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상품권 페이, 진짜 문제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



노동

    상품권 페이, 진짜 문제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

    방송국, 당신들의 천국…주연 배우는 회당 수천만원, 스태프는 상습적 임금 체불

    - 베테랑 촬영감독부터 바람잡이 개그맨까지…전방위적인 '상품권 페이 관행'
    - 제작비는 줄이고 을,병,정은 죽이고…방송국의 '닥치고 갑질'
    - 감사원, 상품권 지급 실태 조사하고도 뒷짐…심각한 노동 홀대
    - 故 이한빛 PD의 죽음에도 달라지지 않은 제작환경…"또 CJ E&M?"
    - CG 방송사고는 사과해도 스태프 낙상사고엔 침묵한 <화유기>
    - 안전 메뉴얼 무시, 근로기준법 무시…"이제 불공정 관행 끊을 때 됐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1월 17일 (수)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안진걸 사무처장(참여연대)
     
    ◇ 정관용>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을 돌아보는 안진걸의 이웃사람. 오늘은 방송계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20년 경력의 촬영감독이 밀린 임금 900만 원을 상품권으로 받았다 이래서 아주 화제가 된 뉴스. 여러분, 기억하시죠? 이런 일이 그 한 방송사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과거에서부터 많이 저질러져 왔답니다. 근로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않고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고 이런 것을 관행이라고 하며 당연시해 왔다는데요. 참여연대의 안진걸 사무처장과 짚어봅니다. 어서 오십시오.
     
    ◆ 안진걸>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상품권으로 임금을 줘요?
     
    ◆ 안진걸> 살다살다 또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SBS는 '동상이몽' 시즌1 당시 일했던 프리랜서 촬영감독 A 씨에게 프로그램 종료 4개월 후에야 임금 900만 원을 상품권으로 지급했다. (사진=SBS 제공)

     

    ◇ 정관용> 그런데 이게 비일비재한 일이었다면서요?
     
    ◆ 안진걸> 네, 지금 확인된 것은 SBS <동상이몽>이라고 하는 유명한 인기 프로그램에서촬영감독으로 일한. 그것도 20년간 일한 베테랑 감독입니다.
     
    ◇ 정관용> 프리랜서 촬영감독이죠.
     
    ◆ 안진걸> 여기서 두 가지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상품권으로 900만 원이라는 임금을 줬습니다. 그런데 임금은 아시다시피 현금으로, 직접, 전액, 정기적으로, 주게 돼 있거든요. 현금으로 안 준 불법행위가 발생을 했잖아요. 그다음에 정기적으로 안 줬습니다. 6개월 동안 안 주다가 나중에 준 거거든요.
     
    ◇ 정관용> 밀린 걸 준거죠.
     
    ◆ 안진걸> 밀린 급여, 체불도 있었던 것이죠. 그다음에 20년 베테랑 촬영감독이 6개월 900만 원이니까 한 달에 150만 원밖에 안 되잖아요. 지금 우리 최저임금 올해 기준으로 157만 원쯤 되잖아요, 월급으로 치면. 그것도 안 되는 거잖아요. 이렇게 열악할 수가 있습니까? 그래서 방송계 갑질119라고 거기에 수도 없이 많은 사연이 올라오는데 중요한 건 SBS뿐만 아니라 KBS도 개그맨에게 상품권 지급이 된 사례도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사진=자료사진)

     

    ◇ 정관용> 개그맨한테도, 출연자한테도?
     
    ◆ 안진걸> 그러니까 원인이 이런 거라고 합니다. 정당하게 방송 제작비용을 책정을 해서 지출을 해야 되는데 제작비용을 여러 가지 이유로 조금만 책정한 다음에 여러 대기업들로부터 협찬을 받아서 그 상품권을 급여를 주면서 제작비용을 충당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을과 병들만 죽어나가는 거잖아요. 결국 갑이라는 방송국은 비용 줄여서 좋은지 모르지만요.
     
    한편으로는 우리 청취자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무슨 유명한 배우들이나 개그맨들 1회 출연분이 2000만 원, 3000만 원도 한다던데 그런데는 엄청 쓰면서. 그러니까 그분들이 많이 받는 게 문제라고 저희도 지적하는 게 아니잖아요. 받으실 수는 있는 건데. 거기에는 한 회 출연분에 2~3000만 원씩 쓰면서 어떻게 6개월간 20년 베테랑 감독한테는 상품권으로, 그것도 체불해서 줄 수 있느냐. 심지어 상품권으로 받을래, 나중에 현금으로 받을래 이렇게 양자택일하라고 했다는 거예요. 얼마나 비참했겠습니까?
     
    ◇ 정관용> 촬영감독뿐 아니라 아까 출연자, 개그맨도 그렇고 막내 작가 또 의상이나 헤어 다듬어주는 스타일리스트 이런 사람들도 다 상품권 지급받은 사례가 여러 개 쭉 고발되더라고요.
     
    ◆ 안진걸> 계속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특히 외부에서 제작하는 방송이야 말로 아주 스태프들이 많잖아요. 이참에 이 스태프들도 노조를 만들어야 된다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거든요. 왜냐하면 언론노조는 아무래도 기자나 정규직 직원 중심으로 되어 있고 여기는 다 외주제작에서 이런 문제가 많이 발생하거든요, 그래서 정부에서도 외주제작 불공정 종합대책을 작년 12월 19일에 내놨습니다. 그런데 그거 내놔봐야 아직 현장에서는.
     
    ◇ 정관용> 적용이 안 된다?
     
    ◆ 안진걸> 제대로 안 되고 있는데. 마침 감사원도 이걸 알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감사원이 2017년에 KBS를 감사해 보니까 전체 107개 프로그램 중에 협찬품으로 제작비를 충당한 데가 전체 승인 예산의 10. 7%나 됐다는 겁니다. 88억 100만 원이나. 그 중에서 어떤 프로그램은 제작비의 73. 7%를 협찬품으로 지급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관행이 있다는 건 감사원도 알았는데 감사원은 이것은 불법이다, 근로기준법 위반이다라고 지적해야 하는데 그냥 그런 관행이 있다는 것만 확인하고 말아버린 겁니다.
     
    그러니까 제가 촛불시민혁명도 있었고 문재인 정부도 들어서서 많은 좋은 변화가 있지만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가보면 지금도 노동을 너무나 함부로 대하고 사람의 가치를 똥값처럼 이렇게 불공정하게 처분하는 그런 관행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저도 솔직히 말하면 반성합니다. 이렇게까지 심각한지 몰랐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방송국에서.
     
    ◇ 정관용>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아주 겉은 화려하고 번지르르한 그런 연예인들이 나와서 여러 가지 멋진 모습들이 펼쳐지는데 그 뒤에는 정직원이 아니라 이렇게 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않고.
     
    ◆ 안진걸> 계약서를 안 쓰는 사람들이 2분의 1이 넘는다는 겁니다, 그 현장에서, 외주제작 시스템에서는. 작가, 소품, 현장, 담당 여러 분들이 있잖아요. 이 방송이라는 게. 전기, 조명부터 시작해서 세트 공사 이런 것들까지. 그러다 보니까 최근에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하는 <화유기>라는.
     
    ◇ 정관용> 화유기, 너무 급하게 만들다가 결방되고 그랬는데.
     
    ◆ 안진걸> 2회 방송에서 결방이 있었습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tvN 드라마 ’화유기‘ 제작현장 추락사고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정관용> 스태프 1명이 낙상사고가 있었다죠?
     
    ◆ 안진걸> 그러니까 황당한 게 이 tvN이 어떤 곳입니까. 제가 지적을 안 할 수 없는 게 CJ E&M의 계열사로서 故 이한빛 PD가 결국은 살인적 방송 일정이라든지 을이나 병과의 관계에서 고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큰 문제가 됐잖아요. 그거 개선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 정관용> 2016년 일이었죠.
     
    ◆ 안진걸> 우리 방송에서도 소개하고 그랬잖아요. 여기저기에서 큰 이슈가 됐었지 않습니까? 다음 달에 방송미디어 노동인권센터도 이제 출범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기대도 하고 응원도 드려야 될 것 같은데 그 바로 CJ E&M tvN에서 <화유기> 2회 때 방송사고가 있었습니다. 와이어가 노출되고요. 빨리 제작하고 비용 절감하다 보니까 벌어진 사고인데 tvN이 사실은 방송사고에 사과만 했지 스태프 낙상사고가 있었던 것을 밝히지 않았던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무슨 사고가 났었던 거예요.
     
    ◆ 안진걸> 12월 23일에 새벽 1시에. 그러니까 12월 23일 밤 9시 1회 방송이 있었거든요. 20시간 정도 앞두고 뭔가를 급하게 이제 한 겁니다. 새벽 1시에 사고가 났다는 것부터 비정상적이잖아요. 그때까지 일을 시켰다는 것이고 했다는 것이고 그때 샹들리에를 달라고 하는 작업지시가 내려졌다는 겁니다. MBC 아트에 소속돼 있는 소품 담당 노동자들에게. 그런데 이분들은 사실 전기설치 및 배선 전문가들이 아닙니다. 이건 원래 그분들한테 따로 시켜야 되는 겁니다. 그런데 비용도 절감해야 되고 한편으로는 빨리 제작하다 보니까 이런 일이 발생한 거 아닌가. 그래서 안타깝게 하반신마비라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 정관용> 아이고.
     
    ◆ 안진걸> 이분도 베테랑이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또 보니까 비용을 아끼려고 세트장에 스프러스라고 해서 아주 강도가 약한 각목 같은 것을 썼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원래 매뉴얼대로나 비용을 제대로 줬으면 안 무너졌을 텐데 말입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 (사진=시사자키)

     

    ◇ 정관용> 오늘 일단 이렇게 문제제기 정도로 듣고요. 아까 방송계갑질119라고 하는 오픈 채팅창(https://open.kakao.com/o/gOk7PnD)이 있다고 했고 그다음에 방송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곧 만들어진다고 했고.
     
    ◆ 안진걸> 2월에 故 이한빛 PD의 안타까운 죽음을 배경으로 언론노조라든지 그 유가족들 또 청년단체들이 나서서 만들고 있고요 굉장히 저희가 기대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다음에 방송작가들도 또 방송계 프리랜서들도 노동조합 결성 같은 것들 하고 있지 않습니까?
     
    ◆ 안진걸> 그렇죠, 그런 것도 있고 저희들은 방송 스태프들이 용기도 내고 방송계 안팎의 뜻있는 분들이 언론노조라든지 시민단체들 모두 붙어서 이참에 불공정 관행을 끊을 때가 됐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청취자 분들 방송에 안 보이는 수없이 많은 어두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렇게 힘들구나라는 것 좀 꼭 알고 성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안진걸> 맞습니다.
     
    ◇ 정관용>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 수고하셨습니다.
     
    ◆ 안진걸> 네, 고맙습니다.

    [CBS 시사자키 홈페이지 바로 가기]
    [CBS 시사자키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 가기]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