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뒤끝작렬] '이희호 여사 경호' 공방 뒤에 숨은 법사위 직무유기

대통령실

    [뒤끝작렬] '이희호 여사 경호' 공방 뒤에 숨은 법사위 직무유기

    이희호 여사 (사진=자료사진)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 중에서도 법과 관련된 사안을 상당히 꼼꼼하게 챙긴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언급하며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한 번 법조문을 조목조목 뜯어보기 시작하면 참모들도 적잖이 당황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개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문위가 마련한 대통령 개헌안을 보고받고 문 대통령이 건넨 '중요한 피드백'이 다른 어떤 것도 아닌, 개헌안에 '부칙(법률을 보충하기 위해 그 끝에 덧붙이는 규정이나 규칙·법령의 시행기일에 관한 규정 등)'이 빠져있다는 것이었을까.

    이 같은 문 대통령의 특성을 고려하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를 직접 지시한 것도 맥락이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 경호처가 이 여사에 대한 경호를 직접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6호라는 조항이 직접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경호처는="" 법이="" 정하는="" 국내외="" 요인="" 외에=""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요인에="" 대해="" 경호를="" 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있는 점을 들어 이 여사에 대한 경호가 가능하다고 했다.

    만일 해당 조문에 해석의 여지가 있다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받아보라고도 했고, 이에 따라 대통령 경호처는 현재 유권해석 절차를 밟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이는 단순히 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문제제기에 화가 났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김 의원은 이 여사의 경호가 지난 2월 종료됐음을 지적하면서 대통령 경호처는 경호를 중단하고, 경찰로 해당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대통령의 의중을 전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심리적 안전'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는 "한 야당 의원이 문제제기를 하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할 문제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야당 의원의 문제제기가 아니라, 이희호 여사에 대한 문제다. 그래서 이 문제에 중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경호를 담당하면 안 될 만큼 이 여사의 신변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는데, 이 관계자는 "아마 이 여사의 경호를 맡았던 분들은 아마 과거 청와대에 계셨을 때부터 쭉 오랜 기간동안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왔을 것"이라며 "그런 정서적, 심리적 안전 등을 (대통령이) 감안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에 대한 언짢은 기색도 드러나긴 했다. 이 역시 이 여사에 대한 경호 연장을 못 하게 막고있는 한국당에 대한 것이었다.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이 여사 등에 대한 경호를 5년 늘리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음에도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가로막혀 있는 상황. 문 대통령은 "법사위에서 개정안이 심의, 의결되지 않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것에 대해 '심대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법사위의 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다.

    이와 함께 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각별한 마음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운명>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 당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한 감사를 표한 바 있다.

    대목은 다음과 같다. <김대중 대통령이="" 헌화한="" 후="" 권="" 여사님에게="" 다가와="" 위로를="" 할="" 때="" 였다.="" 나는="" 바로="" 뒷줄에="" 앉아서="" 그="" 모습을="" 생생히="" 봤다.="" 나라의="" 가장="" 큰="" 어른이라고="" 할="" 분이="" 그="" 자리에서="" 슬픔과="" 비통함을="" 못="" 이겨="" 그만="" 무너지셨다.(중간="" 생략)="" 노=""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보여주셨던="" 모습은="" 나라의="" 어른이자="" 최고지도자로서=""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마음, 또 고령의 이 여사에 대한 예우를 다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표현된 셈이다.

    물론 야당에서는 즉각 발끈했다. 김진태 의원은 법제처의 유권해석 결과를 보자면서 자신의 주장이 맞다는 자신만만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나서는 모습이 과하게 느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 정부는 법 해석도 다 대통령이 직접 하나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