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사진=노컷뉴스DB)
류현진(30·LA 다저스)이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마운드에서 내려와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그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강판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⅔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LA 다저스가 1-0으로 앞선 5회말 2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으로서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결정에 아쉬움을 느낄 법도 하다. 팀이 앞서있어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고 있었고 무실점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강판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4회까지 류현진의 투구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2회말 1사 후 연속안타를 맞고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두 타자를 각각 삼진, 내야땅볼로 처리하고 가볍게 불을 껐다.
류현진은 5회말 먼저 투아웃을 잘 잡았다. 워싱턴 선발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상대로 9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한 것이 화근이 됐다. 다음 타자 트레이 터너 역시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그리고 류현진은 교체됐다.
메이저리그는 한시즌 162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일정을 치르기 때문에 선발투수가 심각한 난조를 보이지 않는한 웬만하면 5이닝까지 채우도록 한다. 시즌 내내 '퀵후크'를 했다가는 장기레이스에서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선발투수를 조기 교체하는 '퀵후크'를 자주 시도하지만 선발투수가 난타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보통 5회까지는 마운드를 지키게 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5회까지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경기를 펼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경험을 한 선발투수는 류현진을 포함해 13명에 불과하다.
그 중에는 잘 던지다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물러난 투수가 적잖다. 4월7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서 팀이 5-0으로 앞선 가운데 4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다 근육 통증으로 급하게 마운드를 내려온 LA 에인절스의 개럿 리처즈가 대표적이다.
류현진은 낯선 경험을 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워싱턴전은 LA 다저스의 정규리그 운명이 걸린 경기도 아니었다.
로버츠 감독은 5회말 2사 이후 투수 타석을 포함해 2연속 볼넷을 내준 류현진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자칫 다음 타자와의 승부를 그르치면 더 어려운 위기에서 워싱턴의 중심타자들과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또 강판 직전 류현진의 투구수는 이미 98개로 많았다. 류현진은 5회말 두번째 타자 맷 위터스를 상대할 때 11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5회에만 31개의 공을 던졌다. 이는 로버츠 감독이 교체 시기라고 판단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로버츠 감독은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회말 2사 후 연속 볼넷이 교체의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을 확인하고 싶었다면 그대로 투구를 이어가게 하지 않았을까. 반대로 로버츠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 운영을 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류현진으로서는 아쉬운 결과였다. 다저스에게도 아쉬웠다. 다저스는 이후 불펜 난조로 인해 워싱턴에게 1-7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