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다니던 준우(가명·11)는 지난해 두 달을 빼곤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동급생 6명은 교실에서 일방적인 경찰 놀이를 했다. 준우를 잡아 와 책꽂이에 들어가게 했고, 의자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준우를 억지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가게 한 뒤 폭력도 가했다. 준우는 '학교폭력' 굴레에 내몰렸다.
준우에게는 '우울과 불안을 동반한 적응 장애'라는 병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수십차례 구토증상과 함께 피까지 토해내 응급실에 실려 갔다. 위독한 상태로 15일 동안 입원했던 준우의 위 점막은 파열됐다. 현재까지 준우는 약 70회의 심리 치료를 받았지만, 앞으로 5년간 신경안정제 등 약을 먹어야 한다. 한 달에 준우네 가족이 사용하는 치료비와 약값은 10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폭행 및 감금에 대한 1차 학폭위 결과, 동급생들에게 내려진 조치는 '서면사과·교내봉사' 등이었다. 2차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조치 없음' 결정이 나왔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었다.
충청남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충남학폭지역위)의 재심에서는 학교 측의 '조치 없음' 결정과 달리 '학교 봉사 10시간' 조처가 내려졌지만, 재심 결과마저 가벼운 조치에 그쳤다.
◇결국, 학교를 떠난 것은 '피해 학생'준우의 아버지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올 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치료비 등으로 생계마저 막막한 상황에서도 '학교는 보내야겠다'는 부모의 마음 때문이었다.
이사한 뒤 준우는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준우가 이곳에 와서 너무 좋다고 말한다"며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곳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에 부모로서 마음이 찢어진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조용히 아무것도 알리지 않고 처음부터 그냥 전학 갈 걸 후회스럽다"며 "괜히 이 일을 알려서 우리 아이만 학교에 못 가고 고통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과라도 받아야지 너무 억울해서 살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지는 "이런 사태를 겪고 나니 이 나라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이젠 어떤 생각까지 드느냐 하면 어차피 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이라 처벌도 안 된다. 이제 준우에게 누가 때리면 맞지 말고 더 때리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더 낫다"며 "피해자가 되면 억울함만 품고 있지만, 가해자는 사건을 질질 끌고 만 가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학교 폭력 조치 나와봤자 봉사 몇 시간 하면 끝"이라며 "우리 아이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사회봉사 몇십 시간씩 하겠다"고 억울함을 토해냈다.
◇靑 국민청원에 같은 피해 본 부모 응원·연락 쏟아져준우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학교 폭력 피해자 아버지의 호소 천안 XX 초등학교 3학년 2반 집단 학교 폭력"이란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글에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같은 반 남자 6명에게 30번 이상 집단 폭행·감금을 당했지만, 솜방망이 조치로 끝이 났다"며 "피해 학생 보호ㆍ긴급 보호 요청 묵살로 학교를 못 갔고 1차 학폭위 결정 후 학교에서 전담 마크와 분리수업 등 약속받고 다시 등교했지만, 학교측이 약속한 모든 것이 거짓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제 아들은 왜! 학교도 못가고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며 가해자 학생들은 멀쩡히 학교에 다니고 있을 수 있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라고 썼다.
아버지는 해당 글을 올린 뒤 학교폭력 피해 부모들의 연락과 응원이 쏟아졌다고 했다.
아버지는 "내게 전화 온 사람만 해도 50명이 넘는다"며 "각각의 사연도 다 마음이 아프고 다양했다. 문자로도 기운 내라는 연락이 들어온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만들어줘야 한다. (학교 폭력으로) 학교 못 다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현재 법률구조공단 천안 출장소에서 준우 측 학교폭력 사건을 맡아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