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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없는 나라 될 것"...돼지열병 '재앙' 먹구름

기업/산업

    "돼지 없는 나라 될 것"...돼지열병 '재앙' 먹구름

    축산농가, 육가공 업계 아프리카돼지열병 초비상
    바이러스의 질긴 생명력.. 생존기간 6개월~최장 3년
    대책은 '공항항만 차단방역'과 '잔반의 사료사용 금지'

    돼지 사육농가 축사(사진=자료사진)

     

    '감염된 돼지를 100% 폐사시킨다'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 바이러스가 한반도 턱밑까지 쇄도한데다 또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인 돼지 돈열까지 일본열도를 강타해 한반도로의 전파 우려가 높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최장 3년간 잠복한 사례도 보고돼 차단방역 실패가 전염병 창궐로 이어질 경우 돼지사육 자체를 포기해야할 만큼 파장이 심각하다.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축산농가와 육가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남에 있는 더불어행복한농장 김문조 대표는 8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파죽지세로 퍼져나가는 돼지 전염병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접한 바이러스와 달리 숙주인 돼지를 죽이고도 활동을 계속하기 때문에 유입되면 (돼지가)100%폐사하고 그래서 재앙에 가까운 질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염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지만 "제일 겁나는게 바이러스 숙주인 야생 멧돼지다. 여기에 걸리면 우리나라는 초토화되고 돼지가 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유는 감염된 멧돼지가 이동하면서 남긴 배설물들이 고라니나 야생고양이 등에 묻은채 농장주변으로 이동 체류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장기 생존하는 바이러스를 통한 전염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사진=연합뉴스 제공)

     

    ◇ "바이러스, 멧돼지 통해 압록강 넘을 가능성"

    베이징을 포함 중국 대륙 20여개 성(省)에 퍼진 ASF는 최근 동북3성에 다다랐고 멧돼지를 매개로 압록강을 넘어 한반도로 유입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와관련해 한별팜텍 이승윤(양돈임상수의사, 컨설턴트)원장은 8일 "북중 국경에서 감염된 멧돼지가 국경을 넘고 바이러스가 다른 돼지로 옮게 되면 한반도 전파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북간 교류가 없는게 다행이지만 야생동물의 이동까지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단위면적당 멧돼지 개체수는 러시아의 30배에 이른다고 한다.

    더 우려스러운 감염루트는 중국, 몽골, 러시아 등과 이어지는 하늘길과 뱃길 즉 공항과 항만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다. 한-중간에는 하루 200여편의 항공해운 교통망이 열려 있고 오가는 여행객들이 소지하는 돼지고기 가공제품이나 세관을 오가는 돼지고기가 전염병의 매개체다.

     

    실제로, 2018년 8~9월 제주공항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발 여행객이 갖고 있던 돼지고기 가공식품에서 4건의 ASF가 검출돼 폐기조치된 적이 있다. 당시 여행객의 자진신고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할 수 있었다.

    농축산물검역본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은 전파 경로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돼지고기나 돼지 부산물, 비행기.선박에서 나온 음식물을 수거해 돼지에게 먹이는 것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가를 비롯한 축산업계가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것은 우려한 수순대로 전파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 아프리카에서 최초 유례한 ASF는 여행객을 통해 리투아니아와 우크라이나 등 유럽으로 번졌고 러시아와 중국, 몽골로 차례로 확산됐으며 극동지역에서 남은 마지막 청정지역은 한국뿐이다. 한국은 전염병 발병국들로 둘러싸인 고립된 섬과 같은 처지다.

    돼지고기를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육 생산업계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 선진포크 관계자는 8일 CBS인터뷰에서 "중국 방문이나 출장 금지령을 내리고 어쩔수 없이 방문한 경우 귀국후 5일동안 농장방문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고 있으며 농장내부로 일체의 돼지고기 제품 반입을 불허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포크 브리지랩(연구소) 역시 "멧돼지가 수영으로 압록강을 건너면 북한을 통해 우리 쪽으로 내려올 수 있어 긴장감이 크다"고 밝혔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아프리카돼지열병 '일단 걸리면 죽는다'

    ASF에 감염되면 돼지들이 사료를 먹지 않고 발열증세를 보이는게 전형적인 증상이다. 한별팜텍 이승윤원장은 "ASF는 어미돼지 새끼돼지 다 열이 나고 오한을 느끼게 돼 오글오글 몰려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된다"며 "이와는 달리 일본 돈열은 백신접종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정기간(60일)이 지난 돼지는 병에 걸리지 않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에서 번지고 있는 돼지 돈열은 감염이 되더라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승윤 원장은 "ASF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3~5일로 보는데 지금은 감염돼서 병증이 나타날 때까지 5일 정도 걸리고 병증이 나타나면 2주안에 100%죽는다"며 "감염실험에서도 지금까지 2주 이상의 증상이 보고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돼지에게 치명적인 만큼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이 길어 공포의 전염병으로 불리운다. 전문가들은 상온 조건에서 약 6개월 생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말린 돼지고기에서 최장 3년간 생존했던 기록도 있다"고 이 원장은 덧붙였다.

    리투아니아의 A농장에서는 이런 사례도 있었다. 사육돼지가 ASF에 감염되자 즉각 바이러스 제거작업을 거친 뒤 일정기간 지난 후 돼지를 재입식했지만 재발해 돼지사육 자체를 포기한 경우다. 바이러스에 한번 오염되면 제거가 매우 어려워 감염시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원장은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고 늑장 대처하면 아예 손들고 나와야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돼지에겐 치명적이지만 인체에는 무해하다.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병에 걸려 죽은 돼지가 몰래 유통되는 경우가 있고, 중국에서 전염병이 창궐한 이유를 '감염 돼지의 음성적 유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ASF 감염을 막기 위한 대응책은 간단하다. ▲국내로 유입되는 감염 돼지나 가공식품 차단과 ▲잔반을 사료대용으로 사용하는 축산농가에 대해 잔반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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