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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논평/사설/시론

    [칼럼] 우리안의 '양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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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직원 폭행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회장이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시작된 양 회장 갑질에 대한 폭로는 폭행과 기행을 넘어, 포르노 유통, 마약 복용등 다른 혐의까지 추가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양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만 무려 아홉 가지에 이른다. 경찰이 소환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체포한 것은 혐의가 가혹하고 위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포악하기 이를 데 없고 심지어 엽기적인 성향까지 띠고 있는 양 회장의 갑질은 상식선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양 회장의 엽기적인 갑질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이 정도까지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는 '갑질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자성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열이 존재하고 상사의 권한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직장에서만 이런 갑질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판단이 들면, 상대방에게 갑질을 일삼는 사례는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많큼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7월 아파트 차단기를 열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70대 경비원에 폭언과 폭행을 가한 40대 입주민은 경비원을 '개'로 지칭했다.

    차량등록을 해야 하는 원칙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입주민 보호를 위해 원칙을 지킨 경비원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짐승으로 인식하는 의식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배태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버지뻘의 노인을 폭행하고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은 배경에는 그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그 작은 권력에 대한 오만한 인식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을 과연 권력이나 권한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손톱만한 작은 권한으로 이렇게 가혹하게 인권을 유린한다면,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양진호 회장과 같은 엽기적인 행태를 보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런 천박한 계층의식과 갑질이 만연한 우리 사회를 과연 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을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층간소음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고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해 뇌사상태에 빠뜨린 20대의 사례도 있다.

    백화점 직원에게 물건을 집어던지고 폭력을 휘둘러 상해를 입히고도 사과를 요구하는 뻔뻔한 방문객은 찾기 어려운 사례도 아니다.

    집에 앉아 편하게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택배원이나 배달원에게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말라고 붙여 놓은 공고문은 또 어떤가.

    심지어 목숨을 구하러온 119 구급대원과 경찰관을 폭행하는 공권력 경시풍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인권보호를 위해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악용하는 사례로 봐야 하는 것인지. 갑질로 봐야하는 것인지.

    사례를 들고 보니 참 다양하고 많은 갑질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우리는 양진호 회장보다 덜 포악하기 때문에 더 좋은 사람인가?

    그래서 '이 정도의 갑질은 갑질도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여전히 손톱만한 권한으로 갑질을 일삼지는 않았는지.

    아니 그것을 갑질이라고 인식조차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이번 사건이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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