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칼둔 칼리파 무바라크 행정청장과 졉견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 중인 9일 접견은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자리였다.
특히 칼둔 청장은 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지난달 UAE를 방문했던 임종석 비서실장과도 3시간 30분간 회동하며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논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가 바라카 원전 수주를 대가로 국회 비준이 필요한 비공개 군사협의를 맺었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문재인 정부와 '불협화음'을 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했다.
◇ MB 정부 비밀 군사협정 "향후 논의해나가겠다"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UAE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한국군이 자동개입한다는 내용의 이명박 정부 시절 맺은 비공개 군사협의 의혹을 청와대가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칼둔 청장의 방한으로 미래지향적 양국관계가 논의된 만큼, 군사협의에 대한 이견(理見)은 봉합하고 향후 추가 논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정부에서 맺었던 양국간 군사협정에 대한 조정이 있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양한 협력분야를 논의하기 위해 국방외교장관 라인의 2+2 대화 채널을 새롭게 만들었다"며 "이 채널에서 현안과 미래 계획에 대해 폭넓고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전 정부에서 국민이나 국회가 받아들이기 힘든 군사협약을 양국 정부가 맺었냐'는 질문에 "2+2 전략적 단위를 마련하기로 한 게 소중한 결실"이라고 이를 인정하는 답변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사드처럼 봉인은 완전히 덮고 끝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또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관계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반응은 왕정국가 UAE 최고지도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 최측근인 칼둔 청장이 양국간 호혜적 관계를 강하게 원한 만큼,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을 위해 이견을 봉인하고 추후 협의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임 실장이 UAE를 방문한 뒤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UAE 왕실의 항의설, 이명박 전 대통령측 비위 조사설, 원전수주 대가 비공개 군사협의설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대부분 근거가 없는 의혹 제기 수준으로 결론났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를 위해 당시 국방부가 비공개 군사협정을 맺은 정황이 드러났고, 새 정부가 해당 협정을 바로잡으려다 양국간 갈등으로 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김태영 전 장관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UAE 유사시 한국군 자동개입 조항에 대해 "제가 책임진다며 그렇게 약속했다. 실제로 국회비준이 없으면 군사개입을 할 수 없다"며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한-UAE 군사협의 갈등설은 이날 칼둔 청장의 발언에서도 일부 확인됐다.
칼둔 청장은 이날 임 실장에게 "결혼생활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그런 도전들을 서로 극복하고 화합하는 게 결혼생활", "'좋지 않은 어떤 것이라도 좋게 되게 할 수 있다'는 아랍 속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칼둔 청장의 이같은 언급은 청와대가 이미 밝힌 대로 이명박 정부 시절 좋았던 양국관계가 박근혜 정부 중후반기에 들어 급속히 악화됐고, 새 정부 들어서도 불협화음이 계속됐음을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청와대는 비공개 군사협정 논의를 '로우키'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지만, 국회 국방위원회가 이달 말 UAE를 방문해 이명박 정부가 체결한 군사협력 양해각서와 임 실장의 특사 방문 논란 등을 현장조사하기로 하는 등 논란이 완전히 가라 앉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고치려고 했던 부분을 그대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문재인 정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이유로 8년 전의 비밀 군사협정에 대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제 와서 문제를 덮고 있다"고 한 부분은 청와대로서는 아픈 부분이지만 감내하고 가는 수 밖에 없다.
◇ 靑 "칼둔, 형제·결혼 언급하며 양국관계 중시"…상황관리에 방점
칼둔 청장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청와대 제공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칼둔 청장이 임 실장과 적잖은 시간 오찬 회동을 하고, 문 대통령을 예방한 것을 소개하면서 양국간 미래지향적 발전방안 논의에만 방점을 찍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칼둔 청장은 에너지·전자 등의 산업 분야와 관광 분야 등에서는 양국간 기존 협력 단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자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이에 임 실장은 양국간 제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박 대변인은 이후 문 대통령과 칼둔 청장의 접견 브리핑에서도 "문 대통령은 칼둔 청장이 원전 프로젝트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실질 협력을 위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며 "앞으로도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또 "오늘 임 실장이나 대통령 예방에서 칼둔 청장은 유독 형제·진실·진심·결혼 등의 용어를 많이 사용했다"며 "양국간의 관계가 그렇게 긴밀하다는 것을 표현했고, 우리도 따뜻하고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