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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잘 살고 싶었는데" 김해 원룸화재 고려인 부모의 눈물



경남

    "아이들과 함께 잘 살고 싶었는데" 김해 원룸화재 고려인 부모의 눈물

    한 조문객이 국화꽃을 올리며 조문하고 있다.(사진=이형탁 기자)

     

    갑작스런 화마로 인사도 없이 하늘로 가버린 '카레아스키(고려인) 3세' 아이들의 빈소는 쓸쓸하기만 했다.

    22일 오전 경남 김해시의 한 병원에 차려진 아이들의 빈소에는 취재진 외에는 그들을 찾는 발걸음이 많지 않았다.

    빈소에 찾아올 만한 고려인 동료 이주노동자들은 비극을 맞은 동료를 위로하기 위해 공장을 비우고 올 만한 상황이 되지 못했다.

    죽은 아이들의 오누이인 콘스탄틴(12)군과 이종사촌인 스타니슬라브(13)군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상태였기에 분위기는 더욱 무겁기만 했다.

    아버지 황 아르뚜르(39) 씨와 어머니 김 나타샤(38) 씨만 빈소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첫째 딸 크리스티나(14)양 사진 앞에 평소 하고 다니던 악세사리와 지갑이, 막내 아들 막심(4)군 사진 앞에는 평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놓여 있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 속 막심 군과 크리스티나 양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비보를 듣고 찾아온 크리스티나의 담임 선생님과 황씨 부부가 다녔던 교회 성도 서너 명이 이들 고려인 부부에게 생소한 장례 절차를 알려주며 돕고 있었다.

    아버지 황 씨가 그렸던 미래는 한국의 부모들이 그리는 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서툰 한국어로 "나와 아이들의 꿈은 좋은 대학에 공부해서 좋은 직장 구하고 잘 사는 것이었다"며 눈물지었다.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안윤지(54)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장은 "큰 누나 크리스티나는 한국어도 잘 했고 고등학교를 추전해달라고 한 만큼 성실하고 모범적이었다"며 "한국에서 적응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고 다른 친구들보다 의욕적이었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막심 군이 다녔던 어린이집의 학부모 이소영(38) 씨는 "작년에 막심과 우리 아이가 같은 반이었는데 바가지 머리를 한 채 통통하고 선하게 웃던 모습을 기억난다"면서도 "여기서 슬퍼하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부모가 아픔을 추스르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소 고려인 3세 부부가 다녔던 교회는 장례와 통역 등을 지원하고 김해지역 고려인 공동체들도 십시일반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지난 20일 김해시 서상동 한 4층 원룸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지금까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3남매 가운데 2명이 숨졌다. 남매 중 남은 1명과 이들 남매의 이종사촌도 위중한 상태이다.

    경찰은 지난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한 결과 필로티 구조의 건물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오는 23일 오전 11시 추가 합동감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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