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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만연한 '성 차별', 신한금융서 또 드러나



금융/증시

    금융권 만연한 '성 차별', 신한금융서 또 드러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기소 사례 나왔지만, 금융권 男 선호 문화 팽배 "뭐가 문제?"

     

    금융감독원의 신한금융 채용 관련 검사 결과, 신한금융에서도 성 차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권에 만연한 성 차별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국민·하나·신한까지…금융권 성 차별 계속해서 확인돼

    금감원이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 채용의 적정성과 채용 비리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한금융 관련 제보건을 점검한 결과, 신한카드가 2017년 신입직원을 채용할 때 남녀 차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서류 지원자의 남녀 비율은 59:41이었지만, 서류 전형 단계부터 남녀 채용 비율을 7:3으로 정했다. 이후 면접 전형 및 최종 선발 시에도 같은 비율이 유지되도록 관리하면서 채용한 사실도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경우에도 남녀 차별로 의심할 만한 채용 내용들이 있었다. 다만 2012년 이전 자료들이었고 2013년 이후에는 관련되는 기준들이 없었기 때문에 검찰에 자료를 넘길 때는 참고 사항으로만 넘겼다고 금감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앞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채용 당시 성 차별을 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에는 채용 과정에서의 성 차별로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해 기소되는 첫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2015년 상반기 채용 과정에서 남성지원자 100여 명의 서류 전형 점수를 비정상적으로 여성보다 높게 준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이로 인해 일부 여성 지원자들이 서류 전형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도 하나은행의 상·하반기 남녀 최종 합격자 비율은 상반기는 10.8:1로 남성이 97명, 여성이 9명이었다. 하반기는 5.5:1로 남성은 104명, 여성은 19명에 그쳤다.

    금감원 조사 결과 하나은행은 남녀 채용 비율을 4:1로 아예 정해 놓고 채용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자 남녀 비율은 1.3:1로 거의 비슷했지만, 전형이 진행될 수록 성비 차이가 벌어졌다. 여성 지원자만 서류 전형 커트라인을 크게 높여서 떨어뜨린 것.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 (모집과 채용)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고 적시돼 있다.

    한 노무사는 "공기업 뿐만 아니라 사기업도 당연히 적용되는 규정"이라면서 "합리적 사유 없이 성별 또는 혼인 유무에 따라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금융권 여전히 男 선호 문화 팽배…"女가 어려운 업무 기피하니 男 선호가 당연, 뭐가 문제?"

     

    남녀 차별 채용으로 인해 첫 기소 사례도 나왔지만, 금융권에선 채용 과정에서 남성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업무를 할 때 여성이 어려운 일을 기피하고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업무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남성을 더 뽑을 수 밖에 없다. 업무를 하기 전에 상담을 통해 들어보면, 칼퇴근하는 부서에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결혼과 육아를 거치게 되면서 업무가 단절되며 육아휴직을 다 쓰고도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 지점의 창구를 보면 금융권에서 여성과 남성이 하는 일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구에서 고객을 상대하고 손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업무는 여성이, 책임을 가지고 어려운 결정을 하거나 영업을 하는 것은 남성이 주로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 금융사에 다니고 있는 직원은 "여성 친화적인 기업이라고 여성 휴가를 쓰게 하고 유연근무제를 통해 일과 양립이 가능하다고 홍보하지만, 조직 속에서는 승진 누락, 핵심 업무 배제 등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육아를 하면서도 자기 일을 다 하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조직 속에선 이미 애 있는 여자는 일을 제대로 할리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체 여성 직원 수는 3만 717명으로 남자 직원수 (2만 9740명)보다 977명 많지만, 여성 직원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남성의 62.28% 수준에 불과했다.

    남성과 여성 직원 간 평균 급여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과 여성 비정규직 확대 등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휴직 등을 거치며 경력 단절로 인해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고 정규직으로 입사하더라도 분리 직군제로 나뉘어 남성보다 승진 기간이 2~3배로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 여성 직원이 은행 내 중요 보직에 배치되거나 임원 등 높은 지위로 올라가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시중 은행 19곳으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5년간 연도별 은행권 여성 신입 직원 선발 인원 및 임원 성비 현황'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임원 367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16명에 그쳤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계속해서 드러나는 금융권 성차별 채용 문제는 실무자 개인의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조직적 차원에서 장기간 이루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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