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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52시간 근로기준법 준수하며 작품 찍어"



문화 일반

    "기생충, 52시간 근로기준법 준수하며 작품 찍어"

    칸, 영화 <기생충>에 예의가 아닌 진심으로 박수 환호 보내
    우스꽝스럽지만, 장르를 비틀며 사회문제를 이야기한 영화
    한국 작품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얘기를 그려서 심사위원이 매혹
    근로기준법 52시간 준수하면서도 훌륭한 작품 찍을수 있다는 가능성 보여줘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8:55)
    ■ 방송일 : 2019년 5월 27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은선 (영화전문 기자)

     



    ◇ 정관용>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탔죠. 우리나라 영화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받은 거 이번이 처음인데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라서 그 의미가 더더욱 크네요. 직접 현장 다녀오신 기자 한 분 연결합니다. 영화전문기자 이은선 기자 안녕하세요.

    ◆ 이은선> 안녕하세요.

    ◇ 정관용> 영화 봤죠, 거기 현장 가서?

    ◆ 이은선> 당연하죠.

    ◇ 정관용> 재미있어요?

    ◆ 이은선> 재미라는 게 사실은 주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있다, 없다를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습니다마는 재미있는 영화라고 얘기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현지 반응 대단했다면서요. 9분 동안 기립박수 맞아요?

    ◆ 이은선> 그런데 칸에서는 보통 그 만든 사람들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상영이 끝난 이후에 모두가 기립박수를 치기는 합니다. 기생충의 경우만 그런 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심지어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영화산업 배급사 로고가 뜰 때도 계속해서 박수를 치는 게 칸의 관례이자 독특한 풍경 같은 건데요. 사실 이 박수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니고 중요한 게 박수에 담긴 진심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러니까 기생충은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았고요. 예의로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 영화를 환호하고 받는 박수의 느낌을 받았고 이건 제가 비슷한 자리에 여러 번 있어봤기 때문에 확실하게 비교가 가능했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이은선 기자는 황금종려상 수상 예측했습니까?

    ◆ 이은선> 어느 정도는요.

    ◇ 정관용> 그래요?

    ◆ 이은선> 왜냐하면 사실 이번 칸영화제 경쟁작들이 감독 올스타전으로 불리었었어요. 세계 거장들의 영화가 포진되어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그렇게 불렸던 것에 비해서 공개된 이후 반응들이 썩 화제에 올랐던 건 아닙니다. 그래서 영화제 초반 분위기가 확 달아오르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인데요. 그런데 현지 시간으로 21일 밤 10시에 기생충이 공개된 이후에 분위기가 반전이 되기 시작했고요. 기자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럽게 이 영화를 황금종려상 혹은 심사위원 대상인 그랑프리 정도를 점치는 분위기이긴 했습니다.

    ◇ 정관용> 황금종려상이란 상이 어떤 상이죠?

    ◆ 이은선> 다른 시상식으로 치면 대상을 쉽게 떠올리시면 될 것 같고요. 이 황금종려상이란 이름이 붙은 건 트로피 모양 때문인데요. 이게 칸영화제 로고이기도 한데 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이라는 도시에 크로아제라는 도로가 있습니다. 해변 도로의 나무들이 종려나무들이거든요. 그래서 그 잎사귀 모양이 바로 황금종려상을 의미하는 거고요. 여기에 영광 이런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시상식의 대상을 생각하시면 되고요. 이게 1955년부터 황금종려상이 생겨난 겁니다. 그래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다른 영화들도 많이 있습니다마는 지난해에 수상한 작품은 일본의 거장감독 고레이 감독의 어느 가족을 떠올리실 수 있을 것 같고요. 세계 영화 산업으로 주요한 의미들이 있는 클로드 클리셰 감독의 남과 여라든가 택시 드라이브라든가 지옥의 묵시록 같은 작품들이 있었죠.

    ◇ 정관용> 명작들이네요, 그동안 듣고 보니까. 이번에는 또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기생충을 뽑았다면서요.

    ◆ 이은선> 그렇습니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 수상 쾌거를 이룬 영화 ‘기생충’의 감독 봉준호와 배우 송강호가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 정관용> 후일담이랄까, 뭐가 그렇게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답니까?

    ◆ 이은선> 올해 심사위원장이 알레알드로 곤잘레스라는 감독인데요. 우리나라 버드맨이라든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 잘 알려진 멕시코 출신의 감독이에요. 황금종려상을 받는 작품상도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그 영화가 어떤 작품성을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해 심사위원단 그중에서도 심사위원장의 성향이 어떤가도 밀접한 관련이 매년 있는데요. 기생충 상영 이후에 이 영화가 정말 입맛에 맞는 영화이지 않겠느냐 하는 이야기가 기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던 것도 사실이고요. 말하자면 이나리츠가 조심스럽게 기생충의 황금종려상을 추측하게 하는 어떤 근거가 되어준 사람이고요. 그 심사위원 평이 어땠냐면 우스꽝스럽지만 장르를 자유자재로 비틀면서 사회문제를 이야기한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가 한국의 작품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얘기를 그릴 때 심사위원 모두가 매혹됐다 이런 평을 받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번 수상이 장르영화의 승리라고도 보는데요. 94년도에 쿠엔틴 타라티노 감독의 펄프픽션이라는 그 영화가 있었는데요. 장르영화의 승리, 심사위원장의 어떤 성향과 잘 맞았던 게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정관용> 장르영화라는 건 뭘 말하는 거죠?

    ◆ 이은선> 보통 우리가 할리우드 장르영화라고 하면 액션, 스릴러, 호러 이런 식으로 그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문법이 뚜렷한 영화를 이야기하죠. 그런데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들은 사실상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술영화라고 분류하는 그런 영화들보다 그런 어떤 장르적인 성격이 뚜렷한 영화들이기 때문에 장르영화로 분류가 되는 건 사실이고요. 감독 역시 언제나 나는 장르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자각을 하고 있는 감독 중에 한 명이죠.

    ◇ 정관용> 수상자 포토콜 행사에서 송강호 씨한테 봉준호 감독이 무릎을 꿇은 채 트로피를 받치는 영상을 연출했어요.

    ◆ 이은선> 맞습니다.

    ◇ 정관용>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 이은선> 두 사람은 아시다시피 살인의 추억이란 작품으로 시작을 해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거치고 또 한국영화계의 자체에서 굵직한 한 획을 그어왔는데요. 송강호 배우와 항상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구분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생충이란 영화 역시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면서 최고의 파트너십을 보여줬다는 인상을 이 영화에서 남기거든요. 그래서 언젠가는 두 사람이 받을 영광이었는데 그게 올해가 된 느낌이라고 해야 될까요. 황금종려상 수상 때는 보통 배우가 같이 무대에 오르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봉준호 감독이 특별히 송강호 배우를 무대 위로 같이 올렸고 그리고 송 배우에게 수상 소감의 기회 역시 전달했는데요. 그때 송강호 배우가 인내심과 슬기로움 그리고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죠.

    ◇ 정관용> 기생충이라는 제목이지만 기생충은 안 나온다면서요.

    ◆ 이은선> 맞습니다. 안 나옵니다.

    ◇ 정관용>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 되게 이상한 영화라고 소개하기도 하던데 비밀까지를 담을 필요는 없고 어떤 영화죠? 간략히 소개해 주시면.

    ◆ 이은선> 저도 되게 이상한 영화라고 설명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게 영화제에서 상영 전날이나 혹은 이틀 전쯤에 전 세계 기자들에게 보도 자료가 보통 배달이 돼요. 기생충의 상영 전날에 감독이 직접 쓴 당부의 말이 전달이 됐는데요. 이게 스포일러를 최대한 제하고 기사를 써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까 과연 감독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제가 이해를 하게 됐고요. 그래서 지금 너무나 극단적으로 다른 두 가정이 만나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 외에는 제가 설명을 드리기가 좀 어려울 것 같고요.

    ◇ 정관용> 알겠어요, 알겠어요. 뭔가 비밀이 있고 뭔가 반전이 있고 막 이렇군요.

    ◆ 이은선> 그렇습니다. 알려진 내용 외에 거대한 무언가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정관용> 점점 더 보고 싶어지네요.

    ◆ 이은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정관용> 게다가 이번 영화 만들면서 모든 영화 스태프들하고 표준근로계약서 작성하고 또 주 52시간 지키면서 촬영하려고 노력했다, 맞습니까?

    ◆ 이은선> 맞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가능하도록 그 만들어야 되는 책임이 사실 영화 현장 전체에 주어진 건데요. 이 표준근로계약서라는 건 2010년대 초반부터 도입이 돼서 지금 영화계 전반으로 서서히 넓어지고 정착을 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게 뭐냐 하면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서 4대 보험 가입,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고 계약기간을 명시한 계약서 자체를 작성을 하고 주 52시간만 촬영을 한다라는 것이 골자인데요. 최근에는 사실 기생충뿐만 아니라 대부분 영화들이 이 계약조건을 준수하면서 영화를 찍고 있고요. 그런데 기생충이 남긴 성과라면 그 기준법을 제대로 준수하면서도 훌륭한 작품을 찍을 수 있다는 어떤 가능성을 보여준 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당연한 얘기죠.

    ◆ 이은선> 그렇죠.

    ◇ 정관용>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이은선> 감사합니다.

    ◇ 정관용> 영화전문기자 이은선 기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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