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9일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황 전 총리로선 '출마 자격' 시비를 일축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강한 출마의사의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당헌‧당규상의 출마 자격 논란, 즉 황 전 총리가 책임당원이 아니어서 출마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법률적으로 반박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작용했다고 한다.
비대위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서 "당헌‧당규를 형식논리로 치부하지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만약 후보들 간 동의 등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직권으로 출마 자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28일 의총에선 친박계 의원들이 중심이 돼 '출마 자격' 논란에 반발하고 나섰다. 비대위를 겪고도 계파 갈등을 일소하지 못한 한국당의 민낯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 비대위 → 의총…릴레이 설전(舌戰)이날 황 전 총리를 놓고 벌인 출마 자격 논란은 오전 비대위 회의부터 의총까지 이어졌다. 비박계가 중심이 된 비대위에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많았고, 친박계가 다수인 의총에선 '논란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사실상 황 전 총리에 대한 비토 여론은 포문은 비대위원들이 열고, 김 위원장이 가세하는 식으로 전개됐다. 최병길 비대위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분이 영입대상이 되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당헌·당규는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고 예외적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현호 비대위원도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특권"이라며 황 전 총리 출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모두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으로 임명한 인사들로 향후 출마 자격에 대한 비대위 의결이 이뤄질 경우 황 전 총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공개 설전이 이어지려 하자 김 위원장이 만류하긴 했지만, 그는 "정파적인 입장을 냈다"며 전대 선관위원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비판했다.
의총에선 정반대의 기류로 반전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 참석했던 한 중립 성향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책임당원 시비로 계파갈등이 불거져선 안 된다는 여론이 다수였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출마 자격은 결국 선거인단인 당원들이 결정하면 될 사안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황 전 총리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든 출마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여론이 의원들 사이 다수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의총 전 전국위원장인 한선교 의원이 "출마 자격이 있다"는 유권해석이 담긴 문건을 뿌리는 등 친황(親黃) 쪽의 여론전도 있었다.
이와 관련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김 위원장이 그렇게 당헌‧당규대로 살고 싶으면 본인의 임기부터 지켰어야 한다"며 "당 대표보다 더 높은 대선후보를 선출할 때도 홍준표 전 대표 같은 사람을 뽑지 않았었느냐"고 성토했다.
비대위의 임기가 60일로 제한돼 있음에도 김 위원장이 6개월 넘게 당권을 쥐고 있는 현실을 비꼬은 발언이다. 아울러 지난 대선 당시 재판 중이어서 당원권이 정지돼 있었던 홍 전 대표를 후보자로 임명했던 인명진 비대위를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 선관위원장‧전국위원장 黃 손들어…향후 논의 수순은?
당내 여론은 엇갈리고 있지만, 절차는 절차대로 밟아야 하기 때문에 향후 논의 과정과 결과가 주목된다. 일단 29일 전대 선관위가 소집돼 있어, 여기서 결론이 나면 비대위 논의 수순이 남아 있다.
선관위는 박 전 의장 쪽에서 "당헌‧당규는 형식논리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황 전 총리의 손을 들어준 입장이라 "책임당원 권한을 주라"는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책임당원 인정 여부에 대해선 비대위가 의결권을 갖고 있다.
비대위는 책임당원이 아닌 인사의 피선거권에 대한 후보들 간 입장을 묻는 등 절차를 밟을 계획이지만, 황 전 총리와 경쟁자인 후보자들은 이미 반대 의사를 밝힌 터라 결론이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박계인 김용태 사무총장은 '황 전 총리는 출마 자격이 없고, 오 전 시장은 있다'고 해석한 반면, 친박계 당권 주자인 김진태 의원은 "출마 자격은 오 전 시장도 없다"는 의견을 냈다. 황 전 총리와 홍준표 전 대표, 오 전 시장이 동반 불출마하는 식으로 정치적 타결이 되지 않는다면, 모두 출마시키라는 의총의 여론이 채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당헌‧당규의 해석에 대해선 상임전국위에서 결판을 내야 한다. 이럴 경우 상임전국위를 소집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최악의 경우 구정 연휴 이후부터 후보 등록 마감일인 다음달 12일 전까지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