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아르헨티나 축구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는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추첨에서 한국이 적힌 종이를 들고 기뻐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는 마라도나의 생각과 달리 흘러갔다.
당시 한국은 이승우(베로나), 백승호(지로나)의 연속 골로 아르헨티나를 2-1로 제압했다. 잉글랜드와 1차전에서 0-3으로 패하며 체면을 구긴 아르헨티나는 한국에도 덜미가 잡히며 2연패 늪에 빠졌다. 3차전에서 기니를 5-0으로 제압했지만 결국 16강에 오르지 못하고 대회를 일찌감치 마감했다.
특히 백승호는 페널티킥 득점 이후 마라도나의 행동을 연상케 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마나도나가 아닌 지인을 의식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팬들은 백승호의 세리머니에 모두가 환호했다.
이승우와 백승호가 침몰시킨 아르헨티나. 2년이 지난 뒤에는 후배 이강인(발렌시아)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이강인은 1일(한국시간) 폴란드 티히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9 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선발 출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준 것은 물론 완벽한 크로스로 선제골을 돕는 활약을 펼치며 한국의 2-1 승리에 일조했다.
이강인의 발끝에서 시작된 승리나 다름없다.
공격수 오세훈(아산)의 파트너로 경기에 임한 이강인은 간결한 볼터치를 앞세워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 5분과 33분에는 왼발 중거리 슛을 시도하며 감각을 조율했다.
이강인의 진가는 전반 42분에 드러났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서서히 공을 몰고 가며 문전으로 쇄도하는 오세훈의 위치를 계속 확인했다.
속도를 올려 더 깊숙한 지역으로 이동한 이강인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오세훈에게 정확하게 연결했고 오세훈은 머리로 아르헨티나의 골망을 흔들었다. 오세훈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득점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던 크로스였다.
두 번째 득점 과정도 이강인의 움직임이 주효했다. 후반 12분 역습에 나선 한국. 이강인은 상대 문전에서 공은 잡고 빠른 턴 동작으로 수비를 따돌리고 스루패스를 했다. 수비수에 걸렸지만 이후 흐른 공이 정호진(고려대)에게 연결됐고, 정호진은 돌파 이후 패스해 조영욱(서울)의 득점을 도왔다.
대표팀의 막내지만 성숙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이강인. 아르헨티나는 이승우에 이어 이강인에게도 혼쭐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