남의 것을 갖고 우리가 재배치하네, 마네 하는 것인가"라며 "이것이 (미국) 핵우산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미국의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이것(전술핵 재배치)을 못 받는다. 왜냐하면 NPT를 주도하는 것이 미국인데, 자신이 주도하는 이 세계 전략을 뒤엎고 한반도를 위해 이것을 해주겠나.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줄줄이 (전술핵 배치를 요구해) 큰일 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사드 레이더 하나 들어온 것 같고도 러시아, 중국이 이러는데, 여기에 전술핵이 들어오게 되면 가만히 있겠나.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이 격심화 될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서 (전술핵 배치를) 요구한다고 자기들 예산을 들여서 해주겠나. (전술핵 재배치는)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이다. 뭐라도 해야겠고 '북한은 핵 가졌는데 우리도 뭐 있어야 하는 것 아냐'라고 하다보니 나온 것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표퓰리즘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자유한국당이 알면서 포퓰리즘했으면 차라리 좋겠다.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한미동맹 균열로 가는 길"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미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독자적인 핵 개발로 미국을 건드린 역사가 있다. 1982년 원자력연구소에서 연구용 플루토늄 재처리한 것을 2004년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사찰이 들어온다. 우리나라 핵 움직임에 대해 미국이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고, 전술핵조차 우리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고, 미국의 군사적 범위 안에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전술핵 재배치 혹은 핵을 사다가 갖다 놓겠다 하면 대한민국은 끊임없이 핵 부분에 대해 독자적인 입장을 가지려는 나라로 색안경을 쓰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나 의원은 "우리가 이렇게 핵 균형이 깨져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왜 우리하고 대화하나. 우리가 핵을 폐기하라 한다고 북한이 폐기하겠나. 북한이 그냥 (핵을) 폐기하고 포기할까? 우리가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은데"라며 "무슨 수로 어떻게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냐. '너네 정권 다 보장해 줄게' '김정은 정권 보장해 줄게'라 하고 대화하나. 그러면 결국 뭐가 되나. 나는 정말 말만 아름다운 대화, 평화에서 우리가 무엇을 얻겠느냐, 앞으로 남북 통일의 방향은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해 진지하게 한 번 고민해야 한다. 이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핵을 개발하는데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나 마음만 먹으면, 허락만 받으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이 핵"이라며 "우리가 그것을 안하는 이유, 못하는 이유는 그 대가로서 우리가 (미국의) 핵우산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