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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명이 일제히 '살려주세요'...죽음의 철인3종"

사건/사고

    "120명이 일제히 '살려주세요'...죽음의 철인3종"

    유족 "평소 한강도 횡단했던 형인데.."
    안전요원도 휘청...물살 너무 셌다
    자전거 코스는 계속, 대회진행 급급했나
    서약서 썼지만, 안전 믿을 수 있나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희생자 동생(익명), 희생자 동료(익명)

    수영, 사이클, 달리기. 이 세 종목을 연이어서 뛰는 경기죠. 철인 3종 경기. 지난 일요일에 이 철인 3종 경기 참가자 가운데 1명이 수영을 하다 한강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흘 뒤 한강에서 숨진 채로 발견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사고를 당한 A씨는요. 키 186cm의 건장한 체격의 30대 남성이었습니다. 평소에도 한강을 수영으로 횡단할 정도로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었어요.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문제는 도저히 대회가 진행되기 어려울 정도로 그날 한강의 유속이 빨랐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물살에 휩쓸리자 주최 측은 수영 시합을 중단시켰는데 A씨가 실종됐다는 걸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실종 후 6시간이 지나서야 A씨가 사라졌다는 걸 알았고 그때부터 허둥지둥 찾았습니다마는 이미 시간은 너무도 많이 흘렀던 거죠.

    철인 3종 경기 대회가 남긴 이 상황들. 오늘 유족과 그 당시 목격자를 만나보도록 할 텐데요. 먼저 유족을 좀 연결해 보겠습니다. 동생이시네요. 나와 계십니까?

    ◆ 희생자 동생> 네.

    ◇ 김현정> 힘드신 중에 이 인터뷰 응해 주셔서 우선 감사드리고요. 지금 사고 난 후에 가족들은 정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제가 들었어요.

    ◆ 희생자 동생> 저희 가족뿐만 아니라 형수님 가족도 지쳐 있고 현재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마포경찰서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왜 안 그렇겠습니까? 실종이 되고 사흘 만에 발견이 됐기 때문에 사실은 그 실종 기간 동안이 가족들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시간이었을 거 같아요.

    ◆ 희생자 동생> 일단 제가 알기로는 형이 처음에 빨리 갔다와서 같이 맛있는 거 먹자고.

    ◇ 김현정> 그날이 생일이어서, 아내분 생일이어서.

    ◆ 희생자 동생> (아내에게)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는데, 대회가 원래 끝난 시간이 11시 정도 되는데 2시간 다 돼도 아무 연락도 없어서 일단 형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 보니 협회 측에서 받았는데 그때부터 상황 파악을 해 가지고 신고가 들어갔고 수색하려고 준비를 했던 거 같아요.

    ◇ 김현정> 그러면 그 전화를 받고 협회 측에서 '어, 이 전화 주인 어디 있지?' 이렇게 찾게 된 거예요?

    ◆ 희생자 동생>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수색 현장에 도착해 보니 어떻던가요, 상황이? 수색은 뭐 잘 되고 있었습니까?

    ◆ 희생자 동생>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들었거든요. 그때라도 빨리빨리 대응을 해서 잠수부도 투입되고 그랬으면 그때 바로 발견됐을 수도 있는데.

    ◇ 김현정> 이런 사고 상황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걸까요, 그럼?

    ◆ 희생자 동생> 전혀 없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 이 대회 주최측의 입장을 보니까 모든 절차를 전문가들의 안전 판단 아래 진행했다, 절차를 지켰다. 이런 입장이더라고요.

    ◆ 희생자 동생>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할 말이 없는 거 같습니다.

    ◇ 김현정> 형이 혹시 수영이 다른 종목에 비해 미숙했다든지 아니면 그날 혹시 몸이 안 좋았다든지 이런 건 없었다고 합니까?

    ◆ 희생자 동생> 원래 형은 매일 운동도 열심히 하고 수영 같은 경우는 좋아하는 운동이었고 잘하는 종목이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정말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 김현정> 한강도 평소에도 횡단을 자주 할 정도의 수영 실력이었다면서요?

    ◆ 희생자 동생>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한강 지리를 모르고 엉뚱하게 혼자 급류로 가고 이게 아닌 거잖아요.

    ◆ 희생자 동생> 그건 전혀 있을 수가 없죠.

    ◇ 김현정> 이 날벼락 같은 사고 앞에서 사실은 지금 정신 추스르기도 쉽지 않으실 텐데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없어야 한다는. 그걸 좀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오늘 인사 나누죠. 형님 잘 보내드리십시오. 고맙습니다.

    ◆ 희생자 동생> 감사합니다.

    ◇ 김현정> 숨진 A씨의 유족 동생을 먼저 만나봤습니다. 참가한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도저히 그대로 진행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게 어떤 얘기인지 직접 들어보죠. 숨진 A씨의 대학 친구이자 그날 대회에 같이 참가했던 친구입니다. 익명으로 연결을 합니다. 나와 계십니까?

    ◆ 희생자 동료>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날 상황이 도저히 진행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작이 됐다. 이렇게 말씀하셨네요?

     


    ◆ 희생자 동료> 원래 철인 3종 경기를 하게 되면 경기 시작 전에 15분에서 20분 정도를 시간을 할당받아서 사전에 수영을 원래 해 보고 그래서 그날의 수온이라든지 물살 아니면 물에서 보이는 시야 같은 것도 본인이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줘요. 그런데 이번 대회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게 생략돼 있었어요.

    ◇ 김현정> 그러면 바로 그냥 물에 들어가신 거예요?

    ◆ 희생자 동료> 그렇죠. 그러니까 준비 운동하고 강에 도착한 사람들은.

    ◇ 김현정> 실제로 들어가보니 어떻던가요?

    ◆ 희생자 동료> 유속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죠. 빨랐죠.

    ◇ 김현정> 들어가니까 휘청할 정도였어요? 평소와 어떻게 달랐어요?

    ◆ 희생자 동료> 보통 한강에서 수영을 하면 남에서 북으로 횡단하는 류의 연습을 많이 하고 참가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수영을 하게 됐었어요.

    ◇ 김현정> 코스도 특이하네요.

    ◆ 희생자 동료> 아마 주최 측에서는 유속에 의해서 그렇게 코스를 변경하셨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익숙한 사람은 많이 없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 물살의 역류를 이겨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되는데 그날 참여했던 정말 수영 잘하는, 그동안 철인 3종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도 아무리 팔을 저어도 몸이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몸이 뒤로 밀리기도 하고. 심지어 수영 선수였던 사람들도 보트를 타고 겨우 나올 정도로 물살이 굉장히 셌다고 해요.

    ◇ 김현정> 그래서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칠 정도였다면서요, 그 선수들이?

    ◆ 희생자 동료> 라이프가드(안전요원)는 현장에서 옆하고 뒤쪽에 많이 배치는 돼 있었는데. 실제로 그 안전요원들도 보트를 탄 사람들도 물살 때문에 사람들한테 접근을 할 수 없어서.

    ◇ 김현정> 그 정도였어요?

    ◆ 희생자 동료> 줄을 잡고 그냥 잠깐 버티고 있어라. 그렇게 했었고 그다음에 카누를 타고 기다리던 안전요원들도 본인들도 휩쓸려갈 판이니까.

    ◇ 김현정> 카누 탄 사람들은 자기들 살기도 바쁠 정도였어요?

    ◆ 희생자 동료> 그렇죠. 그러니까 실제로 사람을 구하기는커녕 본인들의 자리를 유지하기도 버거웠던 거죠.

    ◇ 김현정> 세상에... 그렇다면 이 정도 상황이었다면 전체를 다 중단시키고 인원 체크를 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희생자 동료> 그렇죠. 그런데 이 대회 자체가 철인 3종 경기 중에서는 아마 제일 유명한 대회였을 거예요. 작년에 TV 프로그램에도 방영되고 하니까. 그래서 그날도 제가 느꼈던 건 현장을 통제하기보다는 무리하게 경기를 진행하기에 급급했어요. 그리고 수영을 또 빨리 나온 사람들은 이미 자전거를 타고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고요.

    ◇ 김현정> 다른 걸 또 하고 있고. 아니, 그럼 수영 구간이 이미 막혀버렸으면 철인 3종의 의미도 없어진 건데 어떻게 다른 건 어떻게 계속 유지를 시켰죠?

    ◆ 희생자 동료> 그게 아마 이 대회를 계속 준비한 사람들을 생각한 것도 있고 그다음에 대회를 어떻게든 진행해야겠다는 조직 쪽의 그런 것도 있었을 거 같아요. 그래서 바로바로 어떻게든 진행을 하려고 하는 의지들이 굉장히 많이 보였어요.

    ◇ 김현정> 참 도무지 이해가 되지를 않네요. 그러다 보니까 숨진 A씨는 실종 사실을 발견한 것 자체가 6시간 후였고 그것도 가족에 의해서. 가족이 전화하는 데 전화가 도저히 되지를 않아서. 이게 무슨 일인가. 찾다가 발견이 됐다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된 거네요.

    ◆ 희생자 동료> 네.

    ◇ 김현정> 지금 말씀을 듣고 보니까 A씨 한 분이 사고를 당하셨지만 이거 더 큰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네요.

    ◆ 희생자 동료> 이게 수영이 1200명 중에 1명이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수영을 한 150명 중에 1명이 그렇게 된 거고 만약에 남은 인원 900명이 투입됐으면 20명, 30명이 당할 수도 있었던 상황인 거죠.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네요. 아니, 요즘 이런 대회들이 유행이라면서요? 뭐 철인 3종뿐만 아니라 이렇게 초보자들이.

    ◆ 희생자 동료> 굉장히 이런 다양한 이벤트도 많이 생겨나죠. 그런데 이게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지는 사실 의문점이 너무 많거든요. (대회)하기 전에 서약서를 써요.

    ◇ 김현정> 그래요?

    ◆ 희생자 동료> 그런데 그 서약서에는 내가 이 경기 중에 발생한 모든 사고에 대해서 책임을 지겠다라는 건데 반대로 주최 측이 이 대회를 정말 안전한 것을 준비해 놨다는 전제 하에 그게 힘을 가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주최 측이 이 대회를 안전하게 준비했겠거니 하고 믿고 참여할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장례식 현장에 계시다 보니까 주변이 좀 소란스러운 상황인데 정신이 없으실 거예요. 사고를 당한 친구로서, 같이 참가했던 친구로서 정신이 없으실 텐데 이렇게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옆에서 가족분들 많이 위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희생자 동료>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발 좀 그렇게 되어야죠. 되어야 됩니다.

    ◇ 김현정> 그럼요, 그럼요. 오늘 고맙습니다.

    ◆ 희생자 동료>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번에 사망 사고가 일어난 그 철인 3종 경기에서 사망하신 분과 같이 참가했던 친구입니다.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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