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인천시 웅진군 영흥면 진두항에서 구조대원들이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 사고 관련 구조자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해경이 인천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 사고 당시 선실 '에어포켓' 생존자들의 절박한 구조 요청 상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7일 공개된 녹취록은 낚시객 심모(31) 씨 등 생존자 3명과 구조당국 간 총 11차례 통화 가운데 수사와 관련한 통화내용을 제외한 6차례 통화 내용이다.
사고는 3일 오전 6시 5분쯤 급유선 명진 15호와 낚시 어선 선창 1호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선창 1호는 순식간에 배가 뒤집혔지만, 다행히 심 씨 등 3명이 있던 조타실 아래 작은 선실은 물에 완전히 잠기지 않아 숨을 쉴 수 있는 '에어포켓'이 형성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심 씨는 6시 32분 7차 통화에서 "빨리 좀 와주세요"라며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한 뒤 해경 측에 먼저 전화번호를 요구하고 자신의 위치를 담은 GPS 화면을 전송했다.
사고 발생 48분이 지난 6시 53분 8차 통화에서는 심 씨가 "여보세요, 살려줘요"라고 말하자 해경은 "명진호(급유선)가 선생님 배에 다 왔거든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심 씨는 "그게 아니라 해경이 와야지"라고 요구했다. 해경은 "저희 다 왔거든요. 선생님 지금 3명 갇혀 있는 거 인지하고 있고요. 인근 어선도 다 왔고 바로 구조하겠습니다.. 구조 준비 중에 있습니다"라고 안심시켰다.
7시 12분 10차 통화에서는 심 씨의 상황이 점점 심각해졌다. 심 씨는 "숨이 안 쉬어져요"라고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에어포켓에 산소가 희박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7시 42분 11차 통화에서 심 씨는 구조 작업이 늦어지자 "빨리 좀 보내 주세요…", "1시간 반 됐는데…", "이따구(이따위)로 해요?", "너무 추워…"라며 오랜 기다림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심 씨 등 3명은 힘든 상황에도 계속 벽을 두드리며 구조대에 신호를 보냈다.
해경은 "선생님. 지금 다행히 물이 빠지는 시기여서 물이 더 차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요.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물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셔서 기다려주세요. 저희 구조대가 지금 선내에 들어가서 수색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발견하려고요"라고 이들을 안심시켰다.
3일 오전 인천시 웅진군 영흥면 진두항에서 구조대원들이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 사고 관련 구조자를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하지만 2시간이 지나도록 구조가 안 되자 심 씨는 "빨리 좀 와주세요", "두시간 됐는데"라며 욕을 하기도 냈다.
결국, 이들은 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2시간 43분이 지난 오전 8시 48분 차례로 구조됐다.
해경은 이들의 구조에 장시간 소요된 것에 대해 "선창 1호 선주가 알려준 대로 선박 후미를 통해 진입했지만, 그물과 낚싯줄이 뒤엉켜 있어 진입로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심 씨 일행을 구조하러 가는 길에 다른 낚시객들의 시신도 다수 발견돼 접근하는데 시간이 계속 소요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녹취록은 해경이 사고 지점을 파악하지 못해 신고자에게 위치를 계속 물어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공개됐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