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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화재에 무너진 IT강국



칼럼

    [논평] 화재에 무너진 IT강국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대원 등이 통신구 화재현장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KT 아현지사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긴급복구에 나서면서 많이 회복이 됐지만, 완전한 복구까지는 아직도 며칠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66만명으로 추산되는 KT 가입자의 이동전화가 먹통이 되면서 일상생활이 멈춰버렸다.

    스마트 폰은 이미 단순한 통신수단을 넘어선지 오래다.

    금융거래는 물론 네비게이션, 게임, 영화, 음악 감상 같은 문화, 취미생활까지 우리의 모든 것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부재는 공황상태나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들은 주말과 휴일의 장사를 사실상 포기해야 했다. 카드결재가 불가능해지면서, 대금결재가 안되고 전화까지 끊어지면서 주문을 받을 수 조차 없었다.

    금전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인 피해까지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병원업무까지 마비되면서 병원 접수와 의료진 연락이 원활하지 않아 자칫하면 환자들의 생명까지 위협받았다.

    여기에 경찰의 경비전화와 일반전화까지 끊어지면서, 치안공백이 발생할 뻔 했다.

    이렇게 큰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관리는 너무 허술하다.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화재에 대비한 시설도 소화기 1대가 고작이다.

    통신시설이 화재가 나면 진입할 수 없는 좁은 지하통로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화재에 무방비다.

    서울 서대문구등 강북 중심부 5개구와 고양시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서울의 1/4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아현지국은 관리등급이 D등급이다.

    수십만명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시설을 하위등급으로 분류해 사실상 관리를 방치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화재방재 시설은 물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회할 수 있는 백업시설마저 갖추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

    통신불능사태는 규모가 차이가 있을 뿐 피해는 치명적이다.

    따라서 규모가 작다고 해서 큰 규모의 다른 통신구와 차별화해 관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화재에 대비한 스프링클러가 있어야하고, 백업시설도 존재해야 한다.

    규모에 상관없이 국가중요시설로 관리해야 마땅하다.

    통신구의 화재로 피해를 입은 선로의 길이는 고작 75미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75미터의 공백은 세계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소통을 단절시키고,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IT강국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인터넷망을 갖추고 있고, 지하철에서도 아무 불편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5G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연결되지 않으면 속도가 무슨 소용인가?

    고작 75미터의 소실은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이번 통신대란은 빨리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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