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열린 SBS 월화드라마 '조작'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문성근 (사진=황진환 기자)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정황만 있었던 'MB 정부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11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문화연예계 특정 인물과 단체를 대상으로 퇴출 압박 활동을 하게끔 지시했다.
국정원이 퇴출활동을 펼친 문화연예계 인물은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문화계 6명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김규리) 등 배우 8명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 감독 52명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 8명 △윤도현, 故 신해철, 김장훈 등 가수 8명이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9. 11. '박원순 제압문건·MB 블랙리스트'는 모두 사실이었다)지난 7월, SBS 월화드라마 '조작'에서 기자세계 생리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기득권이 되고자 하는 대한일보 상무 구태원 역으로 무려 8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배우 문성근도 이 명단에 올라 있었다. 배우 가운데서는 첫 번째로.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 '부러진 화살'(2011), '해무'(2014) 등 영화에서는 볼 수 있었던 그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조작'으로 복귀하기 전까지는,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자명고'가 그의 드라마 최신작이었다.
문성근은 12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 알 수 있었던 일이 확인된 것"이라며 "이런 국가폭력이 어떻게 실천, 실행됐는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컷 인터뷰▶ 국정원이 특정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퇴출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도를 본 심경은.영화감독이 52명 정도 되더라. (그 중에 배우로 이름을 올려서) 영화계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걸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쁘더라. 그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다 알 수 있었던 일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특정인을) 사찰하고 불이익을 주려고 움직였다는 건데, (블랙리스트가) 실행되기까지 관련된 사람들 증언을 모으고 꼭 문책도 해야 한다.
이런 일이 과거 유신 때, 5공·6공(5~6공화국) 때도 있었지만 87년 항쟁 민주화 이후 사라진 게 아닌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이) 불법부당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게 (이명박 정부 때) 다시 시작됐다는 의미다. 이런 국가폭력이 어떻게 실천되고 실행됐는지에 대해 정확히 밝혀내야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전체 규모가 제대로 밝혀졌으면 좋겠다.
▶ 이미 알고 있던 게 확인됐다고 했는데 의심 갈 만한 정황이나 경험이 있었나.
제가 이번에 방송 출연을 8년 만에 한 걸로 확인된 게 아니겠나. 자꾸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만 얘기가 되는데, (이번 발표는) 형식은 다를지 몰라도 MB 시절에도 이미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건 얼마 전 정병국 전 장관(201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자백했다. 유인촌 장관 시절에 블랙리스트가 있었노라고. (이번 발표는 블랙리스트가) 박근혜 정부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 정병국 전 장관은 지난달 8월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문체부 장관이었을 때도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인촌 전임 장관이 이전 정권에서 한 행태를 척결하겠다면서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정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때 명계남, 문성근, 이창동 등이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링크)▶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방송 출연 섭외에 크게 어려움이 없는 건가. 최근 '조작'으로 8년 만에 복귀했는데 차기작 계획도 궁금하다.('조작'으로) 이제 다시 활동한다는 것을 신고한 셈이다. 연기자는 (연기를 꾸준히 해) 늘 기름칠하고 닦고 조여야 하는데 오랫동안 못 했기 때문에 제 스스로 지금 다시 조율하는 단계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많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