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오늘의논평/사설/시론

    [논평]탐욕에 눈 먼 삼성증권 사람들의 민낯

    자료사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길을 걷다 돈 뭉치를 발견하면 사람들은 으레 인근 파출소를 찾는다.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수십억, 수백억 원 어치의 주식이 자신의 계좌로 잘못 들어왔다면 어떨까?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일에 깜짝 놀라 자기 눈을 의심할 것이고, 그 다음엔 어디에 어떻게 신고해야 할지 알아보는 게 인지상정이다.

    112조원 대 유령주식 배당 파문으로 금융참사를 일으킨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조합원 2천여 명 대부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 가운데 직원 16명은 달랐다. 금융감독원이 9일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일부 삼성증권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참담한 범죄 행위에 가까울 정도다.

    뒤늦게 배당 오류 사태를 알게 된 회사 측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세 차례나 '매도 금지'를 공지했건만 이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들은 불과 26분 동안 2천억 원 어치의 유령 주식 501만주를 부리나케 팔아치웠다. 돈에 눈이 멀고 탐욕에 양심을 내팽개치며 1인당 평균 100억 원씩을 손에 쥔 것이다.

    유령 주식을 팔아치운 직원 가운데는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할 애널리스트도 포함됐다.

    결국 이들의 주식매도로 물량이 쏟아지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12% 급락하면서 동반 매도에 나섰던 일반 투자자들까지 피해를 입었다.

    (사진=자료사진)
    삼성증권 사태는 담당 직원이 단위를 착각해 '원' 대신 '주'로 잘못 입력하는 실수(팻 핑거, Fat Finger)로 시작됐지만 일부 직원들의 비윤리적 일탈과 부실한 관리시스템이 초래한 예고된 인재였던 셈이다.

    이번 파문의 책임을 일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신뢰가 생명인 주식거래에서 유령 주식이 버젓이 유통되는데도 아무런 경고음을 내지 못한 현행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있는 것이다.

    즉, 발행주식수(8900만주)를 훨씬 초과하는 수량(28억1000주)의 주식 물량이 입고됐는데도 삼성증권 시스템 상에는 아무런 오류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사고 발생 하루 전날 담당 직원의 입력 실수가 있었지만 최종 결재자는 그대로 승인을 했고, 다음날 오전까지도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의 경우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처리하는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럴 경우 삼성증권 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에서도 제2, 제3의 유령 주식 배당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건 발생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 수는 불과 나흘만에 2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번 파문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배당 파문은 자본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한 순간에 무너뜨린 참사가 아닐 수 없다.

    금융당국과 증권사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책임자 문책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추천기사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이 시각 주요뉴스


    많이본 뉴스

    투데이 핫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