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측 인사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사진=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들이 지난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새로 지명된 협상 상대방(카운터파트)을 만났다"고 밝혀 주목된다.
그동안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비건 대표의 협상 상대방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새로운 대화상대방이 지정됐고 워싱턴에서 두 사람이 이미 회동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위성연결로 진행한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 연설과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김영철(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추가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새로 지명된 북측의 협상 상대방과도 만날 기회를 가졌으며, 싱가포르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달성하기 위한 복잡한 이슈들을 논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 일행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 비건 대표가 북측 협상 상대방을 만나 여러 이슈들을 논의했다는 것.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이 지난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면담할 당시, 미국 측에서는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가, 북측에서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외에 박철 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과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배석했다.
이 가운데 비건 대표가 만난 협상 상대방으로는 백악관 집무실 면담 배석자 가운데 대사급인 김혁철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혁철은 지난 2017년 스페인 주재 초대 북한 대사로 재직하던 중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으로 추방된 인물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김영철 부위원장 등 일행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면담을 마치고 숙소인 듀폰서클 호텔로 복귀할 당시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김 부위원장 일행과 동행해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호텔을 나간 뒤에도 비건 대표는 오후 6시쯤까지 남아 북한 측과 장시간 머물렀다. 이때 김혁철로 추정되는 협상 상대방과 논의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건 대표는 바로 다음날에는 스웨덴으로 이동해 19일부터 21일까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북측 협상단과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이때는 우리 정부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협상에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비건 대표와 최선희 부상 간의 북미간 실무협상 채널도 가동된 것이어서, 북미 실무협상 체계가 어떻게 자리잡힐지는 좀 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지난 주말동안 스웨덴에서도 일련의 논의가 있었다"면서 "이 또한 좀 더 전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월 말에는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성취하는 길로 가는 "또 하나의 좋은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면담, 비건 대표와 '새로운 협상 상대방'과의 만남, 그리고 이례적으로 한국 협상단까지 참가한 북미 간 스웨덴 실무협상 등을 통해, 정상회담의 의제, 특히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들을 놓고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에 대해 묻는 질문에 "민간부문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최종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 달성을 위한 본질적 조치를 하고, 올바른 여건이 조성된다면 그 다음은 민간 부문의 차례가 될 것"이라면서 "북한의 경제성장에 필요한 민간부문의 엄청난 진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경제발전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조속한 비핵화 조치를 촉구한 것.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달성까지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하고 몇주 앞으로 다가온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도 할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고 강조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사전 협상이 앞으로도 더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