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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크레인' 실습 12시간이면 조종 가능…안전 대책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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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크레인' 실습 12시간이면 조종 가능…안전 대책 어디에?

    파업 돌입한 양대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소형 타워크레인 철폐" 요구
    총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소형 타워크레인 조종 가능…'초짜' 기사 넘쳐나
    노동계 "대형 사고 발생하기 전에 대책 마련해야"

     

    양대노총의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으로 전국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의 70%가 가동을 멈춘 가운데 '소형 무인(無人) 타워크레인'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번 파업을 놓고 사용자 측은 일감을 독점하려는 '노조 이기주의'라고 비난하지만, 노동계는 건설 현장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안전장치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소속된 타워크레인 양대 노조는 지난 3일 오후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의 요구사항을 살펴보면 임금 인상이나 휴가 등 노동조건에 대한 일반적인 요구사항뿐 아니라 정부에게 '소형 타워크레인' 철폐를 요구하는 점이 눈에 띈다.

    노조는 3t 미만 소형 타워크레인에서 사고가 잦은데도 별다른 규제 없이 마구잡이로 사용된다며 사용자 측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이 건설사에 임대하지 않도록 단협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대형크레인과 소형크레인을 명확하게 나누는 법적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운전석에 기사가 직접 들어가 조종하는 대형 타워크레인은 3t 이상의 자재를 옮길 수 있고, 소형 타워크레인은 지상에서 리모컨을 이용해 조종하는 무인(無人) 장비로 3t 미만 자재를 들어올린다는 식으로 구분된다.

    소형 타워크레인을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사용자 측은 '기득권 지키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4일 입장문을 통해 "조종사가 크레인에 탑승하지 않아 오히려 지상의 공사현장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고, 사고시 인명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도제식으로 양성되는 대형 타워크레인 조종사와는 달리 조종사 양성도 상대적으로 쉬운 만큼 인력수급 문제에 따른 공기 지연 문제도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는 건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파업에 나섰다고 강조한다.

    경총의 주장과 달리 다른 구조물들이 산적한 건설현장에서 올려다보는 시야와 자재 바로 위에 있는 조정석에서 내려다보는 시야가 다르기 때문에 시야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타워크레인에 기사가 직접 탑승하면 타워크레인의 움직임으로 적당한 짐의 하중이나 움직임, 속도에 대한 정보를 '감'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지상에서는 육안에만 의존해 조작하기 때문에 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소형 타워크레인을 조작하려면 더 정교한 조작 실력을 갖춰야 하지만, 오히려 이를 운전하기 위한 '문턱'은 더 낮다.

    3일간 20시간 교육이면 누구나 소형 타워크레인을 조종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이론 교육이 8시간이어서 겨우 이틀 동안 12시간의 실습만 이수하면 면허를 딸 수 있다.

    강도 높은 도제식 교육을 받아도 자격증을 딸 때까지 통상 1년 이상 걸리고, 이후에도 3년 가량 현장 경력을 쌓아야 업무가 가능한 대형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비하면 '아무나' 소형 타워크레인을 조종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소형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낮은 문턱은 건설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최근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타워크레인 전문 조종사의 인건비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해 건설현장에서는 소형 타워크레인과 경력이 짧은 초보 조종사를 찾는 사례가 급격히 늘었다.

    실제로 2014년부터 건설기계 등록이 시작된 소형 타워크레인의 면허 수는 지난 3월 기준 8256개로, 불과 4년 사이에 대형 타워크레인의 8627개를 거의 따라잡았다.

    또 2014년 14대, 2015년 271대에 불과했던 전국의 소형 타워크레인 수도 현재 1850대에 달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소형 타워크레인에 관한 규제에는 손 놓고 방관해왔다.

    현재 소형 타워크레인에 대한 법적 기준은 최대 인양하중이 3톤 미만이라는 것 외에는 제원 규격이나 등록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다.

    때문에 단종된 장비나 온갖 불량 부품을 사용해 불법 개조·허위 등록한 불량 소형 타워크레인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제기하는 안전 문제는 이미 건설 현장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노조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급증하면서 2016년부터 올해까지는 총 30건의 사고가 일어났고, 이 때문에 올해만 8건의 사고가 발생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가 더 많다는 뚜렷한 근거가 없고, 노조가 제시한 통계는 공식 통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의 경우 타워크레인 사고 가운데 사망 등 인명피해가 발생한 산업재해만 통계로 잡고 있다"며 "사람이 다치지 않은 붕괴 사고나, 강풍에 크레인이 넘어지는 등의 사고는 잘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통계와 현장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안전 수준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국토부는 이달 말까지 소형 타워크레인에 대한 규격 기준, 조종사 자격 관리, 안전장치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소형 타워크레인이 건설기계로 등록될 때부터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해왔다"며 "지난 2017년처럼 타워크레인에 의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소형 타워크레인을 철폐해 사고 근원을 애초에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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