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2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문민정부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남긴 가치와 의미는 결코 폄하되거나 축소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분향한 뒤 추도사를 통해 "오늘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광주민주항쟁, 6월항쟁이 역사에서 제 자리를 찾았던 때가 바로 문민정부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김영삼 대통령께서 연 문민시대는 민주주의를 상식으로 여기는 세대를 길러냈다"며 "권력의 부당한 강요와 명령에 맞서고 정의롭지 못한 정치를 거부하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문민정부 이후 우리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전직 대통령의 공로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통합과 화합의 길로 가야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오늘 저는 문민정부가 연 민주주의의 지평 속에서 대통령님이 남기신 통합과 화합이라는 마지막 유훈을 되새긴다"며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대로 대한민국을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국민의 화합과 통합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보여준 과거 민주화 운동 행보에도 존경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은) 1970년대에는 유신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이끄는 강력한 야당 지도자가 되셨다"며 "민주주의의 깃발을 더 높이 들었고, YH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했으며 1979년 10월 유신정권으로부터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고초를 겪었다"고 회상했다.
또 "그에 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촉발된 부마민주항쟁은 결국 유신정권을 몰락시켰다"며 "1980년대 김영삼 대통령님의 민주화 투쟁은 5.18광주민주항쟁과 함께 다시 불타올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광주민주항쟁 3주기에 시작한 단식은 23일 간 목숨을 걸고 계속됐고, 이 땅에 다시 드리워진 독재의 어둠을 깨치고 민주주의의 새벽을 불러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거제도의 젊은 초선의원은 '바른 길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대도무문'을 가슴에 새겼다"며 "김영삼 대통령께서 40여 년의 민주화 여정을 거쳐 도달한 곳은 군사독재의 끝, 문민정부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