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일 오전 유튜브 토론을 위해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튜브 방송을 진행 중인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각종 현언에 대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한형기자
진보-보수의 대표적 논객의 대결로 주목받은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의 유튜브 토론 대결이 3일 공개됐다.
노무현재단과 홍 전 대표의 유튜브 개인 방송 채널 홍카콜라는 이날 오후 각각 팟캐스트와 영상을 게재했다.
이날 공개된 토론에서는 예상됐던 치열한 논쟁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차원으로 진행되면서 김이 다소 빠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극단적인 주장으로 싸움을 펼치기보다는 진보와 보수가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공론장'형성에 초점을 둔 '대화'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유 이사장은 토론 시작 전 "편식은 해롭다"며 "알릴레오, 홍카콜라 구독자도 그렇다. 주식(主食)이 있더라고 가끔씩 별식(別食)을 하면 좋을 것 같다. 10번 보시다가 한번쯤은 알릴레오도 봐달라"라고 다른 진영의 생각을 공유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 또한 "내가 유 전 장관하고 토론하면서 이기려고 나온게 아니"라며 "지금 상황이 해방직후의 좌익우익 혼란상보다 더 극심하다고 본다.(중략)그래서 유 장관이 좌파 진영의 대가죠. 그래서 말씀 들으려 나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촬영은 각각 했지만, 편집은 별도로 해 서로 다른 내용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날 공개된 방송에서는 양쪽다 거의 같은 내용으로 방송을 공개했다.
토론은 서로 준비해온 각각 다섯가지씩의 주제를 두고 번갈아가 뽑으며 총 10개의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공개된 방송에서는 유 이사장은 ▲보수‧진보의 가치▲양극화 ▲뉴스메이커 ▲보수 리더십▲정치를 제시했고, 홍 전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 △민생경제 △패스트트랙 △노동개혁 △갈등‧분열을 내놨다.
유 이사장은 진보.보수의 가치와 보수의 리더쉽에 대한 질문을 더졌고, 홍 전 대표는 북핵 문제의 해법에 관해 질문했다.
이 과정에서 둘은 진보-보수,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공과(功過), 북핵문제에 대한 관점 등 오래된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황교안 대표 체재의 현재 보수 리더쉽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 받았다. 사사건건 평행선은 이어졌지만, 관점의 차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띠었다.
◇ 홍카콜라, 황교안의 보수 리더십 평가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이날 토론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자유한국당의 첫 당대표이자, 대선후보였던 홍 전 대표가 황교안 현 대표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였다.
유 이사장은 마지막 질문에서 '현재 보수리더쉽에 대해 부족한 부분'에 대해 물었고, 홍 전 대표는 "말하기도 곤란하고 말 할 수도 없다"며 "한나라당 마지막 대표고, 한국당의 첫 대표로서 후임 당대표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피했다.
그러면서도 홍 전 대표는 계속된 질문에 "보수우파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그때 네가 뭐했느니 안했느니 서로 손가락질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에 대항할 여력이 안생기는데 내부에서 앉아서 서로를 물어뜯고 있다"고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생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갈 수 있느냐, 거기에 문 정권에 잘못된 건 따지고 잘하는 건 협조해주고 이래야 할 텐데 그렇게 안 해서 안타깝다"며 현재 황 대표의 장외투쟁 전략을 비판하는 듯한 지적을 했다.
또 유 이사장이 "헌법 파괴하는 쿠데타도 다 우파에서 했고, 진보는 한번도 헌법 탄압한 적 없는데 좌파독재라 그러니까"라고 지적하자, 홍 전 대표는 "사실 독재정권은 우파쪽에서 했지 않느냐"며 "지금은 좌파 광풍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서 둘은 현재 국회 파행 사태의 원인에 대해 서로 진단을 달리하며 논쟁을 이어가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국회 파행의 시작을 여야 합의 없이 올려진 선거법 패스트트랙으로 봤고, 유 이사장은 정당한 절차란 주장을 이어나갔다.
◇ 소득주도 성장 두고 홍준표, 베네수엘라로 가는 것둘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도 팽팽히 맞섰다. 유 이사장은 소득주도 성장 기조 유지 등 분배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강조한 반면, 홍 전 대표는 "베네수엘라로 가고 있다"며 분배정책을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몰아세웠다.
유 이사장은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만 성과가나오려면 더 힘있게 밀어붙여야한다"며 가처분 소득을 더 빠르게 늘리기 위한 각종 정책을 좀 더 과감하게 써야한다, 이번 추경도 너무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홍 전 대표는 "시장통 경기가 얼어붙었다"며 "자영업자 거의 80%이상 폭망했다. 홍대 앞 권리금 붙던 가게 지금은 텅텅 비었다"고 말했다.
또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해서는 "최근 통계까지 하위 20%에 대한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넘었다"며 "돈버는 것이 아니라 국가 지원금이 더 많다. 베네수엘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 하위소득계층 이전소득 많은 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근로소득이 없는 고령층의 비율이 하위계층에서 늘면서 기초연금이나 노인연금을 통해 이전소득을 늘려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밖에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는 노동개혁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홍 전 대표는 유 이사장에게 "옛날에는 아주 강성이었는데 많이 달라졌다"며 "깐죽거림도 없어졌고 많이 유해졌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면전에서 깐죽거림이라고 하면 안되지 않느냐"고 하자 홍 전 대표는 유 이사장의 손을 잡으면서 "그러면 죄송하다"고 웃으며 답하기도 했다.
◇ 북핵 문제 해결? '北 군사적 안정 보장이 답' VS '한국도 핵 보유해야'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핵 문제 해결을 둘러싸고도 평행선은 이어졌다. 유 이사장은 '북한이 체제 안정을 전제로 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고 봤고, 홍 전 대표는 '북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비핵화보다는 한국도 핵을 가져 핵균형을 이뤄야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봐라보는 전형적인 진보와 보수의 관점의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유 이사장은 "(북한의)체제 보장이란 게 그 체제가 영속하도록 해줄 방법은 우리가 해주고 싶어도 없다"며 "북 체제가 어어떻게 바꿔가느냐는 그들의 문제다. 현 북한의 (정치)시스템 나도 맘에 안 든다. (하지만)그건 북한 인민들의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북한이 외부세계에 위협이 안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보장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너희들 쳐들어가서 목 안 조르겠다, 그 조건으로 핵과 탄도미사일 포기하게 하는 것"이라며 군사적 안전을 담보로 북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홍 전 대표는 "북이 탄도 미사일 개발 목적은 미국 개입 막고 적화통일할 명분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관점을 달리했다.
이어 그는 "북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럼 핵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핵균형을 이뤄가지고 그 다음 단계로 핵군축으로 나가야한다"면서 '중국, 인도, 파키스탄이 연달아 핵을 보유한 뒤 균형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또 유 장관이 홍 전 대표가 적화통일론을 내세우자 "저는 우리 우파들이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본다"며 "북한은 자기 인민들 밥도 못먹이는데, 적화통일이라는 것도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북한은 솔직히 전쟁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반박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유 장관이나 문 대통령이 남북간 군사균형이 우리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휴전전 GP(휴전선 감시 초소) 파괴하고, 사단 해체하고 장병들 핸드폰 지급하는 것인가"라며 "우리가국방력을 약화시켜주면서 북한하고 대등한 전력을 맞춰주려고 하는겁니까" 물러서지 않았다.
◇ "보수, 자유 제약 인정했으면" VS "민주화 운동 우려 먹지마라"
또 이날 토론해서는 진보 보수의 가치 논쟁 같은 근복적인 주제도 다뤄졌다. 가장 먼저 질문을 한 유 이사장은 "좌우 개념이나 보수 진보 개념을 쓰는데, 둘을 나누는 기준 또는 핵심 가치가 무엇이냐"라고 진보와 보수의 가치 기준에 대해 물었고, 홍 전 대표가 답했다.
이 과정에서 홍 전 대표가 "보수의 기본 가치가 자유"라고 말하자, 유 이사장은 "우리나라 보수 우파 분들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잖나. 그 분들은 자유를 되게 탄압한 분들이다. 그전에 대해서는 명확히 해야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공산화를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건국 대통령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빈곤으로부터 국민을 벗어나게 해준 사람'이라고 기존의 '과보다는 공을 봐야한다'는 논리로 반복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한국 좌파가 진짜 자유를 위해 투쟁했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을 때는 균형과 평등 위해 힘 쏟는 쪽으로 온 것이다"라며 "한국 보수가 적어도 자기가 집권했을 때 개인 자유 제약했던 잘못된 부분 시원하게 인정하고, 확실히 자유 가치 들고 오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된다"고 재차 지적했다.
홍 대표는 "이승만, 박정희 시대 독재했다. 인정안하는 사람이 어딨나"라면서도 "하지만 그게 전부라는 식으로 몰아붙여서는 곤란하다. (대학 때 운동한 것을 두고) 그걸 훈장 처럼 달고 평생을 우려먹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물러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