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봉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세차장에서 일하며 자활급여를 받기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첫 월급은 압류당했다. (사진=박희원 수습기자)
빚이 있다는 이유로 법에서 금지한 기초생활 급여마저 압류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150만원 이하의 생계비 통장은 보호하는 법의 빈틈과 무조건 압류부터 하고 보는 관행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 "압류로 빈털터리 돼 쪽방촌 전전...살려달라 애원에도 방법 없더라""'제발 좀 살려 달라' 사정했지만 돈 갚으라는 말만 하더라"
이영봉(58) 씨는 지난 2011년 달랑 생활비 65만원이 남은 통장을 압류당했다.
우유 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입원을 했는데 보험사가 병원비 35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곧장 압류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퇴원 뒤 월세 방에서마저 쫓겨난 그는 쪽방촌을 전전했다.
지난해 5월부터 세차장에서 일하며 월급을 받았지만, 매달 나오던 자활급여와 함께 압류된 통장에서 빼내 쓸 수도 없었다.
이 씨는 "자활급여까지 압류 됐을 땐 속이 타 울고 싶더라"고 했다.
이영봉 씨의 자활급여는 압류돼 찾지 못하다가 지난해 말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압류를 풀 수 있었다. (사진=박희원 수습기자)
택배 일을 하는 전모(47) 씨는 6년전쯤 40만원가량의 자활급여를 압류당했다. 생활비가 필요해 인감증명과 도장을 대출 브로커에게 넘겼다가 당한 일이었다.
과태료 500만원을 받은 전 씨는 "아무 것도 모르고 사기를 당했다"며 "한 푼이 아쉬웠지만, 애원해도 방도가 없더라"고 했다.
◇ 보호장치 없는 '무법지대' 압류절차민사집행법과 국세징수법에 따라 150만원이하의 최저생계비나 기초생활보장 관련 급여 등은 압류가 금지된다.
하지만 현실은 두 사람 사례처럼 딴판이다.
은행 등이 채권압류 명령이 들어오면 일단 압류부터 하는 관행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채무자의 모든 계좌 잔고 총액이 150만원 이하인지 은행은 알 수 없기에 계좌 전체를 묶어버리는 것이다.
입금된 돈이 기초생활급여인지 자활급여인지도 은행이 알 수 없는 것 또한 이유다.
압류를 푸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문제다. 압류를 풀려면 법원에 압류금지채권 범위 변경신청을 해 일부 금액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소송을 해야한다.
이 마저도 범위만 조정될 뿐 압류해제가 아닌 데다, 법원의 결정이 은행에까지 전달되는 데 길게는 2달이 걸린다.
대법원 판례는 150만원 미만은 압류 못하게 돼 있어 강제적으로 적용되기에 부당한 압류는 처음부터 무효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무효확인 소송을 걸어야 하는 건 채무자에게 녹록찮은 일이다.
◇ 압류시 구제 절차 간소화하는 법 개정 준비중 김도희 서울 사회복지공익법센터변호사는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인데 권리자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무법지대란 생각이 들었다"며 "한번 압류를 취소해도 그 다음에 돈이 들어오면 소송을 반복해야 해 피해자를 지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채권자가 요청이 들어오면 은행은 얼마 있는지 확인 없이 압류하는 수밖에 없다"며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이해가 첨예해 보완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무자의 빠른 구제를 위해 압류가 금지된 생계 관련 급여에 대해 요건만 갖추면 즉시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안으로 준비중이라고 밝혔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