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의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의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탄핵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앞날을 내다본 듯 한 홍준표 전 대표의 '불출마 일성'이 새삼 주목된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탄핵의 정당성 여부는 이제 역사에 맡기고 새롭게 시작하는 정당이 아니라, 탄핵 뒤치다꺼리 정당으로 계속 머문다면 이 당의 미래는 없다"고 했었다.
이어 "그래서 제가 대표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넘어서는 신보수주의 정당을 주창한 것"이라고 썼다.{RELNEWS:right}
홍 전 대표의 발언은 한국당이 지난 탄핵에 대해선 역사로 받아들이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얘기와 같다. 다른 한편으론 자신이 당 대표 재임 기간 감행했던 박 전 대통령 출당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면 황 전 총리는 지난 19일 TV토론회에서 탄핵에 대해 "헌법 재판이 이뤄지기 전에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객관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해 탄핵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법 재판 전 탄핵을 인용한 헌법재판소의 지난 결정에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탄핵의 내용에 있어서도 "박 전 대통령은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변호했다.
같은 법률가 출신의 두 정치인이 헌법에 대한 정반대의 해석을 하고 있는 셈이다. 법조인으로선 황 전 총리가 선배다. 그는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2년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했고, 홍 전 대표는 1982년 사시에 합격, 1984년 검사에 임명됐다. 황 전 총리가 공안 검사였다면, 홍 전 대표 권력형 비리와 강력 사건을 주로 다뤘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탄핵을 극복하자는 소신을 이번 전대에선 이어가지 못했다. SNS에 글을 올린 몇 시간 뒤 "모든 후보자가 정정당당하게 상호 검증을 하고 공정히 경쟁해야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대 룰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전대 날짜가 2차 북미정상회감과 겹친 일정으로 확정됨에 따라 연기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확정됐다는 인식이 경쟁 후보들 간 형성되던 즈음이었다.
현재 남아 있는 후보들 중 홍 전 대표와 궤를 같이 하는 주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그는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황 전 총리에게 "대표가 되면 우리 당은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당이 된다"며 "상식적인 국민은 등을 돌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 대표 후보로서 오 전 시장은 고립된 신세처럼 돼 버렸다. 3인의 후보 중 김진태‧황교안 두 후보가 탄핵 반대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선거인단의 단수를 차지하는 영남권, 친박계, 태극기 부대의 표심을 의식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오 전 시장으로선 불리한 편에 서게 됐고, 홍 전 대표는 '안 되는' 판에서 발을 뺀 결과다.
태극기 부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극우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탄핵에 찬성했던 비박계는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비박계의 쇠퇴는 예견됐던 측면이 있다. 탄핵안 처리 뒤 옛 새누리당을 박차고 바른정당을 창당했지만, 대선 전후, 지방선거 전후로 대부분이 복당했다.
당 안팎에서 바른정당 계열의 복당은 투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오 전 시장은 "당을 나갔다 들어온 분이 당 대표가 되겠다고 하는 것이 맞느냐"는 김진태 의원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비박계는 당내 구심점도 잃어버린 상황이다. 한때 좌장 격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측근 김학용 의원이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패한 뒤 급격한 퇴조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되면 홍 전 대표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박계가 별도의 정치 조직을 만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