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회장(왼쪽) 윤석민 부회장(오른쪽)
'박근혜 정권을 도우라'는 보도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SBS 대주주 윤세영 회장이 11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노조, 위원장 윤창현)가 노보를 통해 문제제기 한 지 6일 만이다. 하지만 노조는 "소나기를 피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회사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윤 회장은 이날 사내방송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회장 직과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홀딩스 의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지상파는 각종 규제에 묶여 경쟁의 대열에서 점점 뒤처졌다. 지상파라는 무료 보편서비스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며 차별규제가 개선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을 저는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며 "우리가 안고 있는 이런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부득이 절대 권한을 갖고 있던 당시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던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언론사로서 SBS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적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과거 이런 저의 충정이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공정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를 선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아들인 윤석민 의장에 대해서도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SBS 콘텐츠 허브와 SBS 플러스의 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주주로서 SBS 미디어홀딩스 비상무 이사 직위만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의 사임 선언에 대해 노조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창현 노조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물러나겠다는 선언만 있다"면서 "이사 선임권은 그대로 갖고 있겠다는 말로, 사실상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의 요구사항은 아직 전달하지도 않았는데, 노사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임을 발표했다"면서 "이는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그저 소나기를 피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BS노조는 내부 논의를 통해 곧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