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등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미소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선그라스 시찰 논란'이 국회 국정감사장의 중심에 놓였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문재인 대통령 순방 중 자기정치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임 실장을 비판했다. 지난달 17일 임 실장이 국방부 장관과 차관,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국가안보실 차장 등과 함께 남북 공동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한 일을 두고서다.
임 실장의 시찰 장면이 국감장의 주요이슈로 다뤄질 정도로 논란이 커진 데엔 청와대의 안이한 대응이 한 몫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6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손금주 의원은 임 실장을 향해 "선글라스 문제로 중요 이슈가 덮여버렸다. 비서실장이 이 문제를 사과하고 깔끔하게 끝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손 의원은 임 실장이 썼던 것과 비슷한 모양의 선글라스까지 챙겨왔다.
한국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 실장은) 대통령이 (유럽 순방서) 귀국한 이후에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장관, 차관, 국정원장을 데리고 가서 폼을 잡더라도 잡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임 실장 현장 방문 동영상에 전방 감시초소(GP) 통문 번호가 노출된 데 대해서도 기밀 유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맹공의 배경엔 내각의 역할은 잘 보이지 않고, 청와대가 국정운영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는 식의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야권은 그간 현 정부를 '청와대 정부'로 지칭하며 청와대 인사들의 권한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어왔다. 지난 4월 임 실장이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처리를 국회에 직접 주문했을 때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제왕적 비서실장"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선그라스는 문제제기의 기폭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앞서 '선그라스 논란'이 불거지자 이런 인식을 반전시킬 적극적 설명보다는 임 실장의 방문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대응에 주력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달 임 실장이 자기정치를 하고 있다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임 실장이) 화살머리고지 방문 뒤 동영상 내레이션을 한 건 본인이 주도적으로 한 게 아니다"라며 "소통수석실에서 방문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내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의 반응도 이 같은 설명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임 실장은 대통령이 임명한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 위원장인데, 국방·통일장관과 평양공동선언·판문점선언 이행 점검을 위해 공식적으로 지뢰제거 작업 현장을 점검했다"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비서실의 권한 비대화를 둘러싼 물음표에 '현장방문 절차상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다른 맥락의 답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이번 방문과 대외 공개, 대응 과정에서 정무적으로 오해를 살 만한 대목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실장도 국감장에서 "오해를 받게 됐는데, 더 옷깃을 여미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군사기밀 유출 지적에 대해서도 "국방부에 문의한 결과 군사기밀에 속하는 상황은 아니나, 군사 훈련상 비공개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저희들의 불찰이 분명히 있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다만 "비서실장이 장관들을 대동하고 갔다고 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글라스 착용에 대해선 "제가 눈이 약해 햇볕에 사실 눈을 뜨지 못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