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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정인 특보 '주한미군' 발언의 진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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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문정인 특보 '주한미군' 발언의 진의는?

    • 2018-05-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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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에서] 말꼬리 잡기보다 주한미군의 미래에 대한 해법 내놔야

    지난 2월 28일 문정인 특보는 워싱턴 인근 교민들을 상대로 강연한 직후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앞선 강연에서 문제의 주한미군 발언이 나왔다. (사진=장규석 워싱턴 특파원)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실 문 특보가 30일(현지시간)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문제의 발단이 된 발언은 단 한 문장이다.

    "(평화) 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정당화하기 힘들 것이다.(It will be difficult to justify their continuing presence in South Korea after its adoption)"

    이 문장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와 향후 북미 회담의 전망을 설명한 길고 긴 기고문을 읽어나가다 보면 끝에서 두 번째 단락에서야 발견할 수 있다.

    문장 하나를 뚝 떼놓고 보면 평화협정 이후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문 특보 기고문의 맥락을 보면 이는 주한미군 철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바로 뒤에 나오는 글에서 문 특보는 "…그러나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에는 강력한 보수층의 반대가 있을 것이며 이는 문 대통령에게 있어 주요한 정치적 딜레마를 노정하게 될 것이다 (But there will be strong conservative opposition to the reduction and withdrawal of U.S. forces, posing a major political dilemma for Moon)”라고 이어가고 있다.

    주한미군 축소나 철수는 보수층의 반대로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주한미군을 둘러싼 국내의 현실을 설명한 것일 뿐 주한미군의 철수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설파한 내용은 아니다.

    문 특보는 기고문에서 북한과 미국이 각자 비핵화에서 자기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협상에서 타협이 필요하며, 이어 “한국 또한 국내적 제약조건에서 자유롭지 않다(South Korea is not free from domestic constraints either)”는 우리나라의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주한미군 문제를 예로 들었다.

    ◇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미래…해법은 없고 비난만

    사실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전쟁 직후 맺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아래 60년 넘게 운용된 주한미군의 성격이 재정의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는 비단 문 특보뿐 아니라 한반도 전문가라면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전술핵 한반도 배치를 요청하러 방미 의원단을 꾸려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당시가 떠오른다. 방미단은 특파원들에게 한미 동맹이 지금의 상태로는 안 되고 전술핵을 공유하는 나토(NATO)와 같은 수준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 논의의 방향은 다르지만 한미동맹이 새롭게 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는 보수나 진보나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평화협정이 본격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제 한미 동맹은 어떻게 정의되고 진화해야 할 것인지 논의는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측면에서 문 특보가 이번에 기고문에서 ‘평화 협정 이후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힘들 것’이라고 발언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면 얼마나 필요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또 그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미국을 설득해 나갈 것인지, 보수나 진보 모두 각자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 안보의 한 축인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해 각자가 비전을 내놓고 이것으로 논쟁을 벌이거나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마치 주한미군은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이고, 이를 제기했다고 해서 비난을 쏟아내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한반도 상황이 변하고 있는데도 비난이 두려워 누구도 주한미군이나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문제 제기를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대안도 없이 미국의 독단적 결정에 끌려다니는 결과를 초래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의 출발점은 이것이 돼야 한다.

    ◇ 맥락 없이 전해지는 한 마디는 위험하다

    사실 문 특보의 돌출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 그 내용이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월 28일 문정인 특보가 미국 워싱턴 지역 교민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연이다. 당시 "한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에게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는 발언이 국내 정치권에서 큰 논란이 됐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당시 미국이 코피 작전 등 선제타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뉴스가 한참 떠돌던 당시 한 교민이 ‘우리가 전시작전권이 없어서 불안하다’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문 특보는 한미연합사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미국과 한국 대통령이 공동으로 작전 통제권을 갖고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주한미군도 한국 대통령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할 정도로 우리가 군사 주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본 특파원도 현장에 있었다. 한미연합사의 구조를 잘 알고 있는지라 별로 문제될 발언이라고 생각지 않아 기사화하지 않았다. 당시 문 특보는 “현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돌출발언을 하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말조심을 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해당 발언은 모든 맥락이 제거된 채 단 한 문장만 한국으로 건너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한반도에서 과거에 상상도 못한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는 시점에서도, 건강한 논의는 없고 한 사람의 발언을 뚝 떼어 말꼬리 잡기만 가득한 상황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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