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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부끄러운 전쟁범죄, 베트남 민간인 학살



칼럼

    [논평] 부끄러운 전쟁범죄, 베트남 민간인 학살

    베트남전 퐁니퐁넛 사건 생존자 응우옌티탄 씨등이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기자)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김영란 재판장이 엄숙한 목소리로 주문을 읽어 내려갔다.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 제 3조에 정한 배상기준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원고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등에 관하여 공식인정하라.'

    재판장의 선고가 끝나자 원고석에 있던 두 명의 베트남 여성이 벅찬 얼굴로 일어나 두 손을 모았다. 이날 재판은 구속력이 없는 시민평화재판이었지만, 두 여성에게는 정식재판과 같은 무게로 다가 왔다.

    여성들은 지난 1968년 발생한 퐁니·퐁넛마을과 하미마을에서 일어난 집단 학살사건의 생존자들이다.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서 최종진술을 하고 있는 하미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60)씨(사진=김광일 기자)

     

    두 사람이 증언한 사건의 내용은 듣기에도 끔찍하다. 청룡부대로 불렸던 한국군 해병 2제여단 예하 소속 군인들이 퐁니 마을로 진입한 것은 68년 2월 12일.

    노인과 여성, 어린이들이 대부분이었던 마을주민 가운데 74명을 살해했다.

    역시 청룡부대 소속의 다른 군인들에게 같은 일을 당한 하미 마을의 사망자는 135명이다.

    이들은 모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고, 집에서 불려나와 이유도 모른 채 총탄 세례를 받았다.

    한국군은 심지어 사체를 가매장한 곳을 중장비로 밀어, 사체를 훼손했다.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만하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망자 가운데는 한 살짜리 영아도 있었고, 무장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수류탄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한국군은 퐁니·퐁넛 마을 주민은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추종자 이른바 베트콩이었다는 것인데, 이들을 살해한 사람들 역시 베트콩이었다고 주장했다.

    아군이 아군을 살해했다는 모순된 내용이다.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하다.

    8년간의 전쟁에 3만 5천명의 군인이 참전했고, 이 가운데 5천명이 전사했다. 그리고 고엽제 후유증으로 만2천명이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군에 의해 이뤄진 민간인 학살규모는 파악된 것만 9천명에 이르고 있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한국군은 국제인권규범을 위반한 명백한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지금껏 베트남 학살사건에 대해 언급한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세 번째다.

    문재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최근 이뤄진 베트남 방문에서 과거보다 진전된 내용의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내부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한 베트남의 난색을 표해 수위가 낮아졌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 입장과는 별개로 우리 스스로의 반성과 진상조사, 사죄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물론 다른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제대로 처벌하지조차 않은 일본의 모습에서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

    전범들을 모아놓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일본 총리대신에게 설득력 있는 책임추궁을 하려면 우리 스스로 떳떳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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