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을 촉발 시킨 것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이 지역 레미콘 업체와 유착됐다는 의혹이다.
해당 사건은 경찰에서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에서는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정치 사건으로 비화했다. CBS노컷뉴스는 울산지방검찰청이 울산지방경찰청으로 내려보낸 '불기소이유통지'를 입수했다.
◇ 특정업체 일감몰아주기 의혹…'레미콘 사건'
이 문건에 따르면, 사건의 핵심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박모 씨와 당시 울산시 도시창조국장 이모 씨가 울산시 소재 A레미콘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박 씨는 A업체 대표 김모 씨에게 민원을 받은 뒤 이 씨와 함께 2017년 4월 14일과 5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B시공사 현장소장을 불러 A업체의 레미콘을 공급 받도록 강요했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다.
이 대가로 박 씨와 이 씨는 A업체 대표인 김모 씨로부터 43만1천원과 34만7천원 상당의 골프 접대를 각각 받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박 씨와 이 씨가 B시공사에 구체적으로 특정업체를 언급하지 않았고, 지역업체 자재사용을 권장한 울산시 조례에 따른 권고일 뿐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또 골프접대 부분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명확한 증거가 없어 마찬가지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 '강요'인가, '정당한 행정조치'인가
의혹의 위법 여부를 가르는 쟁점은 박 씨와 이 씨가 직권을 남용해 부당하게 A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냐는 것이다.
경찰은 A업체 대표 김 씨가 박 씨에게 민원을 제기한 이후 박 씨와 이 씨가 B시공사 현장소장을 불러 A업체 레미콘을 공급받도록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원 처리 절차 자체도 부적절한 데다, 박 씨와 이 씨가 B시공사 현장소장을 불러 얘기했을 당시 배석자들의 일부 진술에 '박 씨와 이 씨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었다는 게 판단의 근거다.
하지만 검찰은 박 씨와 이 씨가 '지역건설산업 발전에 대한 조례'에 따라 '울산 업체로부터 자재를 공급받으라'고 권고한 것일 뿐 A업체를 콕 찝어 얘기하지 않았고, 일부 참고인들이 '민원 처리 절차가 특별하지 않다', '박 씨와 이 씨의 행동이 특별하지 않았다'는 진술로 보아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조례에는 '지역건설산업에 참여하는 건설업자는 지역 건설산업체의 하도급 비율을 60% 이상'이라는 부분이 명시돼 있다.
또 경찰은 민원의 결과로 A업체만 이득을 보고 B업체는 피해를 봤다는 수사 내용을 강조하며 이들의 위법성을 강조했다.
관계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울산 지역에서 레미콘을 공급받으라는 얘기가 사실상 A업체에서 공급받으라는 얘기와 진배 없다는 것이다. 이곳에 납품할 여력이 있는 곳은 A업체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검찰은 B시공사가 조례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들이 없었기에 박 씨와 이 씨가 관련 얘기를 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 두 차례 골프…현금으로 돌려줬나?
다른 핵심 쟁점은 박 씨와 이 씨가 A업체 대표 김 씨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느냐 여부다.
박 씨와 이 씨가 골프 접대를 받았다고 의심되는 만남은 2017년 7월 29일과 11월 4일인데, 경찰은 김 씨가 '두 사람 몫을 대납했다'는 진술이 있으므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검찰은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봤다.
검찰은 박 씨와 이 씨가 '현금으로 골프비를 돌려줬다'는 진술이 있기 때문에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려면 좀 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김 씨와 박 씨는 6월에도 골프를 함께 친 적이 있는데, 이 때 김 씨는 '골프비를 대납해줬다'고 진술했으나 실제로는 박 씨가 골프비를 계산한 카드 내역이 나왔던 점을 지적하며 김 씨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피의자들은 가명을 활용해 골프를 치고, 골프 친 사실 또는 객관적 자료가 있기 전까지 부인하는 등 그 행위가 은밀해 참석자 외 추가적으로 관련자나 자료를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검찰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 봉투 건넨 건 인정…하지만 뇌물인지는 모른다?
수사지휘 과정에서 검찰의 소극적인 판단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A업체 대표 김 씨는 2017년 8월 울산시 공무원 박모 씨와 건축법과 관련한 상담을 한 뒤 사례로 봉투를 건넸고, 박 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경찰과 검찰 모두 사실 관계를 인정한 부분이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김 씨를 뇌물공여의사표시 혐의로 판단했지만, 검찰은 '봉투 안에 현금 기타 뇌물이 들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박 씨가 일관되게 '흰 봉투 안의 내용물이 돈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봉투 안에 불상액의 현금이 들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 "수사지휘 정당성 결여" vs "무리한 법해석"…검.경 '감정 충돌'
'불기소이유통지문'에서는 '레미콘 사건'을 둘러싼 법리다툼 과정에서 검.경 서로가 감정적으로 부딪치는 부분이 수 차례 목격된다.
경찰이 박 씨와 이 씨 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2018년 5월 11일 이후부터 올해 3월까지 검찰은 네 차례 수사 지휘 명령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다소 이례적으로 검찰에 '재지휘 건의'를 한다. 다시 말해, 검찰의 수사지휘가 부당하다는 내용을 검찰에 보낸 것이다.
경찰은 '재지휘 건의'에서 수사결과의 타당성을 강조하며 "(검찰이) 판단 혹은 반론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3차례 지휘했음에도 보완되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수사지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검찰의 수사지휘를 "정당성이 결여돼 있음은 물론 불필요하게 수사기관에서 사건이 계류되도록 해, 피의자 혹은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검찰은 "증거가 부족해 그 혐의를 인정할 수 없음이 명백한 사안"이라며 "검사의 지적을 무시하고 거듭 동일한 증거와 무리한 법리해석을 토대로 피의자들의 혐의 유무에 대한 결론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RELNEWS:right}
아울러 검찰은 이번 사안이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진행된 수사인 점을 적시해 "(경찰 수사의) 구체적인 피의사실이 언론에 지속적으로 공표되고,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와 자유한국당 쪽에서 정치수사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며 "경찰 수사를 지휘한 검찰까지도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시비 그리고 수사권 남용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수사"였다며 "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