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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금 올가미…하루 17시간 운전해 한달 100만원



사회 일반

    사납금 올가미…하루 17시간 운전해 한달 100만원

    [2011 벼랑끝 이웃들 ①] "택시 기본요금에 인생이 좌지우지 됩니다"

    경남CBS는 2008년 겨울, 불황의 시기에 질병과 가난에 내 몰린 이웃들의 이야기를 ''특별기획 2008 벼랑끝 이웃들''로 다루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벼랑끝에 내몰린 서민들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2011년 겨울, 하루 하루를 시리도록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다시 만나본다. [편집자 주]

    ''2,200원 짜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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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 기사들은 자신들의 삶을 택시기본요금에 맞춰 이렇게 부른다. 하루 15시간 이상을 쉼 없이 운전해도 벌이는 4만원 남짓이다.

    택시는 넘쳐 나지만 손님은 없고, 아까운 연료만 타 들어간다. 기사들의 애간장도 같이 타 들어 간다.

    ◈ "하루 17시간 운전, 사납금 빼고나면 한달 수입 100만원"

    1992년 경남 창원의 한 법인 택시 회사에 취직해 20년을 ''택시밥''을 먹은 김찬진(57.가명)씨.

    4만 3천원. 17시간을 꼬박 일을 한 뒤 사납금을 빼니 이 돈이 남았다. 지폐가 몇장 되지도 않다보니, 17시간 노동의 댓가를 확인하는 일도 금새 끝난다.

    "그나마 오늘은 평균 정도로 일을 했네요. 못 버는 날은 2, 3만 원도 채 못 건지죠."

    법인 택시 기사들은 매일 사납금을 채워야 한다.

    김 씨가 채워야 할 사납금은 13만 3천 원.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돈을 채워야 한다. 사납금을 뺀 나머지 수입금이 기사의 몫이다.

    회사에서 40리터의 유류비를 지원해 주지만 이 연료로는 사납금 채우기도 어렵다. 5만 원을 벌려면 추가로 4,5만 원의 연료를 더 넣고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 추가 연료비는 개인부담이다. 가스값은 5년전과 비교해 2배가 뛰었다.

    이렇게 추가 연료비와 밥 값 등의 경비는 기사가 부담한다. 때문에 하루 5만 원의 수입을 올리려면 25만 원은 벌어야 한다. 쉽지가 않다. 사납금 채우기도 벅찬 날이 많다.

    "손님 있으면 사납금 맞추고, 없으면 못 맞추지요. 운입니다. 도둑질 해서라도 내야 하는 게 사납금입니다. 내 돈 들여서라도 내야 하죠."

    절로 한 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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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간 내내 운전해도 손님 한 명 못 태울 때가 많아요. 개인택시처럼 여유 부리며 승강장에서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고, 사납금 채우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하루 5만 원요? 정말 벌기 힘든 돈입니다"

    김 씨는 24시간 교대로 일을 한다. 택시 한대로 기사 2명이서 교대로 일을 하는 2인 1차제다. 이렇게 교대로 일을 하면 정비하는 날을 제외하고 한 달 12일을 일하게 된다.

    김 씨가 사납금을 꼬박꼬박 내면 회사에서는 40만 원의 월급이 나온다. 12일 동안 하루 5만원 씩을 번다해도 한 달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00만 원 남짓.

    "생활이 안되죠. 아내가 식당에서 돈을 벌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가 어려운게 택시 기사들의 현주소입니다. 젊은 사람은 못해요. 100만 원 벌어서 밥벌이가 되겠습니까? 우리 같이 못 배우고, 갈데없는 사람들이 택시 기사하는 겁니다."

    사납금을 채우고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위험천만한 일도 마다 하지 않는다.

    과속과 신호위반은 물론, 손님이 부르면 아찔한 불법 유턴도 예사다. 안되는 건 알지만 기본 요금 2천200 원이라도 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우리는 2천200원짜리 인생입니다. 목숨을 걸고 운행할 때가 많아요. 택시가 사고가 많이 나는 이유가 다 그런거죠. 한 푼 더 벌려고 과속도 하고, 신호 위반도 눈치껏 하고, 때로는 강도도 만나고, 손님 기분도 맞춰줘야 하고…돈을 쫓다보니 사고가 나는 거죠. 2,200원에 우리 인생이 좌지우지 됩니다."

    때마침 반대편 도로에서 손님이 손을 흔든다. 30분을 빈 차로 돌아다닌 김 씨는 다른 택시가 손님을 채 갈까봐 마주 오는 차가 없는 지 확인하고 잽싸게 유턴을 한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 "사납금이라는 올가미에 빈민가로 전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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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년 째 택시를 몰았다는 이성택(58.가명)씨도 깊은 한숨만 절로 나온다. 이달 수입도 100만 원을 넘기 어려울 듯 하다.

    이 씨는 전날 새벽 4시부터 다음달 새벽 4시까지 잠 자고 먹는 시간을 제외한 18시간을 운전했고, 사납금을 빼고 나니 고작 3만 원을 벌었다.

    이 씨는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끼니를 제 때 먹지 못하다보니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성한 곳이 없다. 위장병은 늘 달고 산다.

    "그래도 하루 7,8만 원을 벌어야 하는데, 이 정도 벌려면 하루종일 500km 정도를 달려야 합니다. 할증이 붙는 새벽까지도 일을 계속 해야 하니 낮에 2, 3시간 잠자는 것 말고는 택시에서 거의 살죠. 계속 돌아다녀야 돈이 되니까...밥이요? 하루 2끼 먹는 것도 힘들 때가 많아요"

    ''''한 달 200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어떡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즉각 답이 돌아온다.

    "절대 벌 수 없는 돈입니다."

    "저 멀리 가는 장거리 손님을 매일 받으면 모를까 택도 없는 돈입니다. 하루 10만원 수입을 번다쳐도 12일 일해 120만원, 40만원 월급 합치면 160만 원 이잖아요. 하루 10만원 벌려면 30만 원 넘게 벌어야 합니다. 손님도 줄어든 마당에 가당키나 하겠어요?"

    이 씨의 아내도 식당에서 일을 한다. 최저 임금도 못 벌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머나먼 미래를 걱정하는 것도 배부른 생각이다. 아이들 공부 시키기도 어렵다. 당장 닥친 현실을 헤쳐 나가기도 버겁다.

    "아내가 돈 벌지 않으면 생활 유지가 안돼요. 노후대책이요? 꿈도 못꿉니다. 택시 기사들은 최소한의 생활도 안되는 돈을 벌고 있어요. 택시 말고는 할 일이 없으니까 몸 망쳐가며 하는 거죠. 택시 회사도 어렵다하지만, 사납금 벌기 위해 우린 최저임금도 못받고 있잖아요."

    옆에서 대화를 듣던 택시 기사 김기성(56.가명)씨도 한마디 거들었다.

    ''총알택시''나 ''불친절택시''가 나온 이유가 다 사납금을 채워야 하는 구조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사납금을 회사에 갖다주기 위해 기사들이 무료 봉사하는 것과 같죠. 사납금을 채우면 남는게 없으니 말이죠. 힘든 근로조건에서 일하다보니 승객에 대한 서비스가 좋아질 수가 있겠어요? 기사들 서비스가 안좋다 하지만, 이런 구조속에 제대로 된 서비스가 나오겠습니까? 최저 임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기사들은 빈민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보면 됩니다." [BestNocut_R]

    사정이 이렇다보니, 택시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젊은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사들은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졸음운전, 난폭운전에 내몰리고 있다.

    김기성씨의 마지막 말이 경고로도 들린다.

    "시간이 좀 더 지나보이소. 택시기사들 전부다 늙고 병들어 있을 겁니다. 승객들 안전하게 택시 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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