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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배데렐라' 배현진은 과연 피해자인가?

    한국당 "반인권적 협박으로 강제해임"… 언론계 "자업자득"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자유한국당이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를 14일 구성했다. "문재인 정권과 언론노조의 전횡으로 불이익을 받는 피해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홍준표 대표 영입 1호'라는 전 MBC 아나운서 배현진씨도 특위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배씨는 특위 위원이면서 동시에 이 위원회의 지원을 받게 될 '피해자'이기도 하다.

    한국당은 배씨 등 '피해자'에 대해 "문재인 정권과 그 홍위병 언론 노조가 결탁하여 반인권적 협박을 자행, 결국 강제 해임시킨 사례"라고 규정했다.

    과연 한국당의 주장처럼 배씨는 '반인권적 협박'을 당해 해임당한 피해자일까?

     

    ◇ 여성 앵커 평균 재임기간 훌쩍…7년째 메인 뉴스 앵커로 '승승장구'

    배씨의 이력을 잠깐 살펴보자.

    배씨는 2008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이어 입사 4년차인 2011년 4월에 이 회사의 간판인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로 화려하게 무대에 오른다.

    배씨 이전까지 뉴스데스크 여성 앵커 8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34개월이었다.

    하지만 배씨는 이 자리를 2017년 12월까지 6년 8개월(80개월)을 지켰다.

    MBC 역사상 최장수 메인 앵커였다.

    이를 놓고 배씨에 대해 그의 친정에서는 '가장 긴 시간 최고의 특혜를 누린 인물'이라는 평이 나왔다.

    2012년 파업 당시 다른 노조원을 뒤로 하고 방송에 복귀한 뒤 정권과 코드를 맞춘 경영진의 간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적폐청산의 시대 요구에 따라 MBC 인사도 상당수 물갈이가 됐다. 경영진이 바뀌고 배씨 위로는 태양 대신 달이 떴다. 양지가 음지가 됐다.

    배씨는 보수 정권 때 많은 기자, PD들이 취재부서에서 쫓겨났듯이, 본인도 정권 교체 이후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MBC 한 구성원은 "지난 몇 년간 MBC는 대대적인 언론장악을 겪었다. 그냥 주장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지속적으로 격리돼왔다. 이제야 힘겹게 정상화에 나선 상황인데, 방송장악의 주축이며 탄압을 비호했던 구 여권이 배현진씨를 언론탄압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 조명창고 배치됐다? "배현진, 사실관계도 안 맞는 논란으로 물타기"

    (사진=MBC)

     

    배씨는 자신의 뒤바뀐 처지와 관련해 "조명창고에서 업무발령 대기상태로 기다렸다"고 했다.

    하지만 '창고'라는 곳은 책상, 사무집기 등이 놓여있는 사무실이었다.

    MBC는 "미발령 상태로 있는 분들이 계신 곳"이며 "조명기구들이 놓여 있기는 하지만, 엄연한 사무공간"이라고 밝혔다.

    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의 한 조합원 역시 "배현진 씨는 '조명창고' 라고 주장했지만 애초에 창고가 아니라 사무공간"이라며 "저희 MBC에 사무공간 자체가 많이 없고,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동료들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배씨에게는 따로 노트북도 제공됐다고 한다.

    MBC 구성원들은 '조명창고'를 일종의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한 기자는 "파업 당시 동료들이 해직·정직당할 때 겪은 고통에 대한 말은 일언반구 없으면서, 지엽적으로 사실관계도 안 맞는 논란을 만드는 것은 물타기"라고 못 박았다.

    ◇ 노조원들 직무 배제 조장하고, 애견카페에 법인카드 사용 '펑펑'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한국당은 배씨 외에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인호 전 KBS이사장, 강규형 전 KBS 이사 등도 '피해자'로 분류한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 해임을 의결하며 "부당노동행위를 조장해 문화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였고, 개인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수차례 사회적 파장을 초래해 더이상 적절한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해 2월 방송문화진흥회가 실시한 MBC 사장 후보자 면접에서 김장겸·권재홍 등 사장 후보자들에게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에 대한 배제를 조장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고 전 이사장은 지난 2013년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가 맞다"라거나 "문 대통령 평소 소신대로 했으면 대한민국이 적화되는 길을 갔을 것"등의 이념편향적 발언을 꾸준히 해왔다.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 운영위원 출신인 KBS 이인호 전 이사장과 강규형 전 이사의 경우 지난해 11월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 이사장은 식사비 등 법인카드 사적 사용금액이 약 3천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강 이사 역시 애견카페 이용, 동호회 회식 등에 업무추진비 약 1400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감사원은 방통위에 업무추진비 유용이 적발된 이사들에게 해임 및 연임 제한 등의 조처를 취하라고 통보했고, 강 전 이사는 12월 결국 해임됐다. 이 전 이사장 역시 지난 1월 이사장직과 이사직에서 모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국당은 이들에 대해 '좌파정권의 방송장악'으로 무고하게 탄압당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거 행적으로 인한 '자업자득'이라는 게 언론계의 중론이다.

    "좌파정권이 반인권적 협박을 자행해 결국 해임됐다"는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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