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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 스태프, '디졸브 노동'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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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달 연대기' 스태프, '디졸브 노동'에 시달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 지부 논평
    '아스달 연대기' 제작 과정서 드러난 열악한 노동 인권 고발
    봉준호 감독의 '노동 인권' 보장 계기, 드라마 스태프도 처우 개선 촉구

    (사진=아스달 연대기 홈페이지 화면 캡처)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거머쥔 것은 작품성을 통한 '황금종려상'뿐만이 아니다. 봉 감독은 모든 스태프와 표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주 52시간을 준수하는 등 '노동 인권'을 보장하며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높였다. '표준 근로의 아이콘'이라는 이명 또한 얻었다.

    하지만 아직 드라마 제작현장에는 이러한 표준 근로를 통한 노동 인권의 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봉 감독의 언급으로 주목을 받은 영화계 표준계약서의 보급률은 74.8%로 양호한 편이다.

    하지망 방송계의 경우 표준계약서 도입 첫해인 2013년 8월 방송프로그램 제작계약서부터 2017년 12월 처우가 열악한 방송작가들을 위한 표준계약서까지 모두 6종의 계약서가 마련됐지만, 실제 방송제작 현장에서 표준계약서의 보호를 받는 스태프는 극히 일부라는 지적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31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 지부(이하 방송스태프 지부)는 '영화 기생충에는 있고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는 없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제작사에 노동 인권 개선에 대한 답을 요구했다.

    방송스태프 지부는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열악한 노동 환경 실태를 고발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방송스태프 지부는 "브루나이 해외 로케 당시 '아스달 연대기'의 스태프들은 연속 7일간 총 151시간 30분에 달하는 노동을 해야 했다"면서 "현지인들이 말렸음에도 해가 다 진 상태에서 40분간 카누 운행을 강행하는가 하면, 무리한 촬영으로 인해 한 스태프가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고 열악한 방송제작 실태를 고발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촬영 스태프들은 계약서 작성도 없고,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 68시간 노동시간도 지키지 않는 제작현장에서 '디졸브 노동'(밤샘 촬영 이후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바로 촬영을 재개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두 개의 화면을 겹치는 영상 기법인 '디졸브'에 빗대 이르는 말)에 시달려 왔다"며 "그동안 스태프들은 연일 계약서 작성과 노동시간 준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CJ ENM은 스태프들의 물음에 여전히 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상파 3사는 언론노조, 드라마 제작사 및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함께 '지상파 산별노·사 드라마제작현장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표준 근로계약서 작성 및 단축을 논의하고 있다"며 "그런데 CJ ENM의 계열사인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은 지난해 9월 마련한 '68시간 제작 가이드라인'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역량 강화 및 제작인력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동환경 전반을 시범 분석한 '2018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 스태프의 노동 환경은 상당히 열악한 상태다.

    특히 비정규직(계약직·시간제·프리랜서) 형태로 제작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드라마 연출 스태프는 100% 비정규직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체 직종 가운데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긴 상위 3개 직종은 드라마 연출(89.0시간), 드라마 기술 스태프(87.8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도 드라마 기술 스태프(17.9시간)와 드라마 연출직(16.0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방송스태프 지부는 이어 "한국 드라마는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된지 오래지만, 방송제작 현장의 스태프들은 여전히 살인적인 노동환경과 노동자로서의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방송제작 현장의 모든 스태프 노동자들은 영화는 되고 드라마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 CJ ENM의 대답을 이제는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한편 방송 스태프들의 열악한 제작 환경에 대한 개선 촉구의 목소리는 과거부터 계속 있어왔다. 특히 최근 봉 감독의 성공의 이면에 '노동 인권의 개선'이라는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있음이 알려지며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선 28일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성명을 통해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영화의 작품성에 대한 영예뿐 아니라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영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라며 "영화 '기생충'의 성과를 거울삼아 국내 방송사들도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 제작 스태프들을 상대로 표준 계약서를 체결해 노동 인권 보장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그 이틀 뒤인 30일에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논평을 내고 "봉준호 '기생충'이 보여준 개선된 영화 노동 환경, 방송사들도 노동 환경 변화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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