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양잿물'로 알려진 수산화나트륨을 주원료로 하는 강력 세제로 음식이 닿는 조리 기구까지 닦아왔다는 현직 조리원의 고백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식판 외 집기류는 세제 잔류농도 검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세제가 남아있는지를 파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10년 넘게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A씨.
올 초까지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했던 A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오븐 및 기름때 제거용 세척제 '오븐크리너'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학교 급식실의 실태를 고발했다.
A씨는 "날마다 그 강력한 세제로 음식물이 닿고 또 몇 시간 동안 음식을 담아두는 국솥, 밥솥, 집기류 등도 다 닦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븐크리너를 정말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는 학교는 한 학기에 약 20kg짜리 한, 두 통 쓴다"면서도 "내가 있던 곳에서는 한 달에 네 통까지 써봤다"고 털어놨다.
A씨는 "오븐크리너는 전 판, 튀김 솥 전용으로 나오는 세제"라며 "오븐과 그릴 등에 눌어붙은 찌든 기름 성분을 제거하는데 탁월해 대용량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곳에서 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오븐크리너는 독한 강알카리 성분의 세제로 안경에 튀면 알이 녹아 자국이 생기고 살에 닿으면 화상을 입는다"며 "나를 포함해 조리원 대부분이 오븐크리너 화상을 입은 게 증거"라고 말했다.
문제는 위험·경고 표시까지 붙은 화학 물질인 오븐크리너를 꼭 필요한 곳에 극소량만 쓰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이 직접 닿는 국솥, 밥솥 등 집기류 등도 닦으며 마구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과잉으로 오븐크리너를 사용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선생님에 따라 요구하는 청소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금방 산 것처럼 반짝반짝한 상태를 원하는 선생님이 있으면 오븐크리너를 사용해야만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오븐크리너로 닦지 않아야 할 조리기구까지 과하게 닦게 된다는 것이다.
대전교육청 2017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보면, 식기 등 급식기구는 세척제가 잔류 되지 않도록 음용에 적합한 물로 반드시 헹굼 작업 시행하도록 돼 있다. 또 월 1회 이상 세척제 잔류 여부 확인검사를 해 검사내용을 기록지 하단에 기록해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세제 잔류농도 테스트지가 있지만 이는 식판 검사용"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오븐크리너로 씻은 국솥이나 밥솥은 세제 잔류농도 테스트를 하지 않아 세제가 남아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다.
A씨는 학생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드러냈다.
"날마다 그 독한 세제로 국솥 등을 닦아내고 물로 여러 번 헹구고 하지만 그게 다 사라질지 모르겠다"며 "아이들 국 끓이는 국솥을 닦을 때는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빚을 지고 사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또 "조리원들끼리 모이면 우린 죽으면 폐암으로 죽을 거란 말을 한다. 그 독한 세제를 매일 쓰면서 연기를 마시고 우리도 그 음식을 먹으니까"라고도 했다.
물로 희석해서 쓰라곤 하지만 희석하면 반짝반짝 닦이지 않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선 원액으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
A씨는 "어떤 선생님은 독한 약이니 쓰지 말라고 하지만 깨끗하고 반짝해 보이는 걸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으면 오븐크리너를 많이 쓰게 돼버린다"고 고개를 저었다.
오븐크리너에 주로 들어가 있는 '수산화나트륨'은 독성이 강한 염기성 물질이다. 전체 함유량의 5%가 넘으면 유독물로 분류될 정도로 강한 염기성을 띤 이 물질은 성분상 양잿물과 흡사하다.
'수산화나트륨'이 함유된 세제를 사용할 경우 제대로 헹구지 않으면 세제가 남게 되고, 소량의 성분이라도 지속해서 흡수하게 되면 '천식'이라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