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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화장장' 설립 놓고 곳곳서 반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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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화장장' 설립 놓고 곳곳서 반발…왜?

    반려인구 천만 시대…필요는 하지만 사회적 합의 우선돼야

    경기도 파주시 오도동에 동물화장장이 조성될 예정인 가운데 마을 주민들이 동물화장장 진입로 입구에 천막을 치고 1년 넘게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고태현 기자)

     

    국내 반려동물 사육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서면서 가족처럼 가르던 반려동물의 사후(死後) 처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땅에 묻거나 비닐에 담아 버리던 관행이 사람의 장례처럼 화장(火葬)하고 유골함에 넣어 안치하는 등 반려동물 장례문화도 확산하는 추세다.

    그러나 증가하는 반려인구에 비해 국내 동물화장장은 턱없이 부족해 전국 곳곳에서 동물화장장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동물화장장 조성예정지 주민들은 쾌적한 주거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며 연일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관할 자치단체도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동물장묘시설 건립과 관련된 인·허가 등을 반려하며 업체와 법적 분쟁을 벌이는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파주시 교하동 옛 주민센터에 설치된 천막. 주민들은 지난 3일부터 이곳에서 추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고태현 기자)

     

    ◇"평화로운 시골마을에 동물화장장이 웬 말"…경기·경남·경북서 주민 잇단 반발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교하동 주민센터 입구. 6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노인 3명이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천막 농성을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지난 3일부터 이곳에 임시 천막을 설치했고, 동네 노인들이 조를 짜서 하루 6시간씩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주민들은 반려동물 장묘업체인 A사가 파주시 교하동 오도1리 마을에 동물화장장을 설치하겠다고 밝히자 화장장 인근에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백여 가구가 거주하는 마을에 동물화장장이 들어서는 것은 환경오염을 비롯해 주민들의 재산권,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1년 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오도동 주민대책위원회 조현욱 위원장은 "국가사업도 아닌 개인 영리사업인 동물화장장을 마을 한복판에 설치하는 것은 평화로운 시골마을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최첨단 소각시설이라고 하지만 화장장이 가동되면 각종 유해물질과 악취로 마을과 인근 택지지구 주민들이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경북 칠곡군에서는 주민 4백여 명이 군청 앞에서 가산면 다부리에 들어설 예정인 동물화장장 건립 반대 집회를 열었다.

    경남 김해시에서도 생림면, 상동면에 동물화장장 3곳이 동시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파주 오도동에 들어설 예정인 동물화장장. 샌드위치 판넬로 지어진 건물 뒷편으로 화장로와 연결된 연통 2개가 하늘로 향해 있다. (사진=고태현 기자)

     

    ◇'동물화장장 불허는 위법'…법원 잇단 판결에도 갈등은 계속

    동물화장장 건립에 따른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관할 자치단체도 각종 인·허가 등을 반려하며 업체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동물장례식장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설로 반드시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로 볼 수 없다며 잇따라 업체 손을 들어줬다.

    지난 13일 수원지법 행정1부는 동물장례식장을 추진해온 B씨가 용인 처인구청장을 상대로 낸 '개발행위 불허가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물장례식장이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이란 객관적 증거가 없고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있더라도 각종 조치를 통해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처인구청의 처분은 사실오인 등으로 인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5월 파주시 오도동에 동물화장장을 추진하는 A사도 파주시를 상대로 '동물장묘업 등록불가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파주시는 화장시설 상층부가 다른 시설과 연결돼 있어 화장장 가동 시 가스가 발생하면 차단이 불가능하다며 업체의 신청을 반려했는데, 법원은 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법원이 자치단체의 동물장묘시설 개발 불허 처분은 위법하다는 잇단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황애란 오도동 통장은 "현재 동물화장장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주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기 땅, 자기 건물만 있으면 허가를 내주는 것이 맞냐"면서 "동물 화장장은 입관과 화장 등 사람과 절차가 비슷해 마을 한복판에서 동물과 같은 취급을 받으면 어떤 기분이이 들지 생각해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는 26일 파주시의 행정소송 항소심과 별도로 주민들이 겪을 피해에 대한 별도의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거액을 들여 변호사도 선임했고 동물화장장 설치가 철회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화장장 진입로 입구에 설치된 천막에 모인 오도동 주민들. (사진=고태현 기자)

     

    ◇필요성엔 '공감', 위치 선정은 '신중'…사회적 합의 우선돼야

    주민들은 반려인구 증가로 동물화장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지리적, 위치적 요소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입지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현욱 비대위원장은 "오도동 마을이 있는 장평산 자락은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가 서식하는 곳으로 생태적 환경이 풍부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소중한 생태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동물화장장은 들어서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도동 마을은 분지 형태를 띠고 있어 대기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곳으로 인근 커피공장에서 발생하는 향도 시간이 지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동물화장장이 가동되면 주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황애란 통장도 "동물화장장을 운영하는 업체는 사업성을 이유로 인구 밀집지역, 교통 편의성이 높은 지역에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며 "동물화장장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개인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동물화장장은 자연정화가 가능한 산속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주민들과 협의를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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