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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지능을 두 번 울리는 '노오력'이란 말



사회 일반

    경계선지능을 두 번 울리는 '노오력'이란 말

    [경계에 선 아이들 ⑤] 이해받지 못하는 아이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아이들이 있다. 지능지수(IQ) 70에서 85 사이,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경계선지능'의 아이들이다.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에서도 경계에 서 있다. 대전CBS는 경계선지능 청소년의 실태를 6차례에 걸쳐 살펴보고 대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아이들…80만명
    ② 'IQ 76' 은주는 어쩌다 거리를 헤매게 됐나
    ③ 사기대출에도 성폭력 당해도…"장애인이 아니어서"
    ④ 병역·취업도…\"이대로 어른이 되는 게 무서워요
    ⑤ 경계선지능을 두 번 울리는 '노오력'이란 말


    (사진=자료사진)

     

    # 현수(가명·17)는 어렸을 때부터 지겹도록 들은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노력을 하지 않아 그렇다"는 말이다.

    고학년이 될수록 이상하게 산만해지고 성적이 떨어지는 현수에게, 부모님도 선생님도 '노력하지 않아서'라며 다그쳤다.

    현수는 최근에야 자신이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현수의 지능지수(IQ)는 70에서 85 사이에 해당되는 '경계선지능'. 정상지능보다는 낮지만, 지적장애보다는 높은 상태다.

    수치상 장애에는 속하지 않지만 학업과 일상생활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지금껏 현수의 이런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 경계선지능 자녀를 둔 학부모 김선영 씨의 하루하루는 '노오력'의 연속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이가 경계선지능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김 씨가 홀로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좋다는 치료·교육을 찾아다니고 있지만 막막하기만 하다.

    아이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찾아 전국을 수소문하는 것 역시 오롯이 학부모 김 씨의 몫이다. 비장애와 장애의 경계에 있는 아이는 일반학교도, 특수학교도 맞지 않는 상황이다.

    # 경계선지능을 갖고 성장한 민석(가명·20) 씨는 침묵하는 법을 배웠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사람들은 말이 어눌하고 질문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민석씨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런 시선을 대하며 민석 씨는 점점 위축되고 자기 표현하는 방식을 잊게 됐다고 했다.

    경계선지능 청소년은 '이해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동부터 청소년, 성인이 되기까지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계선지능에 대한 부족한 인식은 이들을 더욱 힘겹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창화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모와 교사에게는 '노력을 안 해서', 친구들에게서는 '성격이 이상해서'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으면서 '나는 성격도 이상하고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라는 부정적인 자기개념이 생기게 된다"며 "경계선지능 자체로 인한 어려움도 있지만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점점 자신감을 잃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계선지능 청소년의 우울과 불안 비율은 정상지능 청소년의 평균 2배, 많게는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배려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경계선지능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도 크게 엇갈린다.

    막막한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학부모 김선영 씨가 있는 한편, "우리 애가 그럴 리 없다"로 응수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고 현장에서는 말한다.

    이경희 대전여자단기청소년쉼터 소장은 "경계선지능 청소년을 발견해 부모에게 인계할 때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 '우리 아이에 대해 함부로 말한다'며 화내시는 분들도 있고, 학교에서조차도 '그런가요?'라고 교사가 되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경계선지능에 대한 인식이 전혀 돼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배려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화 교수 역시 "병원을 찾는 부모들과 면담을 해보면 '어렸을 때는 안 그랬다.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것이지 원래 그런 건 아닐 것이다'라며 대부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어느 곳에서도 이해받지 못한 아이들의 인간관계는 때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엇나가기도 한다.

    이경희 소장은 "분명히 이용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본인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 대부분이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애정 욕구가 크다보니 누군가 잘해주면 쉽게 마음을 열고 옳고 그름을 떠나 관계를 이어가는 측면이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해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책이 시급한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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