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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사람들과 소통 넘어 교감 형성해야"



공연/전시

    "연극은 사람들과 소통 넘어 교감 형성해야"

    캐나다 출신 세계적 연출가 로베르 르빠주 신작 연극 '887'로 내한
    "역사를 재현해서 기억을 되살리고 실수를 방지하는 것이 궁극적 예술의 역할"
    5월 29일~6월 2일까지 LG 아트센터에서

    로베르 르빠주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 연출가 로베르 르빠주가 "연극은 사람들과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커뮤니언(Communion 교감)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캐나다 대사관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로베르 르빠주는 연극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해 밖으로 나와서 티켓을 예매하고 연극 작품을 관람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 됐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연극은 하나의 이벤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연극을 통한 공감대와 공동체 경험을 관객들에 선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연극의 미래에 대해 바라봤다.

    로베르 르빠주는 태양의 서커스, 뉴욕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를 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달의 저편'(2003), '안데르센 프로젝트'(2007), '바늘과 아편'과 같은 작품들로 한국 관객에게도 잘 알려졌다. 그런 그가 작품 '887'을 들고 1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로베르 르빠주는 "한국에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작품이 한국 관객에 많이 소개됐다고 들었다"면서 "전세계 엑스마키나 작품을 선보이면서 한국 관객이 인상깊었고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 관객들이 나이가 젊은 관객층의 연극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 굉장히 놀랍다"고 덧붙였다.

    로베르 르빠주는 1994년 창작 단체 엑스마키나(Ex Machina)를 설립하며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통한 혁신을 작품에 담는 시도를 이어갔다.

    이번에 그가 들고 온 '887' 또한 신기술을 접목시킨 예술 작품이다.

    로베르 르빠주는 "작품을 만들면서 언제나 신기술의 사용을 수용했다"면서 "이 작품 같은 경우는 미니 기술을 사용했다고 볼수 있는데, 신기술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인형극과 흡사하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887'은 '기억'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자신이 연출 뿐만 아니라 직접 출연을 해 1인극 형태로 관객을 마주한다.

    연극 '887' (사진=LG아트센터 제공)

     

    로베르 르빠주는 "'887'은 굉장히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1인극이며 얼마전에 한국에 선보인 '달의 저편'과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이다"고 설명하며 "인물 뒤에 숨지 않고 본명을 걸고 젊은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기억이라는 어떤 현상인가.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살펴보는 작품"이라면서 "우리 뇌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왜 기억하는가 하는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로베르 르빠주는 '887'을 통해 자신의 개인 이야기를 서사에 연결시킨다. 작품의 제목인 '887'은 로베르 르빠주 자신이 어릴 때 살았던 주소에서 따온 명칭이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에 더해 1960년대 캐나다의 상황을 담았다.

    그는 소문자 h로 된 역사(history)인 가족사적인 역사를 가지고 대문자 H로 시작하는 캐나다의 정치적 역사(History)를 담아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캐나다 퀘벡은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다가 훗날 영국 지배를 받게 된다.

    로베르 르빠주는 "캐나다 퀘벡 지방이 갖고 있는 배경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퀘벡지역이 처음에는 프랑스 식민지였고 그 다음에 영국의 지배를 받아 프랑스어와 영어 두가지 언어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95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계급적 갈등으로 계층간 마찰이 일어났는데 1960년대에는 회사에서 권력층은 영어, 그 밑에 하위 노동자는 프랑스어를 사용했다"면서 "이러한 내부적인 투쟁이나 마찰로 인해 나라 전체 문화가 이중 인격적 면모를 띄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 사회는 기억을 상실한 듯이 보이는데, 50년, 100년 전만 보더라도 수많은 일들이 재앙과 전쟁을 불러 일으켰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같은 실수를 이어간다"며 "예술가로서 예술의 역할이 이런 기억을 상기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데 예전에 어떤 짓을 했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연극 '887' (사진=LG아트센터 제공)

     

    또 로베르 르빠주는 궁극적인 예술의 역할에 대해 '역사를 재현해서 기억을 되살리고 실수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연극 '887'의 아이디어는 로베르 르빠주의 어린 시절 기억으로부터 시작됐다. 왜 우리는 어린 시절의 전화번호는 기억하면서 현재의 번호는 잊어버리는가?하는 원초적인 기억에 대한 물음에 그는 '생존'이 그 답이라고 설명한다.

    로베르 르빠주는 "태어나서 5살까지 어린시절에는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흡수하고 평생 기억하게 되는 시기"라면서 어린시절 전화번호와 주소는 기억하는 반면 당장 나의 전화번호를 기억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 것은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기억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답했다.

    망각과 무의식,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기억 등 로베르 르빠주는 기억이라는 여정을 연극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낸다.

    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대사를 암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역사적, 사회적 현실을 기억해야 하는 배우의 고충 역시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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