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의 '무한투자 전쟁'을 촉발한 쿠팡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기준 10배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쿠팡의 매출은 △2014년 3484억원 △2015년 1조 1337억원 △2016년 1조 9159억원 △2017년 2조 6846억원 △2018년 4조 4227억원 등이다.
문제는 같은 기간 동안 영업손실 역시 10배에 가까이 커졌다는 점이다.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4년 1215억원 △2015년 5470억원 △2016년 5652억원 △2018년 1조 970억원 등을 보였다. 여기에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부채는 1조 8345억원에 달한다.
덩치가 커지는 만큼 영업손실도 늘어나는 추세인 탓에 일각에서는 쿠팡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전망한다. 재무 건전성이 나빠지는 만큼 유동성 위기도 덩달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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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쿠팡은 '의도된 적자'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1조 1893억원으로 전년대비 23% 성장했다.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23.9%로 13.2%였던 2015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는 만큼,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을 선점한 뒤 규모의 경제에 통해 큰 이익을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포부의 배경에는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있다. 손 회장이 주도해 만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규모는 1000억 달러, 우리나라 돈 119조다. 쿠팡은 이 비전펀드에서 2015년과 지난해 등 두 차례에 걸쳐 30억 달러(우리나라 돈 3조 5688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비전펀드를 통해 손 회장은 전 세계 IT벨트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비전펀드가 △영국 ARM(세계 최고 반도체 설계 기업) △미국 엔비디아(AI 기술 기업) △미국 우버(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미국 위워크(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업체) △중국 디디추싱(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등에 투자한 이유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쿠팡의 기업가치는 10조원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손 회장은 최근 제2의 비전펀드 조성을 공식 선언했다. 이 펀드 규모 역시 10조엔, 우리나라 돈 107조 8580억원 수준이다. 쿠팡에 추자 자금이 투입될 여력이 생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전통적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가 각각 3조원의 투자와 1조원의 투자유치를 통해 '롯데온(ON)', '쓱(SSG)닷컴'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 같은 쿠팡과 정면 승부를 위한 몸풀기라는 해석이다.
또 국내 1위 포털사이트인 네이버가 지난달 모바일 화면을 개편하면서 쇼핑 부분을 부각시킨 것도 온라인쇼핑 시장의 '무한경쟁 시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다.
한편 쿠팡의 공격적인 시장 선점 전략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쿠팡이 최근 '쿠팡이츠' 시범서비스를 통해 음식 배달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현재 업계 1위인 우아한형제들이 불공정 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면서다.
쿠팡이 음식점에게 배달의민족과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와 독점 계약을 맺으면 수수료를 대폭 할인해주고 매출이 떨어질 경우 최대 수천만원의 현금보상안을 제시한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게 우아한형제들의 주장이다.
또 배민라이더스의 매출 상위 50개 음식점 명단과 매출 정보를 확보해 영업 활동에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결국 쿠팡이 불러온 온라인쇼핑 생태계의 '치킨게임'은 절정으로 치닫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