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번에는 차량 판매가 너무나 잘 돼 노사갈등을 빚는 다소 이례적인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생산물량 증산'을 두고 사측과 노동조합 간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처음부터 생산물량 예측을 잘못 한데다 최근 노사협의로 생산물량을 늘렸음에도 출고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노조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 노조 "우리가 훼방?…협의해놓고 왜 딴말"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 (사진=연합뉴스)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14일, 현재까지 누적 계약 건수는 6만 5000여 대에 이른다.
이 중 2만 4600여 대가 생산돼 고객에게 인도된 상태이다. 약 4만 대의 차는 현재 대기 상태로 묶여있다.
애초 연간 생산량을 2만 5000대로 잡은 현대차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주문량이다. 결국 생산물량이 폭발적인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고객 인도도 지연되고 있다.
고객 인도가 지연되면서 불만 목소리와 함께 현대차 노조를 향한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단체협약 중 '신차종을 생산할 경우 생산량과 투입인력을 노동조합과 협의한 뒤 결정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노조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전날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팰리세이드 출고 지연은 최초 판매 계획을 잘못 세운 회사의 책임이 크다"며 "노조는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초 회사가 판매 계획을 잘못 세웠고 이후 노조는 회사와 협의해 4월부터 팰리세이드 증산에 합의하는 등 생산에 힘쓰고 있지만 회사는 출고 지연을 노조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올해 3월 증산에 동의하고 4월부터는 매월 8,600대를 생산하기로 협의까지 하는 등 생산에 힘쓰고 있었다"며 "일부에서 '노조 반발로 생산량을 더 못 늘린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왜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너무 잘 팔려서 '갈등(?)' 부른 팰리세이드
(사진=연합뉴스)
결국 차량이 너무 잘 팔려서 노사가 갈등을 빚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현대차는 우선 "최대한 서둘러 고객에게 빠른 인도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팰리세이드의 생산량은 지난달부터 '월 생산 대수 8,640대'로 늘어났다. 기존 생산량 6,240대에서 40% 늘어난 수준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대기 물량인 4만 대를 소화하기 위해선 단순 계산으로도 5개월이 걸린다. 여기에다 현대차는 하반기부터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 팰리세이드를 투입한다.
결국 현재 늘어난 월 생산량 8,000대로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가 증산의 필요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노조 역시 이 같은 의견엔 동의하지만 종합적인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조는 "현재 팰리세이드 증산 결정이 한 달도 안 된 상황"이라며 "타 공장에서 추가 증산을 할 경우 생산설비 공사기간 등 8~12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을 위해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 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18일, 수입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매길지 발표한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외국산 제품이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수입을 제한하거나 최대 25%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의 자동차 시장을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높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는 것이다. 25%에 달하는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사실상 미국 브랜드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뿐더러 일정 부분의 관세가 부과돼도 판매량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노조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결과와 미국 현지판매, 주문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 진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