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40대 여성이 남편에게 돌로 십여 차례 머리를 찍히는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해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소극적인 대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고가 난 가정은 2달 전 집안 물건을 파손하는 등 소동이 일어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14일 경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4시쯤 경주시 동천동의 한 산책로에서 B(43·여)씨의 머리를 돌로 십여 차례로 내려친 혐의로 남편 A(49)씨가 구속됐다.
경찰 조사결과 평소 의처증이 있는 A씨가 술을 마시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으며, B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7월에도 집안 집기를 부수고 분신자살을 하겠다며 소동을 벌여 경찰이 출동했지만, 당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가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가 결국 터진 것.
이에 대해 경주경찰서 관계자는 "지난번 신고는 가정 폭력이라기보다는 재물 손괴에 가까웠다"면서 "가정폭력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부인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A씨의 경우 가정폭력 재발우려 기준에 못 미쳐 긴급임시조치 등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3개월 내에 신고가 3번 이상 들어오거나 흉기를 들고 위협한 경우 등은 관리대상이 된다"면서 "하지만 신고 1번으로 가정폭력으로 몰아넣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피해자의 동의 없이는 가정폭력 처벌과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일선 경찰서와는 달리 경북지방경찰청은 경찰의 판단에 따라 선제적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의 상태가 심각해 보이거나 경찰이 봤을 때 폭행 흔적 등 위험하다고 판단이 되면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으로 등록하고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침에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현장에 있는 지역경찰의 판단에 따라 조치 유무가 결정되는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인식 개선과 현장 조치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로뎀나무 가정문제 상담소 윤정숙 소장은 "가정폭력을 가정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신고를 해도 경찰이 별일 아니라고 가버렸다고 한 피해자가 있었을 정도이다"고 전했다.
이어 "보복 등이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경찰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쉼터에 갈 수 있는 것 등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공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북지역은 해마다 가정폭력 피해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가정폭력 검거 및 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북도 2013년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이 532명이었다.
이후 2014년 564명, 2015년 2천198명, 2016년 2천169명, 올해 7월까지 958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구속된 인원은 2013년 20명, 2014년 13명, 2015년 30명, 2016년 40명, 올해 7월까지 7명에 그쳤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