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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中 쌍중단 해법 놓고 고민에 빠진 靑

    이해찬 의원 발언 주목…낮은 단계의 쌍중단 의견접근 이룰까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3일부터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취임 후 세 번째 정상회담을 연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지 보름만에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이어서 중국의 원유 중단 등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민감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식 해법인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에 대해 두 정상간 어떤 얘기가 오갈지다.

    쌍중단과 쌍궤병행은 각각 북핵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을 의미한다.

    시 주석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동참하면서도 원유공급 중단 카드는 넣어둔 채, 결국 외교적 해법인 쌍중단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지난 9월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안 된다"며 중국의 쌍중단 카드를 되풀이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 신 냉전구도가 재현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서울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한국과 중국은 북핵 문제에 관해 입장이 똑같다. 쌍중단에서 입장이 같고 쌍궤병행도 같은 입장"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이 의원은 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두 번 만나 대화가 많이 됐고, 그 방법이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인 방법 아니겠느냐"며 "이런 데까지 인식을 같이하는 수준에 왔다고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특사로 중국을 방문하는 등 정부 내 대표적인 친중파로 통한다.

    청와대는 이 의원 개인 차원의 발언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 특사 역할까지 한 이 의원의 발언이 매우 구체적이고 민감한 내용도 담고 있어, 한반도 긴장수위를 낮추기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장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사드갈등 이후 양국간 경제협력 정상화에 방점이 찍혔지만,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또 내년 초에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북한 선수단까지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으로 치르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을 실현하려면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대한 '긴급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이 의원의 발언은 중국식 쌍중단 해법을 우리 정부가 그대로 차용하지는 않더라도 문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한 '핵동결은 대화의 입구, 핵폐기는 대화의 출구'라는 단계적 해법에 한-중 정상이 의견을 같이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로 종교지도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남북간 긴장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고, 살얼음판 걷듯이 아주 조심스럽지만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동이 트기 전에 또 가장 어두운 법"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의 위기 상황을 잘 이겨내면 오히려 남북관계가 더 극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한반도 긴장수위를 끌어내리려는 정부의 노력이 진행 중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청와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정부가 고려하는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 말해 '쌍중단' 전단계의 대북 접근법을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촉구하는 한편, 중국식 북핵 해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핵 문제에 대한 단계적 해법이 자칫 한미 동맹 엇박자 논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백악관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정상회담 직후 "(미·중 정상이) 쌍중단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한·미 정상이 그간 쌍중단 해법을 놓고 등가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는 점도 부담이다.

    북한의 불법적인 도발과 한미 양국의 합법적인 연합훈련을 맞바꾸는 방식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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