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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혁명처럼…'암호화폐'는 신세계"



책/학술

    "스마트폰 혁명처럼…'암호화폐'는 신세계"

    암호학 전문가 '블록체인 미래' 진단…"아는 만큼 기회 얻는다"

    (사진=자료사진)

     

    암호학, 다소 생소한 학문이다. "암호학이란 무엇인가?" CISSP(국제공인 정보시스템 보안 전문가) 자격을 지닌 암호학 전문가 최윤일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에게 물었다.

    그는 "암호학은 수학의 한 분야이고 정보학 쪽에서는 코딩의 한 부분"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코딩은 어떤 정보를 숫자열로 나타내는 방법이다. 정보량을 줄여서 나타낼 수도 있고 일종의 압축, 데이터 포맷을 바꾸는 것도 다 코딩이다. 코딩을 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압축의 경우 데이터 크기를 줄이는 것, 암호의 경우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속성으로 암호를 코딩하는 방법이 암호학이다."

    최윤일 연구원은 학문적 연구와 현장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암호화폐의 미래를 진단했다. 신간 '암호화폐 혁명, 이더리움 블록체인'(두리미디어)이 그 결과물이다.

    ◇ "암호화폐 모조리 망한다면 제일 마지막에 이것 남는다"

    우리는 보통 암호화폐하면 자연스레 비트코인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최 연구원은 이더리움에 주목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라는 개념에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비트코인의 경우 블록체인에 넣을 수 있는 정보는 누가 누구에게 돈을 얼마 보냈다는 거래 정보에 한정된다. 반면 이더리움은 거래 정보를 넣는 것 외에도 둘 사이에 어떤 조건으로 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식의 계약 내용을 프로그램화 해 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누구에게 돈을 한 달에 세 번을 송금하는데, 언제 얼마를 송금하고 어떤 조건이 돼야만 송금한다는 식의 프로그램이 가능한 것이다. 스마트 계약이 적용되면 그 순간 상당히 많은 응용이 가능하다."

    이어 "두 번째 이유는 토큰화(Tokenization)가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이더리움은 토큰을 만들어 블록에 저장할 수 있는데,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암호화폐 랭킹 1위에서 100위를 보면 그 중에 46개가 이더리움 기반의 토큰을 암호화폐로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이오스(EOS), 트론(Tron) 등이 있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다른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이다. 암호화폐뿐 아니라 증권, 자산 등도 토큰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토큰화 하면 그러한 자산들을 거래하고 이용할 때 그 기록이 모두 블록체인에 남기 때문에 신용, 투명성 등을 보장할 수 있다."

    결국 "다양한 목적을 지닌 토큰들의 플랫폼이 이더리움이기 때문에 만약 암호화폐가 모조리 망한다면 이더리움이 제일 마지막에 남는다"는 이야기다.

    "실험적인 암호화폐로 만들어진 비트코인은 스마트 계약 등 새로운 개념들을 적용하기 힘들다. 기존 신용 기반 화폐 시스템에서 암호 기반 화폐 시스템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그 아이디어가 잘 적용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8600만 개 비트만 생산하고 더 이상 생산할 수 없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그 끝나는 시점이 2040년이다."

    그는 "그때가 되면 비트코인이 발행되지 않기 때문에 화폐로서 본연의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 채 재화만 지닌 형태가 된다. 이 때문에 더 이상 활용이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떤 화폐가 통화로서 가치를 가지려면 조건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가게에 가서 금을 내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없잖나. 금은 너무 가치가 크고 희귀성이 높기에 통화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그렇다. 시간이 갈수록 희소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통화로서의 가치가 낮아져 쓰일 수 없다."

    최 연구원은 "그런데 이더리움은 매년 1만 8000개 이더를 생산한다. 일정한 양이 계속 생산되기 때문에 통화로서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며 "너무 많은 수가 발행하지 않기에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도 없다. 경제학적으로 굉장히 안정된 암호화폐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더리움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가 분리돼 있다. 데이터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개선 여지가 큰 것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코드가 같이 돼 있기 때문에 뭐를 바꾸려면 새로 만들고 기존에 있던 데이터 부분도 같이 옮겨야 한다. 그럴수록 화페의 가치는 떨어지게 돼 있다. 시스템 구조 자체가 이더리움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 "기존 신용 기반 화폐 시스템과는 철학 자체가 다르다"

    삼성전자 최윤일(왼쪽) 수석연구원과 그의 저서 '암호화폐 혁명, 이더리움 블록체인' 표지(사진=최 연구원·두리미디어 제공)

     

    일반인들에게 암호화폐 개념은 여전히 생소하다. "기존 화폐 시스템과 철학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 연구원의 설명이다.

    "기존 화폐 시스템은 신용 기반의 화폐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내가 대한민국에 태어나면 내 존재를 국가에 신고한다. 그러면 국가로부터 주민등록번호를 받고 그것으로 국가가 제공하는 모든 시스템에 참여한다. 교육·금융·주식을 산다든지. 그래서 주민등록 번호로 나의 모든 것을 추적할 수 있다. 그것으로 국가가 주는 혜택, 예를 들어 여권도 발급받아서 여행도 가고 하는 것이다. 내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반드시 등본 등을 가져가서 자기 신용을 담보하고 돈을 빌리잖나."

    그는 "암호화폐로 옮겨가면 내 존재에 대한 증명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며 "암호화폐는 주인이 누구인지 모른다. 암호화폐 블록의 '키'를 가진 사람이 주인"이라고 말했다.

    "이때 '공개 키' 개념을 알아야 한다. 공인인증서를 예로 들면, 우리가 물건을 살 때 일정 금액 이상은 공인인증서로 인증해야만 살 수 있잖나. 그 이유는 내가 물건을 사놓고는 '다른 사람이 산 것'이라고 발뺌할 때 '이것은 네가 샀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는 근근거를 남기는 것이다. '네 공인인증서에 있는 키로 전자 서명을 했기에, 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에 네가 안 샀다고 아무리 우겨도 네가 샀을 수밖에 없다'고 증명하는 것이 공개 키 방식이다."

    최 연구원은 "이러한 키가 모든 암호화폐 블록에 있다. 거래소에서 100만원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를 샀다는 것은 그것에 해당하는 블록의 키를 받는 것"이라며 "거래소가 그 키를 대신 보관하고, 개인은 기존 신용 기반 화폐 시스템으로 주민번호와 이름, 전화번호를 갖고 그 거래소에 키를 맞겨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킹으로 거래소가 털렸다는 것은 거래소 안의 키를 해커들이 훔쳐서 그 훔친 키를 갖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블록을 판 것이다. 그렇게 팔아서 넘어가 버리면 더 이상 거래소가 그것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 고객들의 암호화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거래소 개념도 앞으로 바뀔 것"이라며 예상도를 내놨다.

    "보통 사람들은 암호화폐의 개념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는지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것을 거래소가 대신 해주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가 국가적으로, 법적으로 화폐로 돼 있지 않다. 전자상거래 쇼핑몰의 개념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인 책임을 안 지고 있다. 실제로 '야피존'은 암호화폐가 모조리 털려서 망했는데도 고객들에게 1원 한푼 보상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곳 대표는 잡혀가지 않는다. 규제할 법이 없으니까."

    이어 "그렇기 때문에 '프라이빗 파이낸셜' 개념으로 많이 갈 것 같다. 여전히 보통 사람들은 암호학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대신 해 줘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거래소 시스템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프라이빗 파이낸셜로 가면 그런 것들을 굉장히 잘 아는 암호학 전문가들이 변호사들처럼 사무실을 열고 안전 등을 보장해 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것 역시 스마트 계약으로 짤 수 있다. 이런 식의 프라이빗 파이낸셜을 통해 현실 세계와 암호화폐 세계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에 변화가 올 것이다. 가시적으로 빗썸이라는 거래소가 '빗썸 프로'라는 서비스를 내놨다. 기존 거래소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 "블록체인은 아직 사용해 보지 않은 스마트폰과 같다"

    (사진=자료사진)

     

    정부가 암호화폐를 조금 더 이해하려 애써야 한다"는 것이 최 연구원의 지론이다. "규제보다는 암호화폐를 돈으로 볼 것이냐, 유가증권으로 볼 것이냐를 먼저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내려서 기존 시스템에 합류시키든지, 아니면 새로운 재화에 관한 법으로 만들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암호화폐는 앞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블록체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암호화폐는 존재한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움직이게 하는 윤활유다. 임의의 블록체인 참여자들에게 보상을 주지 않으면 그들이 컴퓨터·전기 자원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 컴퓨터·전기 자원을 내놓지 않으면 블록체인 시스템은 돌아가지 않는다. 블록체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암호화폐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는 "이 블록체인에 대해 국가가 빨리 이해해야 한다. 블록체인에도 경찰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사기치는 사람, 훔쳐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며 "현실의 경찰처럼 시스템을 유지하고 보안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법제화를 통해 그러한 방법과 장치를 만드는 식으로, 국가가 빨리 이해하고 따라가지 않으면 사회적 문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스마트폰 세상이 얼마나 편리할 것인지 몰랐다. 사용해 보니 그 편리성을 깨닫지 않았나. 이 책을 낸 첫 번째 목적 역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이해하도록 돕는 데 있다. 블록체인은 아직 사용해 보지 않은 스마트폰과 같다. 이제 사용해 보면 그 편리함을 알게 될 것이다."

    그는 "제일 많이 쓰일 블록체인 어플리케이션은 금융 쪽"이라며 진단을 이어갔다.

    "송금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중국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물건을 샀다고 치자. 그 사람이 물건을 보낼지 말지 모르니까 돈을 먼저 줄 수 없잖나. 그러면 내가 은행에 돈을 미리 넣어두고 신용장을 발행 받아서 '돈을 넣어놨으니 네가 물건을 보내면 돈을 보내주겠다'라고 신용장을 보낸다. 그 신용장을 받은 중국 사람은 물건을 보낸 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을 다시 은행에 보내게 된다. 이런 식의 거래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 연구원은 "그런데 블록체인으로 스마트 계약을 걸어서 이러한 거래를 하면 시간도 빨라진다. 직거래를 통해 복잡한 은행 구조 안에서의 엄청난 수수료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금융계에서는 리플 등 암호화폐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삼성SDS의 경우 블록체인 시스템에 기반을 둔 거래장부를 만들었다."

    "블록체인의 편리성을 피부로 느끼기까지는 20~30년이 걸릴 것이다. 인공지능의 경우 소리로 음악을 켜는 등 사람들의 체감도가 세다. 블록체인은 일단 적용할 업계 사람들이 이해해야 하는데, 아직 어렵다. 이해한 사람들이 어떤 서비스를 할 때 사람들이 편리하게 느낄 때까지도 어렵다. 그것들이 차차 우리 삶에 스며들면서 정말 편리해지고 수수료 비율도 줄고, 그동안 경제 부분에서 소외됐던 사람이나 국가까지 세계 경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등 편리함을 경험해 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는 "스마트폰을 경험할 때의 경이로움이 블록체인의 도입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해해야 한다. 먼저 이해하는 사람이 선점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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