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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한사미(三寒四微)'가 일상이 되는 겨울,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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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삼한사미(三寒四微)'가 일상이 되는 겨울, 끔찍하다

    [구성수 칼럼]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는 지난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인근 도로에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연 회색빛을 띠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삼한사미(三寒四微)가 요즘 신조어로 뜨고 있다.

    어려서부터 귀에 익은 삼한사온(三寒四溫)에서 '온(溫)'을 '미(微)'로 대체한 것이다.

    미(微)는 미세먼지를 가리킨다.

    사흘 동안의 추위가 지나고 나면 나흘간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이다.

    삼한사미는 삼한사온처럼 제 나름의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한사온에서 차가운 대륙성고기압 세력이 약화되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공기도 정체된다.

    이 때 미세먼지가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쌓이게 돼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삼한사온에서 '온'을 '미'로 대체한 이유이다.

    삼한사미는 지난 겨울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 사이 평균기온과 미세먼지수준을 비교한 결과이다.

    이번 겨울에도 어제 오늘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에 대한 설명 가운데 등장하고 있다.

    삼한사미는 미세먼지가 이제 일상화될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이 시기,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다.

    올해 통계청의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방사능보다 미세먼지에 대해 훨씬 더 불안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호흡을 하는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기관지나 폐 등에 들어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입자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는 더 나아가 혈액을 타고 돌면서 각종 기관에 염증은 물론 뇌졸중, 심장병 등까지 일으키기도 한다.

    미세먼지는 흡연보다 더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흡연보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며 미세먼지를 신종담배와 같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WHO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항상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 자못 심각하게 이런 저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다가도 잠잠해지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식이다.

    그 사이 국민이 느끼는 미세먼지 체감도는 훨씬 높아지고 있다.

    정부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미세먼지 발생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번만 해도 국내 대기오염, 중국 스모그, 황사, 공기정체, 지구온난화 등 여러 요인이 겹쳐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다른 쪽의 요인 때문에 미세먼지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게 된다.

    특히 중국 쪽 요인은 정부로서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강하게 항의 한번 한 것을 보지 못했다.

    중국 쪽 요인은 아예 손을 댈 수 없는 것으로 미리 포기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양국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려는 시도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사이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만은 점점 더 커져왔다.

    미세먼지는 산업과 문명의 발달로 심화되는 측면이 있다.

    이것은 현대인으로서는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 숙명이다.

    하지만 국가간 적극적인 협력이나 국내 제도개선 등을 통해 줄여나갈 수 있는 여지도 상당하다.

    우리의 경우 부족하다고 보여지는 측면이 바로 이 부분이다.

    삼한사미는 삼한사온과 180도 다르다.

    삼한사온이 아닌 삼한사미를 길고 긴 겨울의 일상적인 특징으로 삼고 살아갈 수는 없지 않는가.

    그것은 우리 자신이나 후손에게도 너무나 불행하고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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